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정부가 발표한 2026년 부동산 세제 개편안의 파장이 거세다. 보유 중심에서 실거주 중심으로 과세 기준을 전환해 초고가 주택과 비거주 다주택자에게 징벌적 세금을 물리는 것이 이번 개편의 뼈대다. 하지만 이 명분 뒤에 숨은 진짜 피해자는 다주택자나 고가 주택 집주인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세금 폭탄의 부작용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뼈아프게 직격탄으로 맞을 이들은 바로 집이 없는 서민과 무주택 임차인들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세제 개편은 단순한 세금 조정을 넘어 수도권 임대차 시장의 구조 자체를 뒤흔드는 시한폭탄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등 보유 공제가 폐지되고,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불이익이 강화되면 세금을 피하려는 집주인들은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고 직접 입주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전세 공급이 줄면 가격 상승은 당연한 수순이 될 수밖에 없다. 전세를 구하지 못한 무주택 임차인들은 월세 시장으로 몰릴 것이고, 늘어난 보유세를 세입자에게 전가하려는 집주인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전세의 월세화’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게다가 주거비 부담에 시달리는 서민들이 외곽으로 밀려나는 주거 양극화와 전월세
용인신문 | “AI가 나보다 똑똑한데 왜 공부해야 하나요.” 아이들이 가장 많이 던질 질문일 것이다. AI는 인간보다 빨리 계산하고 방대한 양을 기억하며, 순식간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시험을 풀고 논문을 요약하며 프로그램도 만든다. 내가 몇 시간을 공부해야 겨우 아는 것을 AI는 단 몇 초 만에 내놓으니, 책상 앞의 아이가 억울할 만도 하다. 그렇다면 공부는 정말 필요가 없어졌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오히려 반대다. AI 시대에는 덜 공부할 것이 아니라 더 제대로 공부해야 한다. 과거의 공부가 정답을 외우는 일이었다면, 앞으로의 공부는 어떤 답을 믿을지 판단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AI가 늘 옳지는 않다. 틀린 정보도 자신 있게 말하고, 편향된 자료를 그럴듯하게 포장한다. 아는 것이 없으면 AI의 말을 그대로 믿지만, 공부한 사람은 '정말 그런가, 근거는 무엇인가' 하고 한 번 더 묻는다. 공부는 AI를 이기기 위한 무기가 아니라, AI에게 속지 않기 위한 힘이다. 좋은 질문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아는 것이 있어야 무엇이 이상한지 보이고, 많이 읽어야 빠진 부분을 알 수 있다. 떨어지는 사과에 "왜"를 묻던 뉴턴, 백성이 글 모름을 불편히 여긴 세종대
용인신문 | 수도권 남부의 교통 허브이자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중심축으로 성장 중인 용인시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발표한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 기준 강화 고시 개정안은 단순한 환경 규제를 넘어, 용인시 대기 환경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이끌어낼 결정적 신호탄이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기존 자율에 맡겼던 중·대형 상용차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의무화'하고, 이를 어길 시 매출액의 1% 범위 내에서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내년부터 15톤 이상 대형 화물차와 트랙터를 시작으로, 2030년에는 15톤 미만 중형 화물차와 덤프트럭까지 규제 대상이 전방위로 확대된다. 감축 목표 또한 2030년까지 30%로 대폭 상향됐다.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1g당 최대 220만 원의 과징금 폭탄을 맞게 되는 만큼, 자동차 업계와 물류 현장의 대전환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가장 즉각적이고 눈에 띄는 변화를 맞이할 곳이 바로 용인시다. 올해 4월 말 기준 용인시에 등록된 화물차량은 무려 4만 8014대에 달한다. 사통팔달의 도로망을 갖춘 지리적 특성상 용인은 하루에도 수만 대의 대형 물류
용인신문 | 어둠이 짙게 깔린 처인구 원삼면 일대,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 현장은 불야성을 이루며 용인의 역동적인 내일을 보여주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한적한 농촌이었던 이 도시는 이제 세계가 주목하는 미래 문명의 심장부로 상전벽해의 전환을 맞고 있다. 1000조 원 규모의 거대한 투자가 쏟아지는 ‘첨단의 빛’은 용인 시민 모두의 가슴을 벅차게 만드는 역사적 쾌거다. 하지만 거대한 공장의 굴뚝과 화려한 스카이라인만으로 위대한 명품 도시가 완성될 수 있을까. 도시의 진정한 품격은 눈에 보이는 외형적 성장을 넘어, 그 땅에 깊숙이 뿌리내린 역사와 사람의 향기, 즉 문화예술의 결에서 우러나온다. 우리는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오며 용인이 품고 있는 웅장한 인문학적 정체성을 너무나 오래 잊고 지냈다. 그저 놀이공원이나 관광지로만 소비하기엔 아까운 도시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용인을 한국 문학사를 수놓은 거성들이 영면한 거대한 ‘정신의 도서관’이라고 불러왔다. ‘생거진천 사거용인(生居鎮川 死居龍仁)’이란 옛말은 단순히 풍수지리적 명당을 넘어, 영원한 안식을 내어주는 용인 대지의 포용력을 뜻한다. 청록파 시인 박목월, 현대소설의 거목 박완서, 근대문학의
용인신문 | 한때 영화관은 사랑을 배우는 곳이었다. 1980~90년대 스크린에는 늘 애틋한 사랑이 있었다. 멜로물은 물론 액션 영화조차 사랑이 빠지면 성립되지 않았다. 첫사랑을 꿈꾸게 했고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는 삶을 동경하게 했으며, 사랑 하나로 세상을 견디는 힘이 영화 속에 있었다. 그 시절 젊은이들의 로망은 세속적인 성공보다 사랑이었다. 하지만 지금 스크린의 풍경은 완전히 달라졌다. 요즘 화제가 되는 영화와 드라마를 떠올려 보라. 마약, 도박, 사기, 조직 폭력, 복수…. 그 중심에는 예외 없이 살인이 있다. 평범한 죽음이 아니라 연쇄살인, 사이코패스, 시체 훼손 같은 잔혹범죄가 흥행 공식처럼 반복된다. 재미와 몰입감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문제는 끔찍함에 대한 ‘익숙함’이다. 처음엔 눈을 돌렸던 장면이 두 번째엔 덜 충격적이고, 다섯 번째엔 아무 감정 없이 지나간다. 반복되는 자극에 적응하는 심리학적 ‘둔감화’ 현상이다. 어느 순간 우리는 사람의 죽음을 비극이 아닌 오락으로 소비하기 시작했다. 현실은 어떠한가. 최근 우리 사회는 상상조차 어렵던 흉악범죄를 잇달아 겪었다. 도심 흉기 난동은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를 남겼고, 안전지대라 믿
용인신문 | 남아프리카공화국에 0대1로 졌다. 답답했고, 실망스러웠고, 화가 나는 경기였다. 누구도 이번 경기력을 잘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감독의 전술도, 선수들의 움직임도, 결과도 모두 아쉬웠다. 그런데 경기가 끝난 뒤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경기 내용이 아니라 인터넷이었다. 포털과 SNS, 유튜브를 가득 메운 댓글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선수들과 감독을 향해 돌을 던지고 있었다. "역대 최악이다", "32강에 가도 창피하다", "감독은 당장 나가라", "국가대표 자격이 없다." 비판을 넘어 조롱과 인신공격이 넘쳐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선수들이 이 댓글들을 하나하나 읽게 된다면 과연 어떤 마음이 들까. 국가대표 선수들은 로봇이 아니다.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다. 누구보다 이기고 싶었을 것이고, 누구보다 패배가 괴로웠을 것이다. 월드컵이라는 무대는 평생 한두 번 설 수 있을까 말까 한 꿈의 무대다. 그곳에서 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스스로를 가장 크게 자책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경기장을 빠져나오자마자 수십만 개의 비난이 쏟아진다면 과연 다음 경기에서 자신 있게 뛰어다닐 수 있을까. 사람은 격려를 받을 때 자신감을 얻지만, 끊임없이 부정당하
용인신문 | 세계 인공지능(AI) 산업을 이끄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방한 일정을 마치고 떠났다. 국내 산업계는 그가 호평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망 역할에 환호하고 있다. 하지만 냉정히 돌아볼 때다. 우리는 과거 하드웨어 제조 강국이었음에도 인터넷과 스마트폰 생태계의 주도권을 번번이 후발주자로 내주었던 뼈아픈 역사가 있다. AI 시대에 이를 반복할 수는 없다. 공급망을 쥐는 것과 생태계의 주인이 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피처폰 시대의 강자가 스마트폰 시대의 패권을 자동으로 보장받지 못했듯, 반도체 제조 역량이 AI 시대의 승리를 담보해주지는 않는다. 젠슨 황의 시선은 이미 다음 단계인 ‘피지컬 AI’, 즉 로보틱스로 향해 있다. AI가 화면을 벗어나 자동차, 공장, 물류 등 물리적 세계와 직접 결합하는 시대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AI 플랫폼과 로봇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세계를 주도할 기업을 아직 찾지 못했다. AI 시대의 삽과 곡괭이는 만들고 있지만, 정작 금광의 주인은 가려지지 않은 셈이다. 결국 그 해답을 가장 먼저 증명해야 할 곳은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되고 있는 바로 이곳
용인신문 | 군 개혁은 언제나 매력적인 구호다. 낡은 것을 바꾸고 비효율을 제거하며 미래를 준비한다는 명분 앞에서 반대의 목소리는 쉽게 시대착오적인 주장으로 몰리곤 한다. 그러나 개혁이라는 단어가 붙었다고 해서 모든 변화가 발전이 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국가안보와 직결된 군 조직이라면 더욱 신중해야 한다. 최근 제기되고 있는 육군사관학교·해군사관학교·공군사관학교 통합 논의 역시 그런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통합을 주장하는 측은 합동성 강화를 내세운다. 현대전은 더 이상 육군만의 전쟁도, 해군만의 전쟁도, 공군만의 전쟁도 아니기 때문이다. 우주와 사이버 공간까지 포함한 다영역 전장이 등장한 오늘날, 군종 간 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합동성이 중요하다는 사실과 사관학교를 통합해야 한다는 결론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합동성은 서로 다른 조직이 전문성을 유지한 상태에서 협력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반면 통합은 서로 다른 조직을 하나의 틀 안으로 묶는 것이다. 둘은 비슷해 보이지만 본질적으로 다르다. 협력과 획일화는 같은 단어가 아니다. 육군은 땅에서 싸우는 법을 배운다. 해군은 바다를 이해해야 한다. 공군은 하늘을 지배하는 방법을
용인신문 | 제10대 용인특례시의회 개원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새롭게 구성된 34명의 시의원 중 더불어민주당 소속이 18명, 국민의힘 소속이 16명이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독주보다는, 여야가 서로 존중하고 타협하며 의정 활동을 하라는 시민들의 균형 잡힌 선택이 담긴 결과일 것이다. 기초의회의 원구성은 사실상 국회의 축소판이나 다름없다. 이미 여야 모두 대표의원을 뽑기 시작했고, 국회의원 보좌관제와 같은 정책지원관들을 배치한 지 오래다. 그러니 국회처럼 의석수에 따라 다수당인 민주당이 의장을, 소수당인 국민의힘이 부의장을 맡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흐름이 된 셈이다. 그래서 여야 모두 의정 경험이 풍부한 다선 의원을 의장이나 부의장에 추대하는 것이 오랜 관례이자 순리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개원을 앞두고 벌써부터 들려오는 파열음은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긴다. 순리에 따른 자연스러운 합의보다는, 저마다의 인물론이나 정치적 도의를 앞세운 경쟁이 과열되는 모양새다. 고작 34명이라는 작은 조직 안에서도 양보보다는 자기 몫을 챙기기 위한 이른바 ‘패거리 정치’의 그림자가 엿보인다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나온다. 이러한 현상의 기저에는 의장단 선출의 오랜 관행인 ‘교황식
용인신문 | 1992년 12월 ‘주간 성산신문’으로 첫 호를 발행했던 용인신문이 2026년 현재 지령 1500호를 맞이했다. 필자가 처음부터 이 신문의 발행인은 아니었다. 창간 후 1년이 지났을 무렵, 지역에서 문화운동을 하던 중 취재기자로 입사했다. 이후 여러 우여곡절을 거치며 경영을 떠맡게 되었고, 현재 발행인이자 편집인, 대표이사로서 오늘에 이르렀다. 지역 주간 신문이 중단 없이 1500호를 이어왔다는 것은 객관적으로도 이례적인 기록이다. 인구 20만의 도농복합시가 110만의 거대 특례시로 급변하는 과정에서, 용인신문은 그 격변의 현장을 가감 없이 기록하는 공적 장치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1500호라는 기점은 자축에 머물기보다 냉정하게 현실을 진단해야 하는 시점이다. 현재 지역 언론이 마주한 미디어 생태계는 극도로 불안정하다. 인터넷 시대의 고착화 속에서 거대 포털사이트의 뉴스 독점 구조는 심화되었고, 텍스트보다 영상에 치우친 미디어 소비 경향은 심각한 이중고를 안겨주고 있다. 생존을 담보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 속에서 지역 언론은 매 순간 도태의 위기를 겪는다. 이러한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용인신문은 활자 매체의 한계를 넘어 본격적인 유
용인신문 | 6·3 지방선거를 앞둔 용인 지역 정가 분위기가 들썩이고 있다. 이번 선거는 4대 지방선거와 교육감 선출이 겹친 대규모 선거인 만큼 지역의 향방을 가를 중차대한 변곡점이 될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보들의 면면이 확정되는 과정에서 드러난 여야의 엇갈린 행보와 공천 잡음 등은 유권자들에게 기대보다 깊은 우려를 안겨준 게 사실이다. 이번 공천 과정에서 나타난 특징은 '기울어진 운동장'과도 비유되는 여야의 엇갈린 처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후보군이 넘쳐나며 (가)번과 (나)번 등 내부 기호 배정을 둘러싼 과다 경쟁이 벌어진 반면, 야당인 국민의힘은 일부 선거구에서 마땅한 대항마를 찾지 못해 고심하는 인물난을 겪었다. 특히 여당 내에서는 컷오프가 되거나 치열한 경쟁 끝에 탈락한 이들의 반발과 해당 행위로 진통이 적지 않았다. 화려하게 짜인 여야 대진표 뒤편에 도사린 공천 불복과 비방전의 그림자가 자칫 이번 선거를 ‘정치 혐오의 장’으로 변질시키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용인시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용인시장 선거다. 현재 용인시장 선거는 국민의힘 소속 이상일 시장의 재선 도전과 더불어민주당 현근택 후보의 대결로 압축되며 전국적인 격전지로 부상
용인신문 | 제9대 용인특례시의회 유진선 의장이 지난 4월 15일, 마지막 임시회를 마침과 동시에 오는 6월 3일 지방선거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3선 의원이자 용인시의회 역사상 첫 여성 의장으로서의 임기를 사실상 마무리한 것이다. 권력의 연장이 당연시되는 지방 정치권에서 기득권을 내려놓고 퇴진을 선택한 것은 그 배경과 상관없이 지역 정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유 의장이 NGO 활동가 출신으로서 제도권에 진입해 쌓아온 ‘현장형 정치인’의 자산을 스스로 정리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유 의장의 지난 의정 활동은 ‘최초’라는 상징성과 ‘현실’이라는 장벽 사이에서 부단한 갈등의 연속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방자치 30년 역사 동안 남성 위주로 공고하게 다져진 용인시의회에서 첫 여성 수장으로서 조직을 이끄는 일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정치력의 한계가 노출되기도 했고, 주변의 견제와 시기가 맞물리며 9대 의회에 대해 혹독한 비판이 제기된 게 사실이다. 이는 유 의장 개인이 짊어져야 했던 구조적 무게이자, 향후 역사적 평가를 통해 규명되어야 할 대목이기도 하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불출마 선언 이후 유 의장이 보여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