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레이더 실증관측소, 국내 기상레이더 기술의 중추

  • 등록 2025.05.06 19: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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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 칼럼

용인신문 |

 

바야흐로 기후변화의 시대다. 지금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예측 불가능한 기상·기후를 마주하며 기후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이처럼 거센 풍파를 마주할수록 떠오르는 말이 있다. 바로 ‘정본견초(正本堅礎)’. ‘뿌리를 깊고 바르게 하며 기초를 단단히 다져야 한다’는 정신이다. 예로부터 성현들은 변화무쌍한 세상일수록 기본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정신은 기후 위기의 시대에도 적용된다. 갈수록 빈번하고 강력해지는 자연재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위험 기상에 대한 선제적 대응 역량을 갖추는 일이 절실하다. 기후변화는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눈앞의 현실이며, 그 속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는 분명하다. 지금 이 순간, 다시 ‘기본’을 다질 때다.

 

기상청의 기본 임무는 기상재해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으로, 태풍, 집중호우 등 위험기상을 감시하기 위해 기상레이더를 운영하고 있다. 기상레이더는 마치 컴퓨터단층촬영(CT)처럼 비구름을 입체적으로 관측한다. 강수 위치와 강도를 정밀하게 파악하고 신속하게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위험기상 대응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기상청은 전국에 10기의 기상레이더를 운영하며 365일 쉼 없이 강수량, 바람 등의 기상정보를 관측하여 국민에게 제공하고 있으며, 초단기 강수 예측 정보 또한 실시간으로 전달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기상레이더가 단순한 장비를 넘어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첨병으로 기능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경기도 용인에 구축된 ‘기상레이더 실증관측소’로, 2014년부터 기상청이 추진해 온 레이더 기술 고도화 및 국산화 정책의 핵심 거점이다. 현업장비와 동일한 기종의 레이더를 상시 운영하면서, 기술 시험과 성능 검증, 핵심부품 개발 등 기술 자립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실증관측소는 해외 의존도가 높은 레이더 부품의 국산화를 추진하기 위해, 2015년부터 필요한 부품을 선별하고 자체적인 특성 분석과 성능 실험을 거쳐 개발한 부품을 실무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더불어 국산화 개발품의 테스트와 수리를 위한 전용 실험 공간도 마련하여, 기술 개발과 유지관리의 효율성을 동시에 높이고 있다.

 

그 결과, 현재까지 15종의 핵심부품 국산화와 25종의 국내 대체 부품 발굴에 성공하였다. 이로써 부품 구매 비용을 대폭 절감하는 효과와 함께, 해외 의존 없이 신속한 부품 조달이 가능한 성과를 거두었다. 이는 단지 비용 절감 차원을 넘어, 기상레이더 운영의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기술 자립의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그뿐만 아니라, 기상청은 국방부, 환경부 등 관계 기관과 범정부 레이더 공동활용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실증관측소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장애 사례 분석, 합동 정비, 운영 노하우 공유 등을 통해 기관 간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전문인력 양성과 유지관리 기술 고도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2021년에는 우리나라의 지형과 관측 환경에 최적화된 신호처리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실증관측소 인프라를 활용한 테스트 플랫폼을 구축하였으며, 자체 신호처리 알고리즘을 개발 중이다. 이는 기상레이더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기술로, 실시간 고속 처리 능력을 갖춘 국산 신호처리기의 개발은 곧 독자적 레이더 기술력 확보로 이어질 전망이다.

 

기상레이더 관측 기술은 비교적 짧은 기간에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다. 이는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실증관측소 엔지니어들이 끊임없이 연구개발에 힘쓰고 기술 축적을 위해 헌신한 결과일 것이다. 기상청은 앞으로도 실증관측소를 기반으로 한 레이더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며, 이를 통해 기상레이더 분야의 선진국 도약이라는 목표를 실현해 나갈 것이다. 기후변화의 시대, 국민의 안전을 수호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기상레이더 실증관측소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박숙현 기자 yongince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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