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자궁보다 먼저 긴장하는 골반저근 출근길 지하철 계단. 또각또각, 리듬감 있는 하이힐 소리가 역사를 가득 채운다. 타이트한 정장에 하이힐을 신은 여성들은 바쁜 걸음으로 계단을 오르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하루 종일 사무실과 회의실을 오간다. 저녁이 되면 신발을 벗는 순간 가장 먼저 나오는 말은 대개 비슷하다.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아요." 대부분은 발이 아프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형외과와 재활의학, 산부인과에서 하이힐을 바라보는 시선은 조금 다르다. 통증이 시작되는 곳은 발이지만,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나는 곳은 의외로 골반이다. 하이힐을 신는 순간 몸의 무게중심은 앞으로 이동한다. 넘어지지 않기 위해 허리는 더 많이 휘고, 골반은 앞쪽으로 기울며, 엉덩이와 허벅지 근육은 하루 종일 긴장 상태를 유지한다. 겉으로는 우아하게 걷는 모습이지만 몸속에서는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근육 전쟁'이 계속되는 셈이다. 이 변화는 하루 이틀로 끝나지 않는다. 반복되면 허리 통증과 골반 통증, 엉덩이 통증이 만성화될 수 있다. 특히 오래 서서 일하는 승무원, 백화점 판매직, 호텔 종사자처럼 하이힐 착용 시간이 긴 직업군에서는 이러한 근골격계 부
용인신문 | 폭염이 이제는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이 됐다. 사람들은 열사병과 탈수, 심혈관질환을 걱정하지만 생식의학자들은 또 하나의 경고를 내놓는다. 바로 '생식력'이다. 기후변화로 여름이 길어지고 폭염이 일상이 되면서 극심한 열 스트레스가 정자와 난자, 임신 가능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가 세계적으로 활발해지고 있다. 아직 모든 기전이 규명된 것은 아니지만, 분명한 사실 하나는 있다. 생식세포는 우리 몸에서 가장 열에 민감한 세포 가운데 하나라는 점이다. 먼저, 남성의 몸을 보자. 고환이 복강 밖 음낭에 위치한 이유도 체온보다 낮은 환경에서 정자를 만들기 위해서다. 정상적인 정자 생성에는 체온보다 약 2~4℃ 낮은 온도가 필요하다. 고환 온도가 1~2℃만 상승해도 정자 수가 감소하고 운동성이 떨어지며 DNA 손상과 기형 정자의 비율이 증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국제 연구에서도 주변 기온이 높을수록 남성 불임 위험이 증가하는 연관성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지속적인 폭염 노출이 고환의 열 스트레스를 증가시키고 산화스트레스를 유발해 정자 생성 기능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아르헨티나 연구에서는 폭염을
용인신문 | 사랑은 오래도록 시인과 소설가들의 전유물이었다. 가슴이 뛰고, 잠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는 감정으로 묘사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의학과 뇌과학이 사랑을 전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사랑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뇌와 호르몬, 면역계, 심혈관계가 동시에 반응하는 생물학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최근 국제학술지 『국제분자과학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Molecular Sciences)』에 발표된 논문을 참고하면, 사랑과 애착에 관한 최신 연구들을 종합해 도파민, 옥시토신, 바소프레신, 세로토닌 등 다양한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이 인간의 사랑을 만들어내는 핵심 기전이라고 정리했다. 연구진은 "사랑은 감정을 넘어 몸 전체를 변화시키는 복합적인 생리 반응"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먼저 변하는 곳은 뇌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 뇌의 보상회로가 강하게 활성화되면서 도파민 분비가 급증한다. 도파민은 흔히 행복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더 원하게 만드는' 신경전달물질이다. 그래서 사랑에 빠진 사람은 상대를 계속 만나고 싶고, 목소리를 듣고 싶고, 하루 종일 생각하게 된다. 뇌는 사랑하는 사람을 생존에 중요한 대상으
용인신문 | 여름 한낮 기온이 35도를 넘는데도 양말을 벗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에어컨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문제는 계절이 아니라 혈액일 수 있다. 유난히 손발이 차갑고 계단 몇 층만 올라가도 숨이 차며, 아무리 자도 피곤하다면 단순한 체력 저하가 아니라 몸속 철분이 부족해졌다는 신호일 가능성이 있다. 특히 여성은 월경과 임신, 출산을 거치면서 철분이 쉽게 부족해질 수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철분은 우리 몸에서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의 핵심 재료다. 철분이 부족하면 헤모글로빈 생성이 줄어들고 결국 온몸으로 전달되는 산소량도 감소한다. 문제는 이 변화가 단순히 빈혈이라는 진단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몸속 곳곳이 산소 부족 상태에 빠지면서 다양한 증상이 동시에 나타난다. 가장 먼저 나타나는 변화는 이유 없는 피로다. 충분히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고 오후만 되면 기운이 빠진다. 집중력도 떨어지고 평소 하던 일조차 버겁게 느껴진다.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나 과로 탓으로 넘기지만 실제로는 철분 부족이 숨어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숨이 쉽게 차는 것도 대표적인 신호다. 산소를 운반할 적혈구가 부족하니 조금만 움직여도 심장이 더 많이 뛰고 호흡이
용인신문 | 몸속에 혹이 있다고 하면 누구나 긴장한다. 하지만 자궁에 생긴 작은 용종은 예외인 경우가 많다. "크기도 작은데 그냥 둬도 된다" "증상이 없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의사로부터 이같은 말을 듣고 지나치는 여성이 적지 않다. 실제로 자궁내막 폴립(용종)은 여성에게 흔한 양성 질환이다. 대부분 암과는 관계가 없고 통증도 거의 없다. 그런데 최근 생식의학계에서는 이 작은 용종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에게는 생각보다 중요한 변수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수정란은 배란 후 자궁으로 이동해 자궁내막에 단단히 뿌리를 내려야 임신이 시작된다. 흔히 좋은 배아만 있으면 임신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배아가 자리 잡을 '침대' 역할을 하는 자궁내막도 그만큼 중요하다. 아무리 건강한 씨앗이라도 땅이 고르지 못하면 뿌리를 내리기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다. 자궁내막 폴립은 바로 그 침대 위에 솟아난 작은 돌기와 같다. 크기가 수 밀리미터에 불과해도 배아가 붙어야 할 공간을 일부 차지할 수 있고, 자궁내막의 혈류와 면역반응, 염증 환경을 변화시키면서 착상에 불리한 조건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최
용인신문 | 감기에 걸려 열이 38~39도까지 올라도 약을 먹지 못하는 임신부가 적지 않다. 두통이 심해도, 몸살로 온몸이 쑤셔도 "혹시 아이에게 해가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먼저 앞선다. 인터넷에는 지금도 "임신 중 타이레놀을 먹으면 아이가 자폐스펙트럼장애(ASD)에 걸릴 수 있다"는 글이 쉽게 눈에 띈다. 해외에서는 유명 정치인까지 이 같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불안은 더욱 커졌다. 최근 70만 명이 넘는 산모와 자녀를 분석한 대규모 연구는 이른바 '타이레놀 공포'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결과를 내놓았다. 임신 중 타이레놀의 주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했다고 해서 자녀의 자폐스펙트럼장애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위험이 높아진다는 근거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실 산부인과에서 타이레놀은 오랫동안 임신부가 사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해열·진통제로 권고돼 왔다. 임신 중 사용할 수 있는 약이 제한적인 만큼 발열이나 통증이 있을 때 가장 먼저 선택하는 약 가운데 하나다. 그럼에도 많은 임신부가 약을 먹기보다 통증을 참는 이유는 '태반을 통과하는 약은 태아에게 영향을 준다'는 막연한 불안감 때문이다. 실제로 아세트아미노펜은 태반을 통과하는 것
용인신문 | PGT-A 검사. 시험관아기(IVF)를 준비하는 부부라면 한 번즈음 들어봤을 말이다. 수정란의 염색체 이상 여부를 확인해 정상 배아만 이식하는 PGT-A(착상 전 배아 염색체 선별검사)는 지난 10여 년간 생식의학의 가장 큰 혁신 가운데 하나로 꼽혀 왔다. 요즘 국내에서도 수백만 원의 비용을 들여 검사를 선택하는 부부가 꾸준히 늘고 있다. 지금 세계 생식의학계에서는 정반대의 질문이 던져지고 있다. "정말 모든 환자에게 필요한 검사인가." 최근 국제학회와 주요 가이드라인에서는 PGT-A를 '모든 시험관아기 환자의 표준검사'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최신 근거가 축적되면서 의료계의 관심도 "검사를 할 것인가"에서 "누구에게 해야 하는가"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과거에는 PGT-A가 착상률을 높이고 유산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최근 대규모 무작위 임상시험과 메타분석에서는 모든 IVF 환자에서 출생아 획득률(Live Birth Rate)을 일관되게 높인다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오히려 젊은 여성이나 확보된 배아 수가 적은 환자는 검사 과정에서 이식 가능한 배아 자체가 줄어들어 치료 기회를 잃을 가능성도
용인신문 | 노화는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이제 의학은 노화를 늦추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피부 주름을 펴는 기술을 넘어 심장과 뇌, 그리고 생식기관까지 노화 속도를 늦추려는 '장수의학(Longevity Medicine)'이 세계 의학계의 새로운 화두가 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뜻밖에도 여성의 난소가 있다. 최근 생식의학 분야에서는 '좋은 난자를 만드는 기술'보다 '난소 자체를 오래 건강하게 유지하는 기술'이 차세대 난임 치료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 학계에서는 이를 '난소 장수(Ovarian Longevity)'라고 부른다. 난소 노화를 늦춰 여성의 생식능력을 더 오래 유지하고, 동시에 건강수명까지 연장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난소는 인체에서 가장 먼저 늙는 장기 가운데 하나다. 여성은 태어날 때 약 100만~200만 개의 난포를 갖고 태어나지만 사춘기에는 30만~40만 개 수준으로 줄어든다. 이후 매달 수백~수천 개의 난포가 자연적으로 소실되고, 실제 평생 배란되는 난자는 약 400개 정도에 불과하다. 특히 35세를 넘어서면 난자의 수와 질이 동시에 떨어지기 시작하고, 염색체 이상 위험도 빠르게 높아진다. 피부보다 난소가 먼저
용인신문 | 비만 치료제가 남성 난임 치료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까. 체중 감량을 위해 처방되던 GLP-1 계열 비만 치료제가 남성호르몬과 정자 건강까지 개선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생식의학계가 주목하고 있다. 아직은 초기 연구 단계지만, 비만을 치료하는 것이 곧 남성의 생식능력을 회복시키는 치료가 될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최근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내분비학회인 ENDO 2026에서는 GLP-1 계열 약물을 약 6개월간 투여받은 비만 남성들의 혈중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증가하고 정자 수와 정상 형태의 정자가 함께 개선됐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연구진은 체중 감소와 함께 인슐린 저항성, 만성 염증 등 비만으로 인한 대사 이상이 개선되면서 고환의 정자 생성 환경도 회복된 것으로 분석했다. 그동안 GLP-1 치료제가 심혈관질환과 당뇨병 예방 효과를 넘어 신장 보호와 지방간 개선 등 다양한 건강 효과를 보여준 데 이어 이제는 남성 생식기능까지 새로운 연구 분야로 떠오른 것이다. 이번 연구가 더욱 관심을 끄는 이유는 비만과 남성 난임의 관계가 이미 의학적으로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체지방이
용인신문 | 사람은 계절을 탄다. 봄에는 춘곤증을 느끼고, 겨울에는 활동량이 줄어든다. 그런데 계절의 영향을 받는 것은 사람의 기분만이 아니었다. 남성의 정자도 계절에 따라 활력이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가장 왕성한 시기는 한여름이 시작되는 6~7월, 반대로 가장 힘이 떨어지는 시기는 겨울이었다. 최근 연구진이 약 1만5000건의 정액검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정자의 운동성은 6~7월에 가장 높았고 겨울철에는 유의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자 수 자체보다 난자를 향해 헤엄치는 능력이 계절에 따라 달라졌다는 점이 흥미롭다. 운동성이 좋은 정자는 수정 가능성이 높아 자연임신과 시험관아기 시술 모두에서 중요한 요소로 평가된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전문가들은 가장 큰 이유로 '고환의 온도'를 꼽는다. 고환은 체온보다 약 2~3도 낮은 환경에서 가장 건강하게 정자를 만든다. 날씨가 더운 여름인데도 오히려 정자가 건강해지는 것은 단순한 기온 때문이 아니라 햇빛의 양과 호르몬 변화, 생활 패턴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여름에는 일조량이 늘어나면서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멜라토닌과 남성호르몬 분비가 변화하고, 신체 활동도 증가한다. 신선한 과일
용인신문 | "이것도 하면 성공률 높아집니다"…수백만원 더 썼는데, 근거는 부족했다 시험관아기(IVF) 시술을 받는 난임 부부에게 가장 흔한 질문 가운데 하나는 "추가로 할 수 있는 치료가 없을까요?"다. 한 번의 실패가 주는 좌절이 큰 만큼 성공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다면 비용이 더 들더라도 시도해보겠다는 부부가 적지 않다. 이 같은 심리를 바탕으로 지난 10여 년 동안 다양한 'IVF 보조시술(add-ons)'이 빠르게 늘어났다. 하지만 이들 시술 상당수는 기대만큼의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대규모 분석 결과가 나왔다. 호주 멜버른대학교 연구팀은 세계 각국에서 시행되는 IVF 보조시술의 효과를 종합 분석한 연구 결과를 최근 국제학술지 '랜싯 지역보건-여성건강(The Lancet Regional Health–Women's Health)'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영국과 호주, 유럽 등에서 발표된 IVF 보조시술 관련 연구 157편을 검토한 뒤 연구 설계가 미흡하거나 신뢰도가 낮은 72편을 제외하고 85편만을 선별해 메타분석을 진행했다. 개별 연구가 아니라 여러 연구를 종합해 객관성을 높인 분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결과는 예상보다 냉정했
용인신문 | 아이를 기다리는 부부들에게 가장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스트레스 받으면 임신이 더 안 된다." 막상 난임이 되어서 난임시술을 받기로 결심하면서 더더욱 스트레스에 사로잡히게 된다. 또한 집만 오가고, 배란일과 이식일에 맞춰 하루가 돌아가며, 음악을 듣고 전시회를 가고 책을 읽는 여유조차 사라진다. 삶 전체가 어느 순간 “임신 프로젝트”로 축소되는 듯 할 것이다. 최근 발표된 한 연구에 주목해 보자. 그리고 꽤 흥미로운 질문 앞에 놓을 것이다. '인간의 몸은 정말 감정과 문화, 삶의 자극으로부터 독립된 존재일까.'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niversity College London)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이노베이션 인 에이징(Innovation in Aging) 에서 문화 활동과 생물학적 노화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성인 3556명의 혈액 데이터를 분석해 DNA 메틸화(DNA methylation) 패턴을 측정했고, 독서·음악 감상·공연 관람·미술관 방문 같은 문화 활동을 자주 하는 사람일수록 생물학적 노화 속도가 더 느리다는 결과를 확인했다. 결론적으로 주 1회 이상 문화 활동을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생물학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