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주년 광복절을 전후한 한·일 외교 전선의 먹구름이 심상치 않다.
얼마 전 일본 자민당 소속의원 3명이 독도 영유권 주장을 위해 울릉도 방문을 강행한바 있다. 물론 정부의 강경대응에 의해 공항입구에서 물러갔지만, 나름대로 그들의 ‘영토 노이즈마케팅’은 성공했다는 평가다.
세계 각국의 이목을 끌며 독도를 분쟁지역화하려는 집요한 의지의 결과다. 결국 우리 정부는 뻔히 알면서도 눈뜨고 당한 꼴이다. 조용한 외교를 표방하던 대통령과 정부가 한순간 섣불리 나섰다가 그들의 의도대로 여론만 부풀렸기 때문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의 주요 신문들조차 지난 5년간 한국과 일본 사이의 바다 이름을 모두 일본해로 표기했다는 점이다.
이 신문들은 북한과 중국 관련 기사가 나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고 하니 우리정부의 무사안일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정부는 해도(海圖) 기준을 정하는 국제수로기구(IHO) 산하 ‘해양경계 실무그룹’ 소속 27개국 가운데 절반 이상이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 표기하는 방안에 반대했다고 밝혔다.
바꿔 말해 동해 단독 표기는 일찌감치 물 건너 간 것이고, 일본해에 동해를 끼워 넣자는 것이 정부의 최선책인 것이다. 참으로 안타깝고 한심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것은 우리 정부가 주장하고 있는 ‘동해(East Sea)’ 라는 표기다. 일본은 지금까지 일관되게 ‘일본해(Sea of Japan)’를 고수했고, 그 결과 국제적으로도 상당부분 인정을 받아놓은 상태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그동안 수많은 독도 전문가와 시민단체에서 주장해온 ‘조선해’라는 표기를 왜 무시해왔는지 모르겠다.
독도지키기 운동 시민단체인 독도본부는 동해 영문 표기 논란과 관련 “동해(East Sea)로는 일본해(Japan Sea)를 이길 수 없다.
일본해를 이길 수 있는 명칭은 동서양에서 오래 전부터 통용되었던 조선해(Korean Sea)”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최근 미국·영국의 ‘일본해 단독 표기’ 지지는 그간 우리 외교부의 ‘동해/일본해’ 병기(倂記) 정책이 근본적으로 잘못됐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지금 사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조선해(Korea Sea)’ 단일 표기의 출발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자가 확인한 결과, 이 같은 주장이 제기된 것은 벌써 10여년 전부터였다. 초대 독도박물관장을 지낸 고 이종학 선생을 비롯한 독도본부 등 시민단체에서는 역사적 근거를 바탕으로 ‘동해’라는 이름은 우리를 중심으로 한 방위 개념에 불과하다고 주장해왔다.
동해는 지구 전체를 고려하는 것으로 국제사회에서 특정 바다의 고유명사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고지도를 보면 중국·일본 등 동양에서는 동해가 조선해로, 서양에서는 ‘Corean Sea’ 또는 ‘Sea of Corea’ 등으로 불린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사용하고 있는 동해(East Sea)는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는 주장이다.
광복 66주년을 맞이한 이때 정부는 일본 제국주의의 망령에 좀 더 단호하고 현명한 대응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최선의 원칙은 세계가 모두 인정할 수 있는 역사성과 보편성 획득에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