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ㅣ포루그 파라흐자드/신양섭 옮김

  • 등록 2021.03.15 09:5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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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포루그 파라흐자드/신양섭 옮김

 

나 저 깊은 밤의 끝에 대하여 말하려 하네

나 저 깊은 어둠의 끝에 대해

깊은 밤에 대해

말하려 하네

 

사랑하는 이여

내 집에 오려거든

부디 등불 하나 가져다주오

그리고 창문 하나를

 

행복 가득한 골목의 사람들을

내가 엿볼 수 있게

 

포루그 파로흐자드(1935-1967)는 페르시아 문학 천년 역사에 가장 중요한 시인으로 꼽힌다. 그녀는 1935년 이란의 군인 집안에서 태어나 열일곱 살에 결혼하여 아이를 낳는다. 영혼이 자유로운 그녀는 히잡을 쓰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혼을 당하고 아이 양육권도 빼앗긴다.

파로흐자드가 우리에게 알려진 건 이란 감독 아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영화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가 개봉되면서부터였다. 시의 부분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푸르른 이여/불타는 기억처럼 그대의 손을/내 손에 얹어달라/그대를 사랑하는 이 손에/생의 열기로 가득한 그대의 입술을/사랑에 번민하는 내 입술에 맡겨 달라/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리라/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리라.’

그녀는 온 몸을 던져, 온 영혼을 던져 시를 썼다. 그러다 1967년 2월 13일 지프를 타고 가다 맞은편에서 오는 스쿨버스를 피하려다 돌벽을 들이받아 세상을 떠났다. 그녀의 묘는 테헤란 시내 작은 공동묘지에 있다.

「선물」은 그녀의 묘비에 적혀 있는 시다. ‘화자는 저 깊은 밤의 끝에 대하여 말하려’ 한다고 첫행을 시작한다. 어둠의 끝에 대해, 갚은 밤에 대해 말하려 한다는 것이다. 둘째연은 사랑하는 이에게 등불 하나와 창문 하나를 가져다 달라고 주문한다. 세째연은 그 이유를 말하는 연이다. 행복 가득한 골목의 사람들을 엿보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그녀에게는 이란 사회 전체가 어둠이었을 것이다. 유작시집 『추운 계절의 시작을 믿어보자』는 페르시아어로 쓰여진 가장 뛰어난 시집으로 평가 받는다.  '문학의 숲' 간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 중에서. 김윤배/시인

김윤배 기자 poet01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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