망종ㅣ안희연

2022.11.07 09:43:57

망종

       안희연

 

며칠 만에 돌아온 그는 어딘가 변해 있었다 눈동자에는 밤의 기운이 가득했다

 

대제 어딜 다녀온 거예요?

 

한참 동안 말없이 서서 한참 동안 볕을 쬐더니 앞으로는 돌을 만지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했다

 

다음 날부터 그는 돌을 주워 오기 시작했다 그는 거의 모든 시간을 돌과 보냈다 마당에는 발 디딜 큼 없이 돌이 쌓여갔고

 

그는 자주 돌처럼 보인다 나는 그가 돌이 되어버릴까봐 겁난다

 

눈부시게 푸른 계절이었다 식물들은 맹렬히 자라났다 누런 잎을 절반이 넘게 매달고도 포기를 몰랐다

.....하략......

 

안희연은 2012년 창비신인시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 『밤이라고 부르는 것들 속에는』이 있다.

「망종」은 24절기 중의 하나로 소만과 하지 사이에 들며 이맘때가 되면 보리는 익어 먹게 된다. 며칠만데 돌아온 그는 변해 있었다. 눈동자에 밤의 기운이 가득할 정도로 밤일을 했던 것이다. 어딜 다녀왔느냐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이 앞으로 돌을 만지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 것이다. 다음날부터 돌을 주워오기 시작한 그는 하루 종일 돌과 시간을 보냈다. 마당에는 발 디딜 틈도 없이 돌이 가득했다. 눈부신 계절이어서 식물들은 맹렬히 자랐다. 누런 잎들을 매달고도 포기를 모르는 식물들이었다. 포기를 모르는 것은 돌을 만지는 사람이나 식물이나 같다. 창비 간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중에서. 김윤배/시인

김윤배 기자 poet01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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