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雪花ㅣ김남조

  • 등록 2022.05.16 09:5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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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雪花

                    김남조

 

여긴 외로운 인습의 사막인데

그나마 별빛을 피해 나무그늘에 울던

애상의 마을인데

불 켜지듯 환히 눈도 부셔라 눈이여

 

신의 지문이나 찍혔을까

도무지 무구한 백자의 살결에

수정의 차가움만이 상기도 겹겹이 적시며 있으려니

 

이러한 날에 솔바람 이우는 산곡 얼어붙은 옹달샘을 찾아가면

거기서 잃어버린 이의 얼굴이 비쳐나 있을까

서성대며 머뭇거리는 고독한 영혼

(.....)

아아 눈뿌리 타는 더운 눈물을 뿌리면

설화는 거두어

하늘에 다시 피리라

 

김남조 시인은 1927년 대구광역시에서 태어났다. 올해 나이 95세다. 1950년 연합신문에 「성숙」「잔상」을 발표하며 문단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한국어문학부 명예교수로 있다.

「설화」는 눈 온 아침의 풍경을 노래한 연시다. 인습의 사막에 내린 흰 눈, 애상의 마을에 내린 흰 눈은 눈부시다. 저 희고 순결한 눈 위에 신의 지문이 찍혔을지, 수정의 차가움이 겹겹이 백자 같은 살결에서 느껴지는 것이다. 산곡 얼어붙은 옹달샘을 찾아가면 거기에 잃어버린 이의 얼굴을 만날지 몰라 서성이는 화자는 고독한 영혼이다. 『한국전후문제시집』 중에서. 김윤배/시인

김윤배 기자 poet01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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