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들은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 다양한 수익사업을 벌이고 있다. 민선시대 들어 지자체에서는 한때 축제가 붐을 이뤘으나 이젠 박람회나 대규모 행사 유치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추세다.
요즘 세계 각국은 기업회의(Meeting)와 보상관광(Incentive Travel), 국제회의(Convention), 전시회(Exhibition)를 묶어 부르는 이른바 'MICE' 산업의 잠재력과 가능성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를 통한 여행객 규모와 생산유발효과가 다른 어떤 산업보다도 크다는 것이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굴뚝 없는 황금 산업을 가장 잘 성장시킨 국가를 꼽는다면 독일이다. 올해도 유럽 최대 전자제품 전시회 ‘IFA(Internationale Funkausstellung) 2011’가 독일 베를린에서 열렸다.
100여개 국가에서 20여만 명의 비즈니스맨들이 찾았다. 100만 명 이상이 관람하는 세계 최대 자동차 전시회인 ‘프랑크푸르트모터쇼(IAA)’도 독일에서 열린다. 또 세계 최대 출판 전시회 ‘프랑크푸르트도서전’도 이곳에서 열리고, 3년마다 뮌헨에서 열리는 국제 건설기계 전시회 ‘바우마’에도 40만 명 이상이 방문한다.
전시회 기간 중엔 뮌헨의 모든 호텔들이 동이 나고, 가격도 평상시의 5배 정도로 오른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나마도 3년 전에 예약이 완료된다는 것.
이렇게 전시회를 통해 수천억 원대의 경제적 효과는 물론 국가와 도시브랜드 파워까지 높여준다. 미국 라스베이거스도 마찬가지다.
매년 1월에 열리는 전자제품 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는 전시기간 4일 동안 무려 1억 1800만달러(약1250억원)의 경제 효과를 가져온다.
이밖에도 국제건축박람회(IBS)·세계 신발 박람회(WSA)·세계콘크리트박람회(WOC)·방송장비박람회(NAB)·나이트클럽&바 박람회 등 세계적 규모의 전시회가 매달 서너개씩 열린다. 사막 한가운데 만들어진 도시임에도 관광과 전시·박람회가 산업으로 성공한 사례다.
프랑스에서는 ‘폴루텍 국제환경전시회’,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정보통신 전시회 ‘MWC(Mobile World Congress)’, 이탈리아의 밀라노에서는 ‘국제가구전시회’ 등을 개최해 세계 산업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에 드는 우리나라에서 아직까지도 세계적인 대형 전시회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 사상 최대 규모의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제주도를 들썩이게 했다. 제주도가 굴뚝 없는 산업 중의 하나로 관광객 유치를 위해 노력한 결과다.
앞으로 제주도를 찾게 될 중국 관광객들은 중국의 건강용품 판매회사인 바오젠(寶健)의 인센티브(보상) 관광객들이다. 무려 1만 1000여명에 이르는 관광객들은 모두 8차례로 나눠 입국할 예정이고, 경제적 파급효과만도 900억 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를 보면 용인시의 갈 길이 자명해진다. 수도권의 각종 규제와 행정력의 부재가 겹쳐 기업환경은 점점 열악해졌고, 결국 향토기업들이 속속 용인시를 떠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용인시 역시 굴뚝 없는 산업으로 눈을 돌릴 때다.
더 이상 무모한 투자보다는 'MICE' 산업의 잠재력과 가능성에 주목해야만 재정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