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지역입법 역할 ‘도마위’
용인시의회가 상위법에 맞지 않는 조례 개정을 강행했다가 최근 대법원으로부터 ‘효력정지’처분을 받아 논란인 가운데, 시의원들이 조례발의 및 심사 과정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특히 6대 의회 출범 후 일부 시의원들이 발의한 조례의 경우 대의명분을 앞세워 특정집단의 이익을 반영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킨 사례가 종종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의회 측은 “각종규제를 완화할 때 어쩔 수 없이 반대급부를 얻는 집단이 생기기 마련”이라며 “시 전체적인 규제완화가 목적이지, 특정집단의 이익을 위한 의정활동은 전혀없다”는 입장이다.
시 공직사회를 비롯한 지역사회는 이 같은 시의회 측 공식입장은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다는 평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의혹 등이 제기된 일부 의원들의 경우 시 전체의 공익보다는 특정집단과의 연관된 입법 활동 의혹이 짙다는 것이 중론이다.
조례개정 후 주거지역 내 주유소 ‘우후죽순’
지난 2010년 10월, 6대 시의회 출범 후 세 번째 임시회인 제153회 임시회에 김순경, 신현수, 고광업 시의원이 공동 발의한 ‘용인시 도시계획조례 일부 개정안’이 상정됐다.
개정안은 그동안 규제돼 왔던 제1종 일반주거지역 내에 주유소, 석유판매소, 액화가스판매소, 도료류 판매소 등의 건축을 허용하는 것과 보전녹지지역 및 보전관리지역 내에 들어설 수 있는 교육연구시설 중 유치원을 추가하는 것이 주요골자다.
당시 지역사회 안팎에서는 해당 조례개정 배경을 놓고 논란이 제기됐다. 도시계획 상 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묶여있는 특정지역에 주유소 건축을 추진 중인 사업자가 있었고, 보존녹지지역 내 유치원 신축의 경우 조례를 발의한 시의원이 사실상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언론에서는 이 같은 문제를 제기했지만, 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는 이를 원안 가결했다.
당시 조례를 발의한 시의원들은 “상위법상 가능한 허가를 시에서 과도하게 규제해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이를 완화해야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시에 따르면 해당조례 개정이후 현재까지 용인지역 내에서 주유소 13곳과 가스충전소 8곳이 신규로 허가됐고, 이중 일부 주유소의 경우 규제가 완화된 1종 주거지역 내에 들어섰다.
특히 1종주거지역이 대부분인 기흥구 보정동 지역에만 주유소 4곳이 허가됐다.
상위법 국회계류 불구, 의결 강행…3개월 만에 다시 개정
2011년 6월 열린 제161회 임시회. 당시 시 집행부는 시의회에 ‘용인시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 및 대규모·준대규모점포의 등록제한 등에 관한 조례안’을 상정했다.
조례안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전통시장 대지경계로부터 직선거리 500m이내의 범위를 전통상업보존구역으로 지정, 대규모점포 및 SSM 등 준 대규모 점포의 입점을 제한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당시 18대 국회에는 대기업의 골목시장 침투를 막기 위한 법적 수단으로 대형유통업체의 입점제한을 기존 500m에서 1km로 강화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상정돼 있었다.
보궐선거정국이던 당시 국회는 여·야 모두 유통법 개정안 의결을 약속했고, 시에서 조례가 제정된 며칠 뒤인 6월 30일 법안이 공포됐다. 시 집행부가 조례를 상정하고, 시의회 측이 이를 의결한지 10여일 만에 상위법 개정안이 통과된 것이다.
당시 지역사회 내에서는 시에서 제정하는 전통상권보호조례가 오히려 대형마트 등의 입점을 허가해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통시장 경계 500m~1km사이 3곳에서 총2000세대 규모의 주택재개발사업이 진행 중이고, 이들 재개발사업 주체 측은 아파트분양 등을 감안해 대형마트 입점 등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 시의회 복지산업위원회는 찬반토론 조차 없이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당시 설봉환 민주당 대표 시의원은 법 개정안이 국회계류중이고, 조례내용과 개정법안 내용이 상충된다는 지적에 “일단 심의한 뒤, 상위법이 바뀌면 다시 개정하면 된다”고 말한 바있다. 설 의원은 조례제정 3개월 뒤인 2011년 9월 조례개정안을 발의했다.
경사도 완화조례, 발의 직후 자체철회 ‘촌극’
조례제·개정을 둘러싼 시의원들의 이권개입 의혹은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20011년 4월 제159회 임시회에는 정창진, 신현수 시의원이 임야 등 산지의 개발행위가 가능한 경사도를 현행 17.5도에서 평균경사도 20도로 완화하는 내용의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상임위 심의직전 자체철회했다.
당시 지역사회 및 지역건설업계 전반에 경사도 완화조례가 특정 토목사무실과 건축사사무실에서 추진하던 개발행위와 맞물려있다는 소문과 포곡읍 일대 임야의 매매계약과 연관됐다는 설이 파다했다.
당시 조례를 발의한 정 의원은 이에 대해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정 의원은 지난해 12월 처인구 지역만 경사도를 완화하는 내용으로 시 집행부가 시의회에 상정한 조례안 개정을 적극 지원 해 동료의원들로부터 눈총을 받기도 했다.
6대 의회 연이은 사건, 의혹키워
시의회 의정회와 지역정가는 이 같은 문제 해소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의회 자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시의원들의 겸직도 허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 전직시의원은 “시의원 유급화로 시의원의 직업화는 이뤄진 반면, 시의원들에 대한 처우는 그대로인 점이 문제 중 하나로 보인다”며 “현 지방의회 구조가 시의원들이 유혹에 빠지기 쉬운구조가 돼 버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직 정치인은 “특히 6대 시의회 들어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시의원들이 진정성있는 의정활동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연이은 사건으로 시의회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안 좋은 만큼 의혹의 눈초리도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