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금ㅣ박성룡

2022.06.06 20:25:41

능금

    박성룡

 

가을을, 듣고 있었다

 

지금 저기 저렇게 살벌한 나뭇가지에 익어 있는

(마치 –어디론가 멀리 기울어만 가는 태양의

마지막 수확처럼 가지 끝에 익어 있는)

저 향 짙은 체중에 귀를 기울이고

뵈는 것보다도 더 많은 가을을

듣고 있었다

 

....맨 처음엔 몹시도 가까운 거리에서

마구 설레는

일진의 바람소리가 들려오고

다음엔 그 바람소리가 쓸리는 대로 흩어지는

무수한 나뭇잎들의 소리가 들려오고

마지막에 하나의 크낙한 종이 내는 음향과 같은

해맑은 소리가 도처에서 들려왔다

 

박성룡(1934~2002)은 전남 해남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1955년 시 「화병정경」으로 문단에 나왔다.

「능금」은 능금이 익어가는 가을의 풍경을 노래한 시편이다. 능금은 기울어만 가는 태양의 마지막 수확처럼 가지 끝에 익어가는 중이고 화자는 향내를 맡으며 가을을 듣고 있다. 바람소리가 들리고 흩어지는 나뭇잎 소리가 들려오고 커다란 종소리가 들려온다. 『한국전후문제시집』 중에서. 김윤배/시인

김윤배 기자 poet01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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