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인구 이동면에 위치한 한 곰 사육장에서 반달가슴곰 두 마리가 탈출하는 사건이 또 발생했다. 지난 4월에 올해에만 벌써 두 번째다.
불안한 지역주민들은 사육장 관리 단속 등이 절실하다는 여론이지만, 한강유역청 등 관리주체 측은 곰 등이 가축이 아닌 탓에 사육장 관리 규정이 없어 단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야생동물 사육시설 등에 대한 법적 근거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용인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4일 이동면에 위치한 곰 사육장에서 반달가슴곰이 탈출, 수색 하루 만에 모두 사살됐다. 해당 사육장에서는 지난 4월에도 곰 한 마리가 탈출 등산객에게 상해를 입히고 도주하다 사살된 바 있다. 경찰에 따르면 탈출한 곰들은 이날 오전 K씨(64)의 농장 우리를 부수고 탈출했다.
경찰은 민간수렵단체 등과 함께 수색에 나서 이날 오후 1시께 사육장에서 200m가량 떨어진 야산에서 곰 1마리를 사살했으며, 나머지 한 마리는 다음날 오전 9시30분께 농장에서 500m가량 떨어진 야산 정상부근에서 사살됐다.
6년생 암컷인 이들 반달가슴곰은 발정기를 맞아 공격성이 강하고 예민한 상태로, 안전을 위해 사살 명령이 내려진 상태였다.
탈출한 곰들은 철장 안에서 다른 곰들과 싸우던 중 철창의 한쪽 모서리가 뒤로 뜯겨져 나가면서 우리 밖으로 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노후된 사육시설이 연이은 야생 곰 탈출의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주민들은 “곰 사육을 금지하던지 해야지 불안해서 못 살겠다”며 시와 한강유역 환경청 측에 곰 사육 허가 취소를 요구했다. 하지만 환경부 측은 현행법 상 처벌한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도 비슷한 입장이다. 지난4월 발생한 곰 탈출 사건의 경우 탈출한 곰이 등산객을 물어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입건했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처벌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곰 등 야생동물은 가축법을 적용받지 않는다. 따라서 사육시설 등에 대한 기준이 없는 상태다. 결국 이를 단속하기 위해서는 야생동물보호법에 근거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동물학대 또는 불법도축 등의 증거가 없을 경우 처벌할 수 없다.
환경청에 따르면 야생 곰 사육은 지난 1980년대 농가소득 증대를 위한 정부차원의 장려사업으로 진행됐다. 당시에는 산림청에서 주관했지만 90년대 말 야생동물 보호법이 강화되며 환경청으로 업무가 이관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곰 사육 등에 대한 관리규정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해당 농가측은 사육시설 관리 부실 등은 인정하지만 곰 사육으로 오히려 손해를 보고있어 시설투자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농장 관계자는 “법이 강화돼 쓸개즙 등에 대한 판로도 없고, 사료 값만 들어가 막대한 손해를 보고 있다”며 “정부에서 장려한 만큼 곰들을 정부가 사들이던지, 법을 완화해 줘야한다”고 말했다.
결국 정부 측의 섣부른 사업 장려와 미비된 관리규정으로 인해 애꿎은 주민들의 불안만 커지는 상황인 셈이다. 한편, 환경청 측은 탈출한 곰들의 목에서 쓸개즙을 채취한 흔적 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자 부검을 진행했다. 그러나 부검결과 불법 행위는 없던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