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소송, 모든 세대를 위한 용기

  • 등록 2025.07.03 19: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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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공단이 왜 담배회사와 소송을 벌이고 있을까' 처음 들으면 낯설고 생뚱맞게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 소송은 결코 우리 삶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국민의 건강권과 사회 정의, 그리고 다음 세대를 위한 책임 있는 선택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세대는 흡연의 위험을 충분히 알지 못한 채 오랜 세월을 살아왔다. 중독성과 유해성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한 채 건강을 해쳤고, 그 결과는 수많은 질병과 의료비 부담으로 돌아왔다. 폐암, 심혈관 질환, 만성호흡기질환으로 고통받는 수많은 국민들의 진료비가 매년 3조 8천억 원을 넘는다고 한다. 이 비용은 결국 국민이 낸 보험료로 충당되며, 사회 전체가 고통을 함께 감내하는 구조로 굳어져 있다. 우리가 납부한 건강보험료가 귀하게 쓰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제라도 이 문제에 대해 사회가 정식으로 논의하고, 책임을 묻는 것은 늦었지만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흡연이 개인의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담배 제품의 유해성과 중독성에 대한 충분한 정보 제공 없이, 심지어 그 해로움을 축소하거나 가린 채 이루어진 유통과 마케팅이 존재했다면, 이는 사회가 반드시 되짚어봐야 할 문제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 2014년, 흡연으로 인한 질병 진료비 부담에 대해 국내 주요 담배회사 세 곳을 상대로 533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2020년 기각 판결을 받았지만, 공단은 이에 굴복하지 않고 항소하여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이는 단순한 소송을 넘어 공공의 책임을 묻는 긴 호흡의 싸움일 것이다.

물론 기업의 책임을 법적으로 따지는 일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미국, 캐나다 등 해외에서는 이미 담배회사에 손해배상을 명한 판결들이 이어졌고, 이를 통해 공공의 책임과 건강에 대한 인식이 한층 성숙해졌다. 우리 사회도 이제는 건강에 해를 끼친 상품에 대해 일정한 사회적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긴 세월을 살아오며 ‘책임’이라는 단어가 갖는 무게를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리고 이제, 건강을 해치는 요소에 대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향후 우리의 건강정책 방향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국민의 관심과 지지이다. 이 소송은 공단만의 몫이 아니다. 우리가 낸 보험료가 담배로 인한 피해에 사용되고 있는 현실, 우리가 숨 쉬는 공기가 건강할 권리, 그리고 우리 자녀 세대에게 어떤 사회를 물려줄지를 생각한다면 이 문제는 곧 ‘우리의 문제’이다.

국민 모두의 건강을 위한 길에, 공단 혼자가 아닌 우리 모두가 함께하기를 소망하며, 이번 싸움이 ‘이기는 싸움’이 되기보다는 ‘옳은 싸움’이었음을 증명하는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박숙현 기자 yongince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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