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용 옥상ㅣ김유미

  • 등록 2020.11.30 10:5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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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용 옥상

                                           김유미

 

꽃들은 지고 옥상이 떠오른다

저녁은 가만히 내려앉아

 

너를 잠재울 수도 너를 깨울 수도 있는

사물이 울 수도 사물이 웃을 수도 있는

질서를 꾸미고

 

나는 가만히

바닥을 뒤집어쓴 너를

집게가 물고 있는 빨랫줄의 성질을

익히고 있다

 

다 증발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때

 

소리치고 싶은 너는 너대로

울음을 물고 있는 집게는 집게대로

먼 세계를 끌어들여 희석시키고 있다

 

김유미는 전남 신안에서 태어났다. 2014년 『시와 반시』로 등단했다. 이번 시집 『창문을 닦으면 다시 생겨나는 구름처럼』은 그녀의 처녀 시집이다. 그녀의 시는 쉽게 읽히지 않는다. 시편마다 복선이 깔려 있고 은유가 놓여 있는바 은유의 원관념을 찾아가기가 녹록치 않다.

「개인용 옥상」은 옥상이라는 공간에 배치되어 있는 사물로써의 빨래집게와 빨래줄과 너라고 하는 시인의 분열된 자아 혹은 빨래가 있다. 개인용 옥상이라는 설정이 그녀만의 사유공간이거나 심리적 공간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꽃이 지고 떠오르는 옥상에는 저녁이 내려앉는 시간이다. 그 옥상은 사물이 울 수도 있고 웃을 수도 있는 질서 아래 놓인다. 너의 의식을 잠재울 수도 깨울 수도 있기는 하다. 이때의 너는 시인의 분열된 자아다.

바닥을 뒤집어 쓴 너는 빨래일 것이다. 결국 집게가 빨래줄에서 물고 있는 빨래는 시인의 분열된 자아다. 빨래는 수분을 증발 시키며 마른다. 마르며 소리치고 싶은 것이다. 원형질을 찾아가는 것은 희열일 것이다. 이때의 비명은 기쁨일 것이다. 울음을 물고 있는 집게는 집게대로 먼 세계를 끌어들여 울음을 희석시키고 있는 것이다. '파란' 간 『창문을 닦으면 다시 생각나는 구름처럼』 중에서. 김윤배/시인

김종경 기자 iyongi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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