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샘솟는 지혜의 샘물을 태아때부터 만들어 주는 것. 16

  • 등록 2011.10.04 10:3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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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의 태교이야기.

가을은 독서의 달이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가운데 귀뚜라미 소리 들어가면서 책을 읽는 운치가 그럴듯하다.

늘 임신부들은 태아에게 무슨 동화책을 읽어줄까 고민하지만 이렇게 하늘이 높고 푸른 가을이 오면 임신부들은 더욱더 책을 읽어주고 싶은 유혹에 빠져들게 된다.

요즘은 너무 좋은 책들이 많아서 예쁜 말과 내용으로 가득 찬 동화를 읽다보면 엄마도 감동을 느낄 때가 많다.

감동을 아기와 함께 나누는 임신부들. 그런데 엄마 뿐만이 아니라 아빠들도 태교에 적극적이어서 굵고 나직한 목소리로 뱃속에 있는 태아에게 책을 읽어준다.

태아는 엄마 뱃속에서 아빠의 정성에 감동을 하면서 총명하게 눈을 반짝이고 들을 것이다. 태아는 엄마의 목소리도 좋아하지만 아빠의 나직한 목소리를 더 잘 들으며, 이같은 태담이 태아의 뇌 발달을 돕는다.

사주당이씨는 태교신기에서 어머니 아버지의 목소리로 직접 책을 읽어주라고는 하지 않았다. 대신 앞 못보는 장님에게 시를 읽어주게 한다거나 경전의 내용을 들려주게 하라고 했다.

앞 못보는 장님들의 아름다운 직업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조선시대 아기들, 특히 양반가의 아기들은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경전 공부를 시작하면서 태어났다.

시를 짓는 기본기를 갖추는 것은 물론이다. 요즘 아기들처럼 귀여운 곰돌이 이야기나, 아기 공룡 둘리 이야기는 꿈속에서도 들을 수 없는 이야기였고, 그만큼 격식과 예의를 아는 아이로 자라났다.

과거에는 지금처럼 책이 흔하던 시절이 아니었다. 책이 귀해서 백성들은 책을 많이 갖기 힘들었다. 조선시대에 소설책은 중요한 혼수 품목가운데 하나로 꼽을 만큼 귀했다. 시집가는 딸을 위해 아버지가 필사를 해서 보냈다는 이야기도 있다.

세책점에서 책을 빌려 읽는 것이 유행했지만 책 삯이 비쌌다. 그도 그럴 것이 세책점의 책들은 직접 베껴 쓴 필사본이 대부분이었다.

흐린 등잔불 아래에서 붓으로 일일이 베껴 쓰는 작업이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그리고 하루에 몇 권을 베낄 수 있었겠는가.

지금은 책의 홍수 시대이니 태아에게 좋은 책을 골라 임신부 마음대로 개성 있는 목소리를 실어 들려줄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옛 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것을 행운으로 여겨야 한다.

요즘 아기들은 엄마 뱃속에서 우리의 전래 동화를 비롯 서양의 동화까지 글로벌하게 듣고 자라난다. 우주를 날아다니는 이야기, 바닷 속 이야기. 땅 속 이야기, 로봇 이야기까지 모두 재밌고 기발하다.

조선시대에 어머니들은 아기가 태어나 자라면 옛날이야기를 들려줬다. 할머니가 해주는 아이도 있을 테고, 어머니가 해 주는 아이도 있었을 테다.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은 어머니가 어렸을 때 읽어주던 책을 어머니의 목소리가 담긴 근원적인 책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자신의 서재에 수천 수만 권의 책이 꽂혀 있지만 그러나 언제나 그에게 있어 진짜 책은 딱 한권이라고 했다.

원형의 책, 다 읽지 못하는 책, 그것은 바로 어머니다. 어머니가 잠들기 전 머리맡에서 소리 내어 읽어준 그 환상의 목소리는 그에게 수십 권의 글을 쓰게 했다.

그는 어머니를 표현하기를 “어머니는 내 환상의 도서관이었으며 최초의 시요 드라마였으며 끝나지 않은 길고 긴 이야기 책이었다”고 술회하고 있다.

너무 감동적이고 가슴이 찡한 이야기다. 우리도 아기들이 태어나 자라면서 어머니 뱃속서부터의 목소리 책을 기억하게 해주자.

그래서 총명하고 감수성이 풍부하고 인성이 바른 것은 물론 평생 퍼 올릴 그리운 감성의 샘을 간직한 아이로 자라나게 해 주자.

그런데 책은 종이에 활자로 박혀있는 것만이 책이 아님을 퇴계 이황은 ‘유산여독서(遊山如讀書)’라는 표현으로 깨우쳐주면서 우리에게 큰 감동을 주고 있다.

얼마나 낭만적이고 멋진 표현인가. 산을 오르는 것은 독서하는 것과 같다는 표현인데, 오르기에도 힘든 산을 유유자적 거닐면서 많은 양식을 얻고 사색의 시간을 가졌던 듯 하다.

이황은 청나라의 문장가였던 기효람 시의 첫줄인 ‘독서여유산 촉목개가열(讀書如遊山 囑目皆可悅)’에서 암시를 얻은 것이라고 한다.

즉, “책을 읽는 것은 산을 노니는 것과 같아 눈길 닿는 것이 다 기쁨이다”라는 독서의 즐거움을 표현한 내용이다.

이황은 낙동강 물줄기를 따라 걸어서 청량산에 도달한 후 산행을 하고 사색에 잠겼다는데 실제 청량산을 올라보니 숨이차고 힘은 들어도 눈 아래 펼쳐지는 기막힌 산세가 사색을 불러일으킨다.

박숙현 기자 europa@yongi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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