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관위가 급기야 국회의원 정수를 300석으로 늘이는 선거구 획정 중재안을 내놨다. 선거일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야 모두 이해관계만을 따지고 있기 때문에 만든 고육지책이다. 이번엔 정치권이 목청 높여 쇄신을 부르짖었기에 일말의 희망을 가졌던 국민들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차라리 정치개혁 특별위원회라는 말을 쓰지나 말던지, 기자도 이 칼럼을 통해 수차례 비판했지만, 갈수록 한심해진다는 느낌뿐이다.
늘 그랬던 것처럼 정치권의 밥그릇싸움은 최고 수준이다. 애당초 헌법재판소의 선거구 불합치 판결을 근거로 했을 때는 인구비율만으로도 용인시는 기흥구와 수지구에서 각각 1석 씩 늘어 모두 5개 선거구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정개특위는 당초 실무위원회에서 제출받았던 현실적인 안들은 몽땅 배제하고, 엉뚱한 안들로 일정부분 합의를 이뤘다. 합의 내용은 지역구 3석(경기 파주·강원 원주 분구, 세종시 신설)을 늘리자는 것. 다만 민주당은 영남 2석, 호남 1석을 줄이자고 주장했고, 새누리당은 영·호남에서 각각 1석씩을 줄이고, 수도권이나 비례에서 나머지 한 석을 줄이자는 것이다.
이렇게 대놓고 막가파식 밥그릇싸움까지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여야 모두 서로의 텃밭을 내주지 않기 위한 것. 선관위와 여야 모두 예비후보 신청과 공천신청까지 받아 전략지역은 이미 공천자 확정을 한 상태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최종 합의를 이루지 못하는 것은 다분히 의도적인 나쁜 꼼수로 밖에 볼 수 없다. 결국 중앙선관위는 촉박한 선거 일정을 감안해 지역구에서 3석을 늘리고, 영·호남에서 각 1석씩을 줄여 의석 정수를 300석으로 늘리자는 안을 내놓게 된 것이다. 300석 중에는 신설된 세종시 지역구 1석이 추가됐다.
그런데 지난 24일 선거구 획정 문제를 논의한 정개특위는 여야 간사들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또 회의를 취소했다고 한다. 정개특위 협상테이블에는 아예 올려보지도 못하고 보류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용인시 선거구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정개특위는 앞서 논란이 됐던 기흥구 선거구의 경우는 인구가 많다는 이유로 동백·상하동을 떼어내 처인구 선거구로 편입시키겠다는 안을 내놓았다가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힌 바 있다.
결국 지역정서와 주민들의 반발로 원점이 됐는가 했더니 이번엔 3개 선거구를 찢어 맞추기 식으로 나눠 헌법 불합치 건을 피해보겠다는 희안한 안이 나왔다고 한다. 지역정서와 거리, 면적 등을 무시한 선거구 획정으로 책임을 모면하려고 한다면 큰 오산이다. 정개특위 위원들은 물론 정치권 모두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정개특위는 더 이상 용인지역 유권자들을 농락하지 마라. 자칫 여야 모두 후보 경선은커녕 선거조차 못할 수도 있다. 일부 후보들은 실제 법적인 보이콧을 검토하겠다며 강력 반발했다고 한다. 어느 후보의 말처럼 선생님이 가르쳐준 시험범위에서 열심히 밤새워 공부했더니 엉뚱하게도 생소한 범위에서 시험문제가 출제됐다면, 그 누가 공정한 시험결과를 기대할 수 있단 말인가. 이는 후보자들 뿐만 아니라 유권자들까지 우롱하는 처사다. 지역정서와 유권자의 권리를 이토록 철저히 무시한다면, 후보자들보다 91만 용인시민들이 나서서 선거를 거부하지 않을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