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촉발된 선진국들의 경제실정과 재정위기가 심각한 지경이다. 세계 각국의 민심은 집권세력들에 대해 등을 돌리기 시작했고, 뉴욕의 ‘월가 점령(Occupy Wall Street)’ 시위는 전 세계 곳곳에서 사상 유례없는 동조시위까지 불러왔다.
시위자들은 자신들을 99%의 일반인이라고 부르며 나머지 1%의 부자를 규탄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현상은 비단 미국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심지어 글로벌 경제양극화 현상은 국가 부도위기까지 불러왔다.
또한 중산층의 몰락으로 빈곤층이 대량생산되는 극한 상황이 곳곳에서 연출되고 있다. 월가 시위도 어쩌면 이 같은 맥락에서 터져 나온 일반 시민사회의 경고 메시지인 셈이다.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한 불안감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이미 경제의 양극화로 인한 사회갈등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으니 말이다.
특히 지난 10·26보궐선거 결과가 보여준 다양한 스펙트럼 중 하나는 젊은 층의 분노다.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생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의 결과다.
어느 언론의 헤드라인처럼 대한민국 심장부 한복판에서 50년 정당 정치의 역사를 50일 만에 뒤집어버린 사건이 일어났다.
명망 있는 한 시민운동가가 무소속 후보로 나와 서울시장에 당선됐으니 일종의 선거혁명임을 부정할 수 없으리라.
정치 전문가들도 20~40대 젊은 층의 반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민심의 탄핵, 정치권에 대한 불신 등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아울러 내년도 19대 총선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 일대에 대혁신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좀 더 깊이 생각해보면, 무소속 시민후보의 당선도 의미가 크다 하겠지만 강남권을 비롯한 기득권층의 여론만을 굳세게 대변해온 부자 정당에 대한 심판이다.
또 개함조차 하지 못했던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를 안일하게 아전인수 격으로 이긴 선거나 다름없다고 자만했던 여당에 대한 민심의 재심판일수도 있다.
무상급식 논란은 이미 지난해 6·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승리를 안겨준 복지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번 보궐선거에서도 무상급식을 복지포퓰리즘의 전형으로 규정하면서 민심을 거슬렀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정책을 내놓지도 못했으면서 이미 뚫린 방패로 방어하기에만 바빴던 것이다.
게다가 반값 등록금 문제를 꺼내 반격하고자 했지만, 사회적 화두만 만들었지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젊은 층이 대거 동요하기 시작했고, 결과적으로는 무능한 정부로밖에 인식되지 못했던게 사실이다.
분명한 것은 이번 보궐선거를 통해 또 다시 사회복지문제가 정치권의 화두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그리고 정치권의 변화를 위해서는 시민 사회가 뭉쳐야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온 국민이 확인했다는 것이다.
또 최근까지 우리는 서방국가를 비롯한 제3세계의 독재 권력이 속속 무너지는 것을 보았다. 국민의 욕구가 무엇인지 이해 못한 권력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