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동의하지 않아도 봄은 온다”

  • 등록 2011.04.04 13: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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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첫날, 몇 가지 이슈로 시끄러웠다. 이명박 대통령은 신공항 백지화에 따른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했고, 경제신문들은 일제히 환율·유가·물가 등 한국경제의 트리플 악재를 우려했다.


정쟁보다 물가비상이 더 큰 관심사로 보였다. 소비자 물가가 4%선을 훌쩍 뛰어 넘었고, 5%대에 육박했다. 당초 한국은행의 소비자 물가 중기 목표치는 3%였으나 여지없이 무너졌다. 환율 1100원선이 무너지면서 수출기업에 의존하는 한국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리비아 전쟁과 일본 대지진 사태는 국제 원유가까지 뒤흔드는 등 모든 게 심상치 않다.


구제역 파동이후 돼지고기(삼겹살) 가격은 세계최고 수준이 됐다. 설상가상 국내 대표적 제분업체인 동아원이 국제 곡물가격 급등에 따른 원가 상승 부담을 덜기 위해 밀가루 출하가격을 평균 8.6% 올린다고 한다. 나머지 기업들의 판매가격 인상도 불가피하게 됐다.
국제 곡물가격 상승요인은 일본 대지진과 원전 방사선 누출로 오염되지 않은 곡물 수요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농무부가 발표한 곡물 재고량이 예상치를 밑돌았다. 자연스럽게 식탁 물가 비상은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자칫 원 달러 환율 하락세와 가계 부채의 뇌관을 건드릴까봐 뚜렷한 처방전을 못 내고 있다. 무엇보다 원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특성상 물가상승 압박 요인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작금의 한국경제 최대 복병을 국제 원유수급 불안 요인을 꼽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석유류나 농산물 가격 급등과 관련 없는 또 다른 물가 불안 요인들이다. 2003년 9월 3.3%로 최대치를 기록했던 전세 가격이 올해 3.7%로 올랐다. 월세 역시 마찬가지다.
앞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발표한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 통계에서도 우리나라 식품물가 상승률은 세계 2위였다.


서민정책을 표방했던 이명박 정부가 정유사를 압박하고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결과는 오히려 반대 현상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공정거래법등을 동원해 물가 잡기에 총력전을 펼쳤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자 전문가들은 이제 ‘소비의 미덕’이 아닌 ‘절약의 미덕’을 강조하고 있다.
원유가에 좌지우지되는 우리나라 경제구조 특성상 절약만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물론 근본적으로 빈부 양극화 현상 해결책은 될 수 없다. 다만 물가 상승 요인이라도 잠재울 수 있는 최소한의 방안임엔 틀림없다.


이제 기나긴 한파도 물러갔고 따듯한 봄이 됐다. 지긋지긋했던 구제역도 한 풀 꺾였다. 일본 대지진 참사에 보내던 온정은 또 다시 독도 영토분쟁으로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4월은 잔인한 달”. T·S 엘리엇(Thomas Sterns Eliot)의 시 제목이자 첫 구절이다. 그런데 불현 듯 1980년대  한국 시단를 흔들었던 최승자 시인의 <봄>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세월은 흘렀지만, 봄은 여전히 잔인하게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동의하지 않아도/ 봄은 온다./ 삼십 삼 세 미혼 고독녀의 봄/ 실업자의 봄/ 납세자의 봄.”최승자의 <봄> 일부분이다.


시인은 벌써 60세가 되어가지만, 아직도 독신이다.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 정신분열 증세를 치료중이다. 
한 시대 자본주의와의 불화, 그리고 내적 불화를 강렬한 시어로 토해내던 그녀에게도 또 다시 봄은 찾아왔을까.


한국 경제의 암울한 전망 앞에서 역사의 퇴보와 불안을 한 편의 시로 거슬려 올라가 되돌아본다.

김종경 기자 iyongi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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