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시련 딛고 반드시 명예회복”

  • 등록 2025.11.03 09:5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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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현 전 국회의원

 

재선 국회의원 지낸 용인 토박이 정치인
공들였던 ‘서울~세종 고속도로’ 큰 보람
이재명 대통령, 흙수저 출신 오히려 강점
주변서 정계 복귀 권유… 지금은 숙고 중

 

용인신문 | 1998년 용인시의원으로 정치를 시작해 시의회 부의장과 의장을 거쳐 용인갑선거구에서 재선 국회의원까지 지낸 토박이 정치인 이우현. 27년간 용인의 발전을 위해 뛰었지만, 정치적 시련을 겪은 후 한동안 대중의 시야에서 멀어져 있었다. 그런 그를 한 행사장에서 우연히 만났다. 언론과의 접촉을 꺼리던 그는 기자의 끈질긴 요청에 어렵게, 그간의 심경과 소회를 털어놓았다. 사법처리 이후 언론과의 첫 인터뷰라고 밝힌 이 전 의원의 지난 시간과 미래에 대한 구상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지난 2년 간의 시간에 대해 묻자 그는 “고초의 시간을 겪으며 나를 되돌아보고, 힘든 시절 나를 찾아준 고마운 분들을 만나며 지냈다”고 입을 뗐다. 정치에 몸담으며 소홀했던 가족들과 대화도 나누고, 억울하게 당했던 일과 정치인으로서 보람 있었던 순간들을 정리하며 자서전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축구를 할 만큼 건강은 자신 있다는 그는 여전히 단단해 보였다.

 

■ 고향인 원삼면 ‘천지개벽’ 남다른 감회

그가 없는 동안 용인은 몰라보게 변했다. 특히 처인구의 변화는 격세지감이다. 그는 “국회의원 시절 직접 참여해 설계하고 예산을 확보했던 서울~세종 고속도로가 완공되고, 그 길을 통해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것을 보면 정치인으로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특히 고향인 원삼면에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선 것에 대한 감회는 남달랐다.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모두 부정적이던 서울~세종 고속도로의 필요성을 관저까지 찾아가 30분간 직접 설명하고 설득해 관철했습니다. 그렇게 원삼IC 유치가 확정되자, 저는 용인시 공직자들에게 ‘원삼은 규제가 없는 지역이니 150만 평 규모의 산업단지를 유치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당시 SK 측 국회 담당 임원이었던 이형희 위원장(현 SK수펙스추구협의회 위원장)에게도 원삼의 잠재력을 여러 번 설명했죠. 안보, 환경, 도로 등 모든 조건이 맞아떨어진 결과입니다. 고향 원삼과 처인구, 나아가 용인 전체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불어넣었다는 점에서 정치 인생 중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 용인의 분열된 정치 지형 아쉬움

지역 발전에 대한 보람을 이야기하던 그의 얼굴이 용인 정치 현실 부분으로 넘어가자 이내 무거워졌다. 그는 현재 용인의 분열된 정치 지형에 깊은 아쉬움을 표했다.

 

“선거 때는 여야가 대립하고 싸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고 당선되면, 용인에는 오직 ‘용인당’만 있어야 합니다. 국회의원, 시장, 시의원, 도의원 할 것 없이 모두가 용인 발전을 위해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지금은 너무 표면적으로 여야가 갈라져 대립하고 있어요. 지방 정치는 이래서는 안 됩니다.”

 

현역 정치인들에 대한 평가를 묻자 그는 쓴소리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자신의 지역구인 처인구 이상식(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볼 때마다 여야를 떠나 지역 화합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여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평했다. 반면 다른 일부 의원들에 대해서는 “당선 이후 한 번도 보지 못했다”며 소통 부재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특히 시의원들을 향해 “시의원들은 절대 정치적인 색깔을 가져서는 안 된다”며 "오직 시민만 보고 지역 발전을 위해 뛰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최근 열린 ‘용인시민의 날’ 기념식에 지역 국회의원들이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던 점을 지적하며 “용인에서 정치를 하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용인에 뼈를 묻을 각오로 시민을 섬겨야 한다”고 일갈했다.

 

■ 이 대통령과 한때 ‘정치적 동반자’

인터뷰 말미, 그는 이재명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 묻자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2006년 시장선거에 함께 출마했다 낙선한 뒤 교류하며 한때 ‘정치적 동반자’로 지냈던 인연이 있다.

 

“내가 본 이재명 대통령은 나 같은 ‘흙수저’입니다. 평생을 ‘갑’으로 살아온 여의도 정치인들과는 달리, 우리는 살아오면서 대부분 ‘을’의 입장에서 세상을 경험했습니다. 어렵고 힘든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는 법을 안다는 뜻입니다. 그런 점에서는 나라를 더 잘 이끌어갈 수 있으리라는 긍정적인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현재의 거대 여당 체제에 대한 우려와 함께 날카로운 조언도 덧붙였다. “지금처럼 입법, 사법, 행정을 모두 좌지우지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가졌을 때일수록 독선에 빠져서는 안 됩니다.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국민이 바라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부디 그 힘을 국민을 위해 올바르게 써주길 바랍니다.”

 

■ 별건에 별건 수사 ‘억울’… 불법 후원금 반성

그의 인생에 가장 큰 시련이었던 사법처리 부분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는 ‘정치보복’이라는 단어를 쓰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당시 여당의 핵심으로서 야당에 강한 발언을 많이 했습니다. 그것이 ‘적폐’로 몰려 정치보복을 당했다고 생각합니다. 제 직접적인 사건도 아니었고, 별건에 별건의 별건으로 엮여 들어갔습니다. 3심까지 무죄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부분은 너무나 억울합니다. 이 모든 과정을 자서전을 통해 소상히 밝혀 진실을 알리고자 합니다. 손녀딸이 인터넷에서 할아버지 이름을 찾아봤다는 말에 더는 침묵할 수 없다고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과오에 대한 반성과 사과도 잊지 않았다. “과거 선거 과정에서 일부 불법 후원금을 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깊이 반성하며 시민들께 용서를 구합니다. 고초의 시간 동안 지난 정치 인생을 돌아보며 많은 반성을 했습니다.”

 

■ 선거 앞두고 이제 ‘결심의 시간’

최근 그의 자서전 집필 소식과 맞물려 지역 정가에서는 시장 선거나 총선 출마 등 그의 정계 복귀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즉답을 피하면서도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아직 제 자신도 결심하지 않았고, 주변의 권유를 들으며 숙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인이 정치를 안 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말입니다. 시민들로부터 과분한 사랑을 받았지만, 정치적 보복으로 큰 실망을 안겨드렸습니다. 언젠가는 반드시 명예를 회복해서 제 손자, 손녀들에게 떳떳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는 “올해 많은 분과 의논하고 가족들과도 상의해 마음의 결심을 할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우정과 의리를 중시하고, 당을 초월한 ‘용인당’을 외치는 토박이 정치인 이우현. 정치적 시련을 딛고 명예회복을 꾀하는 그의 다음 행보에 지역 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담: 본지 발행인/ 대표 김종경>

김종경 기자 iyongi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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