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하 우생순)은 지금도 잊혀 지지 않는 영화다. 마치 한편의 휴먼 다큐를 보는 것 같아 눈물까지 흘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2008년 개봉했던 이 영화는 임순례 감독이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 출전했던 대한민국 여자핸드볼 선수단의 실화를 바탕으로 픽션을 가미해 만든 작품이다. 이 영화의 리뷰 줄거리를 빌려오자면 영화는 이렇게 시작된다.
“‘2004 핸드볼 큰잔치’가 열리고 있는 실내 체육관. 우승팀이 결정되지만 관중석은 썰렁하고 축포는 맥없다. 승리 감독은 헹가래치려는 선수들을 벌컥 밀쳐낸다. 챔피언들을 기다리는 건 포상이 아니라 팀 해체 소식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핸드볼 팀 감독과 선수들의 심리갈등 묘사, 그럼에도 힘겨운 생활을 웃음과 눈물로 승화시켜 인간 실존의 문제를 따듯하게 다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엄밀히 말하자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대한민국의 아줌마, 아니 여성들의 파워를 실감케 한 것이다. 비록 영화였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에 관객들은 더 많은 감동의 눈물을 흘렸던 것이리라.
그리고, 2011년 6월7일. 우생순을 촬영했던 용인실내체육관에서는 용인시청 소속팀인 여자핸드볼선수단의 고별전이 펼쳐졌다. 공교롭게도 용인시청팀은 이달 말까지 해체통보를 받은 상태다. 사실상 홈 경기장에서의 마지막 경기였던 셈이다.
그런데 또 하나의 우생순 같은 감동이 펼쳐졌다. 용인시청 팀이 거짓말 같은 승리를 거둔 것이다. 이날은 ‘2011 SK 핸드볼 코리아리그’ 2라운드 3번째 경기였다. 용인시청 팀은 6승 1무 승점 13점으로 선두를 달리던 인천체육회를 물리치고, 공동선두에 올라섰다. 그것도 경기종료 5초전에 30대 29로 종결 점을 얻었다. 이 얼마나 드라마틱한 일인가. 경기장은 해체 위기를 맞은 용인시청 팀의 승리로 감격과 환희의 눈물바다가 되기에 충분했다. 이들의 눈물은 핸드볼이 비인기종목이란 이유도 있었겠지만, 팀 해체의 현실위기감과 회한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해체만이 능사일까. 시는 예산상의 문제를 들어 팀 해체를 일방적으로 추진했다. 이것이야말로 행정편의주의 발상으로밖에 볼 수 없다. 그동안 시청소속 운동부를 경기도민체전 우승만을 위한 도구로밖에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단체장이 바뀌자마자 예산을 줄이겠다며 전격적으로 운동부 해체를 결정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해체가 해결점이 아니라는 점이다. 실례로 역도선수 장미란은 고양시청에 적을 두기 전 용인시청과 연봉협상을 벌인바 있다. 하지만 결렬되면서 고양시청에 적을 둔 후 전 세계를 제패해 위상을 날렸다. 장미란 선수 때문에 고양시는 세계역도선수권대회 개최를 비롯해 크고 작은 성과를 거둬들였다. 지방자치단체가 스포츠 마케팅에 성공한 사례다.
용인시청도 이젠 소속 운동 팀들을 현대적 개념의 스포츠마케팅 차원에서 접근 관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여자 핸드볼 선수단 해체부터 철회해야 한다. 이들은 경기도의 유일한 핸드볼 대표팀이기도 하다. 노력만 하면 얼마든지 회생 책을 마련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법인화를 통한 시민구단 전환도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우물쭈물 하다가는 용인 우생순의 가치를 알아본 기업이나 지자체에 밀려 닭 쫓던 개 신세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