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유래없는 재정난을 겪고 있는 용인시가 수 백 억 원이 투입되는 민자도로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다. 특히 내년도의 경우 사실상 패소한 경전철 국제소송에 따라 발행한 지방채 상환 등으로 가용재원이 600억 여원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돼 논란은 더욱 확산추세다.
앞으로 4~5년 간의 재정운용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민간사업자와 약속한 기한 내에 시 투자분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 지체보상금 등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 측은 공사착공시기 조정 등을 통해 시 재정부담을 최소화 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시의회를 비롯한 지역사회의 시선은 곱지 않은 상황이다. 시 공직사회도 비슷한 분위기다.
현재 내년도 예산을 편성하면서 재정악화에 따른 긴축 기조로 민간보조금 등의 대폭 삭감과 각종 시책사업을 중단하는 상태에서 민자도로 사업 진행은 무리수라는 지적이 중론이다.
시는 지난 2010년 12월 한신공영(주) 측이 제출한 ‘기흥~용인 간 민자도로 민간 제안서’에 대한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경부고속도로 기흥IC 인근에서 처인구 삼가동까지 총 연장 6.9Km의 이 도로는 당초 지난 2007년 서정석 시장 당시 기본협약을 체결했다.
시는 지난해 체결한 실시협약에 따라 오는 2015년까지 총 공사비 2031억원 중 539억 원의 토지 보상비를 지급해야 한다.
문제는 이 민자도로의 실효성 여부다. 시와 민간사업자 측은 중앙민간투자심의위원회와 경기개발연구원 교통수요조사 등을 통해 사업성이 검증됐고, 실시협약 체결직전 재검증 용역도 완료했다는 입장이다. 상습 정체구간인 경부고속도로 기흥IC~신갈IC의 교통수요를 분산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시 관계자는 “도로가 개통되면 경부선을 통해 용인지역으로 유입되는 차량들의 이용이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의회와 공직 내부에서는 용역결과의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다수다. 지난 2007년 최초 협약당시 이 도로는 삼가~포곡간, 포곡~양지 간 민자도로와 연결되는 것으로 계획됐다.
당시 시 측은 세 곳의 민자도로가 개통되면 경기도에서 진행 중인 국지도 57호선 및 지난달 완공된 동백~마성간 도로 등과 연결돼 연간 500억원 대의 물류비용 절감 등 기대효과를 대대적으로 홍보 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2010년 김학규 시장 취임이후 김 시장이 이들 민자사업의 재검토를 천명했고, 가운데 구간인 삼가~포곡간 민자도로의 경우 사실상 사업이 해지된 상태다.
즉, 허리가 끊긴 민자도로의 실제 이용도는 교통수요 예측 용역결과에 못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또 정부차원에서 진행 중인 광역도로망 사업도 민자도로의 수요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용인지역에는 △제2외곽 순환도로 △신갈 우회도로와 연계된 삼가~대촌 간 우회도로 △동탄~이동 간 국지도 84호선 △광주~마평간 국지도 57호선 등이 동시 다발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84호 국지도의 경우 현재 실시설계를 진행중이고, 제2외곽순환성은 운선협상 대상업체를 선정해 협상을 진행 중이다. 삼가~대촌간 도로는 이미 착공해 공사가 진행 중이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시에서 539억 원의 토지보상비를 제때 지급하지 못할 경우 공사 지연에 따른 지체보상금 및 손해배상을 해 줄 수 밖에 없다.
시는 경전철 지방채 상환으로 내년도에 1451억 원, 2014년 1294억 원, 2015년 1391억원 등 총 4139억 원을 상환해야 한다.
여기에 내년부터는 매년 수 백 억 원의 경전철 운영비와 자금재조달에 따른 원리금, 상·하수도 민자사업 상환금 등이 꾸준히 지급돼야 한다. 민자사업으로 진행된 수지레스피아 아트홀사업 미지급금 250억 여원도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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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고위 관계자는 “재정상황으로 볼 때 제때에 민자도로에 대한 시 지급금을 집행하기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며 사업 진행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시 건설과 관계자는 “내년도의 경우 시 예산보다는 민간 투자분을 이용해 토지보상과 공사를 진행하고, 2014년부터 시 예산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사업시기를 적절히 조정해 시 재정에 무리가 없는 수준에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도로는 광역도로가 아닌 간선도로의 역할이 주 목적이고, 수요예측 용역의 경우 다른 계획됐던 다른 민자도로와 별도로 진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정식 시의원은 “현재 공사중인 삼가~대촌 간 도로의 경우 토지보상비가 없어 진행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또 다른 민자도로 사업은 시 재정을 더욱 갉아먹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선택과 집중으로 재원을 사용하겠다는 시 집행부의 계획이 이정도 수준이었나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하게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