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용인너울길 따라 걷기…

  • 등록 2012.03.12 10:2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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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에는 연간 200만 명 이상의 도보길 여행자들이 다녀간다. 제주도의 숨은 길을 찾고, 끊어진 길을 잇고, 사라진 길은 되살리고, 없는 길은 만들어서 지치고 상처받은 이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주올레.

제주올레를 관리·운영하는 (사)제주올레는 지난 2007년 설립된 비영리 단체다. 제주올레는 별도의 입장료 없이 누구에게나 열린 길이다.

성지순례 길로 널리 알려진 유럽의 산티에고를 걷고 와서 만들었다는 제주올레는 현재까지 총 19개 코스가 개발됐다.

제주올레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일상의 탈출을 통한 상처의 치유력을 제대로 느껴 보았을 것이다.

제주올레의 코스별 특징은 저마다 다르다. 대부분 몇 개의 오름(산)이 있고, 마을 안길은 물론 해안도로나 호수 등 다양한 코스를 경유하도록 설계됐다.

인공미는 전혀 찾아볼 수도 없고, 느림의 미학을 맘껏 즐길 수 있도록 간새 모형의 이정표와 푸른 바다와 감귤을 상징하는 두 가지 색 리본이 전부다. 제주도를 있는 그대로 느끼고 즐기라는 뜻이다.

일부 코스가 헷갈려 길을 잘못 들긴 해도 이 또한 추억이 될 수 있으니 좋을 수밖에 없다. 물론 시간에 쫓긴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대부분의 코스가 15~20km 전후로 천천히 걸어도 5~6시간 정도 걸린다. 물론 각자의 여행방법이 다르니 소요 시간을 이야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저 세계자연유산인 제주도 골목골목을 돌아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다.

더욱이 현대인들에겐 차를 타지 않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축복의 길이 아니겠는가. 걸어본 자만이 걷는 묘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전제가 필요하겠지만.

또한 놀라운 사실은 얼마 전 제주올레가 일본 규슈로 수출 되었다는 소식이다. (사)제주올레 측은 규슈에서 ‘올레’ 명칭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하고 코스개발까지 컨설팅 했다고 한다.

제주올레를 상징하는 리본과 화살표 등의 표지를 규슈올레에 제공하고, 매년 자문료를 받게 된다는 것. 제주올레 리본은 파란색과 주황색을 쓰는 데 비해 규슈올레는 제주올레와 같은 파란색과 일본 신사에 많이 쓰이는 다홍색 리본을 사용하기로 하는 등 사실상 제주올레의 복사판이다.

그런데 규슈올레가 만들어진 배경을 보면 동일본 대지진 사태이후 관광산업이 추락,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일본 지방정부의 고육지책이란 분석이다.

규슈올레는 사가(佐賀), 오이타(大分), 구마모토(熊本), 가고시마(鹿兒島)등 4개 현에 1개 코스씩이다. 결국 규수에서 제주올레를 수입한 것은 일본인들의 탁월한 모방력과 생존전략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한국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한 절실한 몸부림인 것이다.

용인신문사가 창립20주년 기념사업으로 <용인너울길>을 개발, 추진 중이다. 이 역시 취지는 제주올레와 같다. 임야와 농지를 합쳐 70%가 넘는 용인지역을 어느 곳에서나 쉽게 접근해 즐길 수 있는 용인판 제주올레를 만들자는 뜻이다.

다만, 관에서 독자적으로 추진할 경우엔 사유재산권 침해 등의 이해관계에 부딪혀 몇 개 코스 이외에는 난관에 봉착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민·관 공동으로 추진하거나 제주도처럼 비영리단체를 만들어 주도하는 게 바람직하다.

아무쪼록 이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용인신문사를 포함한 시민사회단체와 용인시의 적극적인 지원이 전제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제 곧 <용인너울길 따라걷기>가 시작된다. 용인너울길은 어느 코스든 제대로 된 안내 표지판과 너울길을 상징하는 리본만 설치해도 제주올레 못지않은 진한 감동을 느낄 수 있음을 확신한다.

김종경 기자 iyongi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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