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용인시 7급 공무원이 뇌물을 받다가 붙잡혀 구속됐다.
자신이 담당하는 도로공사 하청업체로부터 수백만 원의 뇌물을 받던 중 총리실 암행 감찰팀에 의해 현장에서 적발됐다는 것. 그런데 조사과정에서 밝혀진 내용은 더욱 충격적이다.
경찰에 따르면 문제의 공무원은 그동안 10여개의 차명계좌 등을 이용해 6500여만 원을 받았고, 지난 2009년 말에는 또 다른 공사업체로부터 RV차량까지 뇌물로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사실여부는 검찰조사와 재판부의 판단을 더 기다려 봐야겠지만, 현재까지의 정황만 보더라도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문제의 공무원은 왜 이토록 검은 돈을 지속적으로 필요로 했을까. 다름 아닌 도박 자금 때문이었다고 한다.
조사 과정에서 도박판을 벌인 또 다른 공무원 등 6명이 추가로 적발됐고, 또 다른 공무원 10여명에 대해서도 내사가 진행 중이라고 하니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다.
그 뿐만 아니라 최근 1년 동안 4급 공직자 1명과 5급 공직자 2명, 6급 2명 등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되기도 했다.
이래저래 공직기강해이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게다가 뇌물수수혐의로 구속된 공무원은 공직 내부에서 이미 문제제기가 있었던 인물이었지만, 특별한 징계나 인사조치가 없었다는 후문이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용인시 인사조직시스템에 심각한 동맥경화 현상이 발생한 셈이다. 이참에 시는 하루빨리 공직 인사시스템부터 점검해야 할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무너진 공직기강, 그리고 이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이다. 자칫 선량한 공직자들까지 도매 값으로 매도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용인시가 전 직원을 상대로 ‘청렴용인’ 선포식을 한지 불과 2년밖에 안됐다. 전직 시장 시절이었지만, 그때도 청렴 용인과 음주운전예방을 결의한바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됐기에 선포식을 했을 것이다.
당시 시청과 각 구청에서는 모든 공직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청렴용인’선포식을 개최하면서 음주운전 예방을 결의했다.
심지어 도시주택국에서는 사무실마다 청렴을 강조하며 자정의 노력을 하자는 표어까지 커다랗게 붙여 놓았었다. 결국 형식에 그치고 만 셈이다.
이제 용인시는 또 다시 감찰 부서를 통해 직무 감찰 수행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시의 직무감찰 수행계획은 청렴한 공직사회를 구축하고, 스스로 찾아서 일하는 공직문화 확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시민 불편 해소 위주의 감찰활동을 전개하고 사후 처벌 위주 감찰이 아닌 사전예방 감찰 활동 비중을 증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중점 직무감찰 대상 △비위공무원 구제기준 △위반자 조치계획 △행정사항 등 세부 기준을 정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무사안일 등 부적절 행위 공직자에게는 신상필벌의 원칙을 적용, 엄정한 후속조치를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어 주목된다.
물론 적극적인 업무 추진과정에서 발생한 사소한 잘못에 대해서는 관용 기준도를 정해서 능동적으로 일하는 분위기를 위축시키지 않겠다는 전언이다.
민원처리 분야 역시 민원사무처리, 민원담당자 근무태도, 민원창구 등에 대해 감찰할 계획이란다.
바라 건데, 거의 매년 청렴 운동 결의를 함에도 왜 지켜지지 않는지 생각해보자. 때마다 청렴의 목소리를 높여도 도루묵이 되고 마는 이유를, 무엇보다 고위직부터 자성이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