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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로개설 목적인 보라근린공원 조성사업이 계획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음에도 지난 2011년 완공된 기흥 2-129호 도로. 특정 시의원의 압력으로 개설된 것으로 알려진 이 도로 끝에 세워진 ‘공원진입로’라는 안내 표지판만이, 이 막다른 도로의 개설 목적을 알려주고 있다. |
기흥구 나곡중학교 인근 보라동 190번지 일원. 지난 2011년 이곳에는 길이 140m, 폭 8m규모의 용인도시계획도로 기흥 소2-129호 도로가 개설됐다. 그러나 길이 140m의 도로는 막다른 도로로 사실상 도로로서의 기능이 없는 도로다. 취재진이 현장 취재에 나선 지난 24일 20여분의 시간동안 서너대의 차량이 이 도로에 진입했다가 돌아나갔다. 이 도로 끝에 있는 “이 도로는 보라공원 진입도로”라는 기흥구청장의 명의의 안내표지판 만이 막다른 도로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시에 따르면 이 도로는 안내표지판에서 공지한 것과 같이 ‘보라근린원원 진입도로’로 개설됐다. 보라공원과 ‘기흥 소2-129호’ 도로는 지난 2003년 도시기본정비계획 수립당시 공원부지와 진입로로 계획됐다.
그러나 현재까지 공원 조성을 위한 행정절차 및 토지보상 등의 행정은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 23일 시 관계자는 “보라공원의 경우 현재 어떤 계획도 수립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공원조성계획도 수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진입도로부터 개설된 셈이다.
공원진입로 불구, 공원조성계획은 없어
시 건설과에 따르면 ‘기흥 소2-129호’도로는 지난 20011년 총 사업비 9억 여원을 들여 개설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008년 당시 도시공원과로부터 공원진입로 개설요청이 있었고, 다음해인 2009년 다음연도 본예산에 용역비를 확보한 뒤, 2010년 1월 공사에 착공했다.
시 관계자는 “공원조성을 빨리 해 달라는 주민들의 요청에 따라 진입도로를 개설한 것”이라며 “진입로가 개설되면 공원조성이 빨라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공사를 추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도시계획 관계자에 따르면 이 같은 진행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도로개설의 시급성이 없다는 것. 현재 용인지역에는 10년 이상 장기 미집행 된 도시계획 시설이 215개나 있고, 이중 우선순위에 밀려 30년 이상 미집행 된 도시계획도로 만 90곳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시는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에 대해 ‘도시계획시설 단계별 집행계획’을 세워 진행하고 있다. 즉 이 도로는 목적사업인 보라공원 조성계획이 단계별집행계획 우선순위에 없기 때문에 도로개설의 시급성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 도로의 경우 우선순위에 올라있었다는 것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공직사회, 시의원 개입 ‘쉬쉬’
공직사회에 따르면 이 도로 개설배경에는 P시의원이 존재한다. P시의원이 기흥구청과 도시공원과 등에 ‘공원조성 조속추진요구 민원’ 등을 앞세워 도로 우선개설을 요구했다는 것.
익명의 관계자는 “시의원 등의 요구와 상급자들의 지시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해당도로 개설을 진행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 2011년 행정사무감사 당시 몇몇 시의원이 이 도로 문제에 대한 자료를 요구하자, 기흥구청 측이 난색을 표명하며 거부한 바 있다.
당시 기흥구청장은 도로문제를 지적하는 시의원에게 “동료 시의원이 개입된 일”이라며 감사를 피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담당과장의 경우 “시의원이 개입된 일이라 매우 난처하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공직자들은 당시 서정석 시장과 소속정당은 다르지만, 친분관계를 유지했던 P 시의원의 압력으로 이 도로개설사업이 단계별계획 우선순위에 오를 수 있던 것으로 보고있다.
시에 따르면 기흥 소2-129호 도로가 개설되면 인근 토지들은 개발이 불가능했던 맹지에서 대지로 바뀌었다. 또 일부지역의 경우 개발행위 허가가 구청에 접수되기도 했다.
부동산 전문가는 “도로 개설 후 맹지였던 인근 토지가 대지로 바뀌며 지가가 상승했고, 이 지역의 경우 교육여건 등이 좋아 전원주택 부지로 적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P의원의 도로개설 압력 배경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P 시의원은 취재진의 수 차례에 걸친 전화와 문자메시지에도 불구 통화가 연결되지 않았다. 단 P 시의원은 지난 2011년 해당 도로개설을 요구한 이유에 대해 “주민들의 민원과 요구가 있어 지역 시의원으로 이를 시 행정에 반영토록 전달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