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ㆍ용인시 말렸지만 법체계 외면한 '마이웨이'

  • 등록 2013.01.11 23: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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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정가 “대의기관 존재명분 망각행태” ‘비난’

   
▲ 지난해 6월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영유아보육시설조례 재의요구안에 대해 찬성토론하고 있는 김선희 의원 모습.

 

지난해 6월 상급기관인 경기도의 ‘상위법 위반’ 판단에 따른 시 집행부의 재의신청에도 불구, 용인시의회가 의결한 ‘영유아 보육시설 조례 개정안’이 효력 정지됐다.

상위법과 조례 간의 괴리로 행정을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시 집행부가 제소한 효력정지 소송을 대법원이 받아들인 것. 시의원들의 법을 넘어선 월권행위를 대법원이 제지한 셈이다. 결국 논란 끝에 시의회가 재의결한 조례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돼 버렸다.

그럼에도 시 집행부는 해당 조례 개정안 마련을 위한 조치를 또 다시 시의회 측에 맡겼다.

“시의원들이 발의했던 조례인 만큼, 시의회에서 해결하는 것이 모양새가 맞다”는 명분이지만, 사실상 시 집행부와 시의회 간의 관계유지를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다수의 공직자들은 시 집행부 측의 이 같은 조치에 반발하는 분위기다. 시의회가 시 공직자들의 신뢰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조례 재의결 당시 수 차례에 거쳐 문제점을 제기했음에도 시의원들이 이를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무시했기 때문이다.

한 전직 시의원은 “과거와 달리 시의원들의 성향이 지역주의·개인주의적으로 변화된 경향이 있다”며 “이번 일은 대의기관으로서 시의회의 존재 이유를 망각한 행태”라고 비난했다.

시에 따르면 영유아 조례 개정안에 따른 소송 비용으로 현재까지 350여 만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본안소송이 끝까지 진행될 경우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그러나 대법원에서 진행 중인 본안소송은 아직 시작도 하지 못한 상황이다. 시의회 측이 제소 후 6개월 이상이 지난 현재까지 법원이 요구한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동료의원 표심잡기에 밀린 ‘상위법’

문제는 시의원들이 지방자치법과 영유아 보육법에 위배됨을 알면서도 해당 조례를 의결한 배경이다. 조례안 재결의 이후 시 집행부는 상위법에 근거해 행정을 집행했고, 이를 문제 삼은 시의원들은 없었다. 해당 조례를 의결한 시의원들도 문제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시의회는 후반기 의장단 선거를 앞두고 있었다. 당시 시의회 분위기는 이우현 의장과 이상철 전 의장, 김순경 의원의 의장출마에 따라 세 갈래로 나뉘어 있었다.

한 시의원은 “어느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던 상황에서 3명의 시의원이 공동 발의하고, 그 외 몇몇 시의원들이 적극 동조하는 조례안 의결요청은 어떤 쪽이든 쉽게 거부할 수 없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즉, 의장선거 후보자와 함께 의장단 선거에 뛰어든 시의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한 시의원에 따르면 당시 조례안을 대표발의한 의원과 특정 시의원이 각 후보 진영을 일일이 찾아다녔다. 조례 의결을 위한 포석인 셈이다. 이 과정에서 각 후보들은 의장단 선거 표심을 계산했다는 설명이다. 한 시의원은 “솔직히 그 당시 의원으로서 부끄러운 감정을 가졌었다”고 말했다.

결국, 재의 요구된 조례안은 제168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상위법 위반’을 강조한 김선희 시의원 한 사람을 제외한 다른 의원들의 외면 속에 다시 의결됐다.

김선희 의원은 “당시 상황을 생각하면 너무도 아쉽다. 민의의 대표로 뽑힌 시의회의 대외적 이미지가 매우 실추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라며 “이번일을 겪으며 초심을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한편, 상위법을 무시한 채 조례개정을 강행한 배경에 대한 또 다른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첨예한 대립상황을 연출했던 용인시 어린이집 연합회장 선거도 배경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것.

실제 조례 개정안 재의결 직전인 지난해 5월, 어린이집 연합회장 선거과정에서 특정 후보를 지원하던 A어린이집 원장이 상대후보 측에 “보육조례 개정 등 보육관련 정책 대부분이 이들을 통해 우리가 해 낸 것”이라며 “B 후보가 되지 않을 경우 3년으로 규정돼 있는 시립어린이집 원장 임기 등도 5년으로 바뀌지 못할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된 바 있다.

특히 당시 A 어린이집 원장은  “각종 선거에서 정치인들을 도왔고, 이들(정치인들)과 공생관계에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관련기사 본지 917호 4면>

A 어린이집 원장의 발언만 본다면, 결과적으로 시의회가 A 어린이집 원장 측 말에 좌우됐다는 설명이다. 당시 A 어린이집 원장이 거론한 시의원은 박남숙·박재신 의원 등이다.

공교롭게 박재신 의원은 이 조례를 대표발의 했고, 박남숙 의원은 조례 의결을 측면 지원했다. 그러나 당시 시의회 측은 “조례안 재의결은 시의원 개개인의 자유의사에 의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이강우 기자 기자 hso09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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