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ㅣ신철규

2022.07.04 09:25:06

적막

    신철규

 

모내기가 끝난 논

 

이양기 지나간 자리에 남은

앙다문 이빨자국

 

두 다리가 삐죽 나온 올챙이

창자를 달고 우주인처럼

둥둥 떠 있다

 

일찍 태어난 게 죄다

 

바람이 건 듯 불자

최르르 밀려 논두렁에 부딪히는 물낯

 

하늘 속을 유영하는 구름 위에

거꾸로 매달린 소금쟁이

어지러운 듯

 

손톱으로 꽉, 부여잡고 있다

 

신철규는 1980년 경남 거창에서 태어났다. 201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문단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는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가 있다.

「적막」은 죽음의 노래다. 모내기를 끝낸 논에서 올챙이의 죽음을 본 것이다. 올챙이는 두 다리를 삐죽 내밀고 창자를 매단 채 둥둥 떠 있는 것이다. 일찍 태어나지 않았다면 이양기가 지나갈 때 깔려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일찍 태어난 게 죄인 것이다. 풍경은 더 있다. 논물에 하늘이 잠기고 구름이 떠 있다. 소금쟁이가 거꾸로 매달려 어지러운 듯 구름을 손톱으로 꽉 부여잡고 있는 것이다. <창비> 간 『심장보다 높이』 중에서. 김윤배/시인

김윤배 기자 poet01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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