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미 국무부 연설에서 “글로벌 경제가 1930년대 대공황식 위기에 직면해 있다”면서 “세계 경제는 대공황 당시 발생했던 디플레이션, 보호무역, 고립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현재의 위기가 갈수록 악화되는 것은 물론 어떠한 나라도 이 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일부 나라들이 행동에 나선다고 해결될 위기가 아니라, 전 세계 모든 나라들이 힘을 합해야 해결될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위기”라고도 덧붙였다.
굳이 세계 경제상황을 보지 않더라고 우리나라의 경제전망 역시 밝지 않다. 정부는 지난 12월 ‘5% 성장, 3% 물가’라는 장밋빛 경제전망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이젠 낯 뜨거운 전망이 되고 말았다.
이명박 정부는 정권초기부터 747(연평균 7% 고성장, 소득 4만 달러 달성, 선진 7개국 진입) 공약을 했지만, 완벽한 헛구호로 판명난지 오래다.
이는 세계 경제의 흐름을 전혀 읽지 못한 탓일 수도 있고, 고의적인 과대포장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정부의 내년도 경제전망 역시 ‘준(準)경제위기’ 수준이다. 이제 정신을 차렸는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5%에서 3.7%로 낮춰 예상했다. 이 숫치는 무려 0.8% 포인트를 내린 것으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3.8% 전망)보다도 낮다.
정부가 경제 전망을 이렇게 낮춘 현실적 배경은 유럽 재정위기 때문이다. 수출 활성화가 국내 고용 및 투자를 촉진하는 구조적 특성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이는 우리나라가 유럽위기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있음을 반증한 것이다.
문제는 수출 증가율이 급감할 경우 연쇄적으로 다양한 경제위기 상황이 벌어진다는데 있다. 기업들은 설비 투자율을 낮출 것이고, 이는 곧 내수회복의 바로미터인 취업자 증감수가 내려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려 30%나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분명한 것은 갈수록 대외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제 내수 부분을 중심으로 경제 활력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내수 부분은 정부의 정책 의지로도 일정부분 관리가 가능하다는 셈법이다.
그런데 정부가 세계금융위기 때에도 재정 조기집행 방법과 각종 내수부양 정책을 펼쳤지만, 올해 3.8%에 이어 2년 연속 3%대 저성장이 예고되고 있다.
이는 현 정부가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비난했던 ‘국민의 정부’(5년 평균 성장률 5.0%), ‘참여정부’(4.3%)때보다 크게 떨어진 실적이라고 한다.
역대 정권별 성장률로 봐도 1970년대 이후 최저수준이라니 더 이상 국민 여론도 당국을 신뢰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정부는 경제위기를 말할 때마다 외적 상황만을 탓했고, 허점투성이인 경제전망을 내놓는 등 경제위기 불감증을 보여 왔다.
어떻게 보면 장밋빛 공약이 경제위기를 더욱 부추겼는지도 모른다. 위기감이 없었으니 대책이 있을 리 만무 아닌가.
정부의 경제위기 불감증은 지역경제까지 파탄으로 몰아넣었다.
정부가 장밋빛 공약을 내놓고 있던 사이에 민생경제와 골목상권은 갈수록 붕괴되고 있다. 정부는 이제라도 정권의 눈치를 보지 말고, 국내외 경제상황을 제대로 파악해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