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경제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경제지표야말로 표면적으로는 호황 국면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딴판이다. 장바구니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고, 언론보도 역시 수년 전부터 서민경제 우려를 되풀이 중이다.
최근엔 구제역 여파로 인한 농산물 가격 상승이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의 서민경제 대책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뚜렷한 대책이 나오질 않는다.
제18대 총선을 코앞에 두었던 2008년 3월,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상황 및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점검회의’를 주재한 후 물가안정 대책을 발표한바 있다.
이 대통령은 유가와 원자재 가격 급등, 원화 가치 하락 등이 생활필수품 물가 오름세에 영향을 미친다며 직접 긴급 처방에 나섰던 것이다.
미국 경제도 안 좋았던 때라 극단의 처방전은 공공요금 동결을 비롯한 7가지 내용이었다.
그중 기억에 남는 것은 생필품 50개 품목을 특별 관리하겠다고 공언한 발표였다. 50개 품목 중에는 쌀과 돼지고기, 배추, 무, 마늘, 달걀, 우유, 라면, 자장면 등도 포함됐다. 물론 가격 통제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수입선 다변화와 비축물량 조절 등의 세부적인 대책도 함께 세웠던 것으로 기억된다.
문제는 그로부터 3년이 지났지만, 생필품 물가는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계속해서 올랐다. 서민경제에 직격탄은 생필품 물가 상승이다. 그럼에도 최근 몇 년 간 이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은 모두 국내외 정치이슈에만 몰두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제 선거철이 다가오니까 민심 아우르기 일환으로 서민경제 정책이나 복지 국가론이 정쟁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을 들여다보면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누구하나 믿음이 가질 않는 상황이다.
지역경제 역시 심각하긴 마찬가지다. 개구리가 뜨거운 물에서 서서히 죽어가듯 민생 경제의 불안은 점점 가중되고 있다. 애당초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 회생이라는 여망에 힘입어 500만표 이상 득표를 했다.
그리고 이제 임기 60%를 넘긴 4년차다. 그럼에도 4대강 사업을 비롯한 부자감세 등을 강행, 아직까지 반 서민정책을 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대기업들의 성장세는 지속됐고, 빈익빈 부익부 양극화 현상은 점점 뚜렷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제 중산층조차 구제역 여파로 한우 고기는커녕 돼지고기도 비싸서 못 먹겠다고 아우성이다.
식탁 민심이 흉흉해지면 자연스럽게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반감이 거세지기 마련이다. 게다가 주유소 휘발유 가격도 무려 2100원대를 육박하고 있으니 국가전체의 경제위기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다가 중산층이 더 붕괴되면 우리사회는 소수의 승자와 다수의 패자로 양분화 될 것이 뻔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90년대 중반까지는 중산층이 늘었지만, 외환위기 이후론 중산층 가구 비중이 점점 줄면서 소득 불평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반전의 기미는 전혀 없어 보인다.
정부는 이제 다시 한 번 경제 회복에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단 좀 더 현실성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매번 되풀이되는 임기응변식 대책이야 말로 중산층 붕괴의 가속화는 물론 서민경제까지 서서히 죽이는 꼴이다. 더 이상 경제회복을 염원해온 국민들을 실망시키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