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믿었던 집이 어느 날 갑자기 감옥이 된다. 현관문은 열리지 않고 창문으로도 빠져나갈 수 없다. 밖에서는 알 수 없는 위협이 가족을 노리고, 냉장고 속 음식은 하루하루 줄어든다. 구조를 기다리며 시작했던 하루는 일주일이 되고, 일주일은 다시 몇 달과 몇 년으로 이어진다. 넷플릭스 영화 ‘라스트 하우스(The Last House)’는 이 단순하면서도 섬뜩한 설정에서 출발해 한 가족이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생존 스릴러다. 하지만 이 영화를 단순히 ‘집에 갇힌 가족의 탈출극’이라고만 설명하기에는 아쉽다. ‘라스트 하우스’가 정말 보여주고 싶은 것은 괴물도, 재난도 아니다. 모든 것이 사라진 뒤 마지막까지 사람을 버티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인간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묻는 영화다. 집 안에는 부부와 두 아이, 그리고 오랜 시간 가족과 함께 살아온 노견 한 마리가 있다. 처음에는 가족 모두가 곧 구조될 것이라고 믿는다. 먹을 것도 있고 물도 있다. 며칠만 참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무도 오지 않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일상은 무너지고 집 안에 있는 모든 것은 생존을 위한
용인신문 | 개봉을 하루 앞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오디세이(The Odyssey)'가 사전 예매 10만 장을 돌파하며 올여름 극장가를 달구고 있다. 예매 시작과 동시에 IMAX 상영관이 잇따라 매진되고 특별관 좌석 확보 경쟁이 벌어질 정도로 관객들의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흥행을 넘어 하나의 '극장 이벤트'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번 작품은 단순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아니다. 영화의 원작은 약 2800년 전 쓰인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다.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기까지 10년에 걸쳐 겪는 모험을 그린 인류 최고의 귀향 서사다. 거대한 폭풍과 괴물, 유혹과 배신, 신들의 방해를 뚫고 끝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려는 이야기는 서양 문학의 출발점이자 수천 년 동안 수많은 소설과 영화의 원형이 됐다. 놀란 감독은 이 고전을 현대적인 액션 영화로만 소비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장면을 실제 바다와 실제 세트에서 촬영하고, 인공지능(CG)에 의존하기보다 아날로그 촬영 방식을 고집했다. 덕분에 파도가 배를 집어삼키고 거센 폭풍이 몰아치는 장면은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현실감을 선사한다. 시간과 공간을 다
용인신문 | 눈물은 흘리게 하지만 결국 삶을 사랑하게 만드는 이야기…실화부터 가족애, 희망까지 세상에는 수많은 영화가 있다. 두 시간을 웃기고, 긴장시키고, 놀라게 만드는 작품은 많다. 그러나 엔딩 크레디트가 모두 올라간 뒤에도 쉽게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영화는 흔치 않다. 화면은 이미 꺼졌는데도 가슴속에는 여운이 남고, 등장인물의 삶이 마치 내 이야기처럼 오래 맴도는 작품들. 그런 영화는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을 조금씩 바꾼다. 특히 삶이 버겁게 느껴지는 날, 사람에게 상처받은 날, 앞으로 한 걸음 내딛을 힘이 사라진 것 같은 순간이라면 더욱 그렇다. 누군가는 책을 펼치고, 누군가는 여행을 떠나지만, 누군가는 영화 한 편을 통해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전 세계 수많은 관객이 "인생 영화"라고 손꼽는 다섯 편을 소개한다. 가장 먼저 추천하는 작품은 '행복을 찾아서(The Pursuit of Happyness)'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실패한 사업으로 모든 것을 잃은 아버지가 어린 아들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이야기를 담았다. 집을 잃고 지하철 화장실에서 밤을 보내면서도 아들에게만큼은 희망을 잃지 않으려
용인신문 | 여름이면 어김없이 귀신 이야기가 돌아온다. 납량특집 드라마와 괴담 프로그램이 무더위를 식혀주던 시대는 지나갔지만, 공포를 찾는 사람들의 취향은 변하지 않았다. 이제 그 무대는 글로벌 OTT로 옮겨졌다. 올여름 넷플릭스가 내놓은 오리지널 시리즈 '동궁'은 조선 왕실을 배경으로 한 궁중 미스터리와 한국형 오컬트를 결합하며 가장 서늘한 여름밤을 예고한다. 17일 전편이 공개되는 '동궁'은 왕실을 덮친 연쇄 죽음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세자들이 차례로 목숨을 잃고 마지막 왕자마저 원인을 알 수 없는 저주에 쓰러지면서 궁 안에는 오래전 봉인됐던 원혼이 다시 깨어났다는 소문이 퍼진다. 왕은 귀신의 세계를 넘나드는 능력을 가진 구천(남주혁)을 궁으로 불러들이고, 귀신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궁녀 생강(노윤서)이 그와 함께 사건을 추적한다. 두 사람은 동궁 깊숙이 숨겨진 저주의 실체를 좇으며 왕실이 감춰온 오래된 비밀과 마주하게 된다. 표면적으로는 귀신을 쫓는 오컬트 판타지지만, 작품의 중심에는 권력과 인간의 욕망이 놓여 있다. 귀신은 단순히 사람을 놀라게 하기 위한 존재가 아니라, 감춰진 죄와 억울한 죽음을 세상 밖으로 끌어내는 증인이다. 저주의 근원을 따
용인신문 | 살인범을 변호해야만 사랑하는 딸을 살릴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10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인도 영화 '질 수 없는 남자'는 이 질문 하나만으로 관객을 끝까지 끌고 간다. 화려한 액션이나 자극적인 반전보다 법과 양심, 사랑과 책임이 충돌하는 인간의 가장 깊은 딜레마를 그려낸 작품이다. 법정 스릴러의 형식을 빌렸지만 결국 이야기의 중심에는 한 변호사이자 한 아버지의 선택이 놓여 있다. 주인공은 원칙을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변호사다. 돈보다 정의를 앞세우며 죄를 알면서도 변호하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신념으로 살아왔다. 그런 그에게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살인사건의 피의자를 변호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온다. 그는 단호하게 거절한다. 그러나 운명은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그의 신념을 시험한다. 어린 딸이 골수이식을 받지 못하면 생명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유일하게 골수를 기증할 수 있는 사람이 하필 자신이 변호를 거부했던 바로 그 살인 피의자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딸을 살리려면 살인범을 법정에서 구해야 하고, 정의를 지키려면 가장 사랑하는 아이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영화는 이 순간부터 법정 스릴러에서
용인신문 | 금요일 저녁이 되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한다. 이번 주말에는 무엇을 볼까. 새로운 영화와 드라마는 쏟아지지만 막상 리모컨을 들면 선택은 쉽지 않다. 한참을 OTT 화면만 넘기다 결국 아무것도 보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는 일도 흔하다. 그래서일까. 요즘은 오히려 검증된 명작을 처음부터 다시 정주행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미 내용을 알고 있어도 다시 보고 싶은 작품, 시간이 흘러도 재미가 줄지 않는 영화가 진짜 명작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주말 가장 추천할 만한 작품 가운데 하나는 단연 '분노의 질주(Fast & Furious)' 시리즈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시리즈 초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게 되면서 자동차 액션 영화의 전설을 처음부터 다시 즐길 기회가 찾아왔다. 과거에는 이런 영화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극장을 찾아야 했다. 자동차가 화면을 가르며 질주하는 장면과 엔진의 굉음, 타이어가 아스팔트를 긁는 소리는 작은 브라운관 TV로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65인치, 75인치, 85인치 대형 TV는 물론 고성능 사운드바까지 갖춘 가정이 흔해졌다. 집 안 거실이 작은 영화관으로 변하면서 블록버스터를
용인신문 | 화려한 액션도, 숨 가쁜 추격전도 없다. 대신 한 사람의 진심이 담긴 음성메시지가 있다. 올여름 넷플릭스가 선보인 로맨틱 코미디 '음성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Voicemails for Isabelle)'는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을 남기는 작품이다. 지난 6월 19일 공개된 이 영화는 레아 맥켄드릭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조이 도이치와 닉 로빈슨, 닉 오퍼맨이 주연을 맡았다. 상영시간은 115분. 공개 이후 "오랜만에 만난 따뜻한 로맨틱 코미디"라는 호평을 받으며 국내에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영화는 독특한 설정에서 출발한다. 주인공 질은 세상을 떠난 언니 이사벨을 잊지 못한다. 그녀는 이미 세상에 없는 언니의 휴대전화 번호로 매일 음성메시지를 남긴다. 하루 동안 있었던 소소한 일부터 연애 고민, 후회와 그리움까지 누구에게도 쉽게 털어놓지 못했던 진심을 언니에게 이야기하며 상실의 시간을 견뎌낸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언니의 휴대전화 번호는 새로운 사용자에게 배정된다. 새 번호의 주인인 부동산 중개인 웨스는 우연히 질이 남긴 음성메시지를 듣게 되고,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그녀의 유쾌하면서도 진솔한 목소리에 조금씩 마음을 빼앗긴다. 그렇게 잘못
용인신문 | 좋은 글은 사람을 움직인다. 위대한 소설은 한 시대를 바꾸기도 한다. 그러나 넷플릭스 신작 '맨 끝줄 소년'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글은 사람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지배할 수도 있다는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이 작품은 살인이나 추격전으로 긴장감을 만드는 일반적인 스릴러가 아니다. 한 편의 과제, 한 줄의 문장, 그리고 그 문장을 읽는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삶을 파괴하는지를 차갑게 보여주는 심리 서스펜스다. 스페인 극작가 후안 마요르가의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한 작품은 한국적 정서와 대학이라는 공간을 입혀 새로운 이야기로 재탄생했다. 이야기의 출발은 단순하다. 실패한 작가이자 국문학과 교수 허문오는 학생들의 평범한 과제를 읽다가 강의실 맨 끝줄에 앉아 있던 공대생 이강의 글을 발견한다. 다른 학생들의 글은 모두 비슷했지만 이강의 글만은 달랐다. 다음 문장이 궁금했고,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게 만들었다. 작가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살아온 허문오는 자신이 평생 갈망했던 재능을 학생에게서 발견한다. 문제는 감탄이 곧 집착으로 변한다는 점이다.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점차 뒤틀리고, 교육은 통제를 잃으며, 문학은 현실을 침범하기 시작한다. 이 작
용인신문 | 넷플릭스가 선보인 영화 '단테의 손(In the Hand of Dante)'은 쉽게 소비되는 오락영화가 아니다. 단테 알리기에리의 불멸의 고전 '신곡'을 바탕으로 하지만, 중세 문학을 그대로 영상으로 옮긴 작품도 아니다. 단테의 친필 원고를 둘러싼 범죄 스릴러의 외형을 빌려 현대인의 욕망과 탐욕, 그리고 구원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철학적 영화에 가깝다. 작품은 700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어 "지옥은 과연 어디에 있는가"라는 오래된 질문을 오늘의 관객 앞에 다시 꺼내 놓는다. 영화는 바티칸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진 단테의 친필 '신곡' 원고가 암시장을 거쳐 뉴욕 범죄조직의 손에 들어가면서 시작된다. 조직은 원고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단테 연구 권위자인 현대의 작가를 찾아가고, 그는 원고를 감정하는 과정에서 점차 원고 자체보다 그것이 지닌 의미에 사로잡힌다. 영화는 이와 동시에 14세기 이탈리아에서 단테가 망명과 고난 속에서 '신곡'을 집필하는 과정을 교차 편집한다. 서로 다른 시대의 이야기가 병렬적으로 전개되지만 결국 두 시대를 움직이는 것은 동일한 인간의 욕망이라는 점을 드러낸다. 이 작품이 흥미로운 이유는 '신곡'을 종교적 서사나 역사적 유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