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 20주년을 맞은 용인시의회가 자축 기념행사를 가졌다고 한다. 필자 역시 용인시민의 한 사람으로, 90년대 초 용인군의회 시절부터 출입 기자였던 인연으로 축하 인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이번 기념행사를 보면 예년과는 달리 시민들과 언론사가 배제된 사뭇 다른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의회가 개원 20주년 기념행사를 하면서 의원들만의 잔치를 열었던 것은 사실로 확인됐다. 그렇다고 의장단이 나서서 기자간담회 한번 했다는 이야기도 들은바 없다.
시의회 측은 좀 민망했던지 기념행사가 끝난 후 달랑 보도자료 한건을 배포했다. 그 내용의 핵심을 전달하자면 다음과 같다.
‘지난 20년간의 의정활동 성과를 정리한 기념 동영상을 방영하고, 그간 의회 발전을 위해 공로가 있는 역대 시의원 및 직원, 김학규 용인시장에게 공로패와 감사패를 수여했다.
이어 전 공공자치연구원 원장인 정세욱 박사의 지방자치 문화정립과 의정 발전방향에 관한 특강을 듣고 내·외빈과 함께 기념 오찬을 함께 하였다’는 고 밝혔다.
이어 ‘1991년 14명의 의원으로 구성된 제1대 군의회를 시작으로 1996년 용인시의회를 개원, 2010년 7월 제6대 지방의회에 이르기까지 용인시의회는 주민의 대표이자 주민의 이익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어 지난 20년간 주민의 곁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시의회는 내·외빈까지 초청한 공식행사였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그런데 정작 일반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지역 언론사조차 모르게 조촐(?)한 행사를 했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확인한 결과, 시의회 측은 선거법 위반을 핑계로 시민과 언론에 알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만약, 행사에 초대해놓고 점심식사를 제공할 경우엔 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궁색한 변명이 아닐 수 없다. 정말 그렇다면 선거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다과라도 대접할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용인시의회가 지방의회의 본분을 스스로 외면했거나 망각한 처사로밖에 볼 수 없다.
지방의회 개원 20주년이 됐으면 전 현직 시·도의원들과 정치인들도 중요하지만, 주인공은 바로 시민들이다.
주인공이 빠진 자축행사를 이해할 수 없다. 최소한 시민사회를 대표하는 인사들만이라도 초청했어야 마땅하다.
물론 시의회가 각종 사건사고로 불명예를 자초한 탓도 없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지방의회는 민의의 전당이요, 시의원들은 시민들의 심부름꾼이자 대변자라고 자처했지 않았나. 그런데 민의와의 소통을 이렇게 거부한다면, 누가 과연 심부름꾼이고 대변자라고 하겠는가.
반면, 비슷한 시기에 치러진 제16회 용인시민의 날과 제25회 처인성 문화제 행사에는 각계 각층에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수천 명을 초청했다고 한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상징인 지방의회가 과연 시민의 날이나 처인성 문화제 행사만도 못하단 말인가. 그렇다고 예산을 쏟아 부어 화려한 행사를 하라는 것도 아니다. 최소한 시민들 몰래 자축하는 모양새는 아니기 때문이다.
시의회 개원 20년을 되돌아본다면 크고 작은 공과가 많다. 그렇다면 시의회 스스로 평가하고 자축할 것이 아니라 시민들로부터 평가를 받는 게 마땅하다.
축하와 격려는 물론 칭찬과 질책까지 지방의회의 미래와 발전을 위해서라면 당연히 그 중심에 시민들이 있어야 한다. 개원 20주년을 맞아 이런 말을 한다는 자체가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