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시험관아기 시술(IVF)에서 난자 채취가 끝나면 난임의사가 흡인한 난포액은 곧바로 배양실로 넘어간다. 배아연구원은 현미경으로 난포액을 살피며 난자를 찾아낸다. 난자를 모두 찾았다고 판단하면 남은 난포액은 더 이상 치료에 사용하지 않는다. 수십 년간 이어져 온 IVF의 익숙한 과정이다. 그런데 정말 난자를 ‘모두’ 찾은 것일까. 올해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에 발표된 FIND-Chip 연구는 이 당연한 전제에 의문을 던졌다. 이미 숙련된 배아연구원이 한 차례 확인을 끝낸 난포액을 미세유체 장치로 다시 뒤졌더니 절반이 넘는 환자에게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난자가 추가로 나온 것이다. 연구진은 미국 4개 IVF센터에서 난자 채취를 받은 환자 582명의 잔여 난포액을 FIND-Chip으로 검사했다. FIND-Chip은 시험관아기(IVF) 난자채취 과정에서 사람이 놓칠 수 있는 난자를 자동으로 찾아내는 미세유체칩)으로 쉽게 말하면 ‘난포액 속 난자 자동검색기’에 가깝다. 난포액을 장치 안으로 흘려보내 크기와 유체 흐름의 차이를 이용해 난자와 혈액, 세포, 조직 등을 분리한 뒤 난자를 한곳에 모아주는 장치인 셈. 결과는 예상
용인신문 | 배아이식을 앞둔 난임 여성의 팔에 우윳빛 수액 한 병이 연결된다. 난임환자들 사이에서는 흔히 ‘콩 주사’라고 불린다. “면역을 낮춰 착상을 도와준다” “반복착상실패나 유산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미 여러 차례 이식에 실패한 환자라면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다’는 말에 마음이 움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주사의 정체를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다름 아닌 ‘콩 주사’의 정식 이름은 인트라리피드(Intralipid)다. 애초 난임 치료를 위해 개발된 약이 아니다. 콩기름을 주성분으로 한 정맥용 지방유제로, 입으로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기 어려운 환자에게 열량과 필수지방산을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영양수액이다. 대표적인 20% 제제에는 콩기름과 난황 인지질, 글리세린 등이 들어간다. 하얗고 불투명한 액체가 천천히 정맥으로 들어가는 모습 때문에 난임 환자들 사이에서는 ‘콩 주사’라는 별칭이 붙었다. 난임이나 착상 개선은 본래 허가된 적응증이 아니다. 그렇다면 영양수액이 어떻게 난임병원의 ‘착상 보조주사’가 됐을까. 출발점은 면역이었다. 착상은 단순히 배아가 자궁벽에 붙는 과정이 아니라 배아와 자궁내막, 모체의 면역계가 복잡하게 상
용인신문 | 수정의 세계는 오랫동안 하나의 이야기로 설명돼 왔다. 수억 마리의 정자가 난자를 향해 달리고, 그중 가장 빠르고 강한 단 하나만이 새로운 생명의 주인공이 된다는 '속도 경쟁'이다. 하지만 생명의 역사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다. 일부 동물에서는 정자들이 서로 경쟁하기보다 손을 잡고 함께 움직이는 전략을 선택했고, 이 협력은 무려 5억 년 가까운 진화의 시간 동안 반복해서 등장했다.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된 연구는 수정을 바라보는 기존의 시각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연구진은 절지동물과 근연 동물 621종을 분석한 결과, 여러 정자가 하나의 집단을 이루는 '정자 결합(sperm conjugation)'이 특정 동물에서 우연히 나타난 특이한 현상이 아니라 진화 과정에서 수십 차례 독립적으로 생겨났다가 사라진 전략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를 수행한 미국 시러큐스대학교와 이탈리아 시에나대학교, 헝가리 세게드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곤충과 거미, 갑각류, 지네 등 다양한 동물의 정자 구조와 계통도를 비교해 생식 전략의 변화를 추적했다. 분석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정자 결합은 약 4억5000만~
용인신문 | 비행기를 타고 세계 곳곳을 누비는 여성 승무원과 수개월씩 배에서 생활하는 여성 선원. 근무 장소는 하늘과 바다로 완전히 다르지만 두 직업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해가 뜨면 일어나고 밤이 되면 잠드는 평범한 생활이 어렵다는 것이다. 밤새 비행하고 몇 시간 만에 낮과 밤이 바뀌는가 하면, 배 위에서는 야간 당직과 교대근무가 반복된다. 그렇다면 오랫동안 '땅의 시간'을 벗어나 생활하는 여성의 몸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최근 의학계가 주목하는 것은 이들의 '자궁' 자체보다 몸속에 존재하는 생체시계다. 여성의 생리와 배란은 단순히 자궁과 난소만의 일이 아니다. 뇌의 시상하부와 뇌하수체, 난소가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생식호르몬의 정교한 리듬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밤낮이 반복적으로 뒤바뀌고 수면시간이 불규칙해지면 이 생체리듬 역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2024년 국제학술지 '직업의학'에 발표된 국내 연구진의 8년 추적 코호트 연구는 야간근무와 불규칙한 생리주기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연구진은 장기간의 야간근무 노출이 여성의 월경주기 변화와 어떤 관계를 갖는지 추적했다. 야간근무가 여성 생식건강 연구에서 단순한 생활습관이 아니라 중요한 직업
용인신문 | 영화를 보다가 문득 첫사랑이 떠오른다. 오래전 손을 잡았던 기억이 되살아나고, 누군가를 다시 사랑하고 싶다는 마음이 밀려온다. 단순한 감상일까. 최근 신경과학과 생식의학 연구들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로맨스 영화가 직접 임신을 돕는 것은 아니지만, 사랑과 설렘이 만들어내는 감정은 뇌와 호르몬을 변화시키며 생식 기능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생식의학은 난소와 자궁, 정자와 난자 같은 생식기관 자체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최근에는 생식 기능을 조절하는 출발점이 뇌라는 사실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특히 시상하부와 뇌하수체, 난소를 연결하는 '뇌-생식축(HPG axis)'이 감정과 스트레스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연구들이 잇따르고 있다. 사람이 사랑에 빠지거나 연인과 함께 있을 때 뇌에서는 도파민과 옥시토신, 세로토닌, 엔도르핀 등 다양한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된다. 도파민은 기대감과 설렘을 높이고, 옥시토신은 신뢰와 애착을 강화하며, 세로토닌은 심리적 안정감을 높인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기분만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여러 연구에서 확인되고 있다.
용인신문 | 어린 시절의 체중은 성인이 된 뒤 건강검진 수치에만 흔적을 남기는 것이 아니었다. 여섯 살 무렵부터 비만한 체중 흐름을 보인 여성은 평균 체중으로 성장한 여성보다 성인이 된 뒤 아이를 낳을 가능성이 크게 낮았다는 대규모 추적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차이는 20대 중반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30대 이후 급격히 벌어졌다. 다만 병원에서 난임 진단을 받은 비율에는 뚜렷한 차이가 없었다. 비만이 곧바로 의학적 난임으로 이어진다기보다, 임신 능력과 배우자 선택, 가족 형성, 출산 결정 등 여러 요인이 오랜 시간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병원 제니퍼 L. 베이커 교수 연구팀은 코펜하겐에서 태어난 여성 6만864명의 학교 건강검진 자료와 국가등록 자료를 연계해 어린 시절 체질량지수(BMI) 변화와 성인기 출산의 관계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5일 미국의사협회 학술지 ‘JAMA 네트워크 오픈’에 발표됐다. 연구 대상자는 1950년부터 1989년 사이 코펜하겐에서 태어난 여성들이다. 연구팀은 이들의 6세부터 15세까지 BMI 변화 양상을 평균 이하, 평균, 평균 이상, 과체중, 비만 등 5개 유형으로 나눈 뒤 18세부터 45세
용인신문 | "정자가 전혀 없어도 자신의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날이 올까." 오랫동안 생식의학이 풀지 못했던 이 질문에 과학이 처음으로 현실적인 답을 내놓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무정자증 남성이 친자녀를 갖기 위해서는 고환에서 극소량의 정자를 찾아내는 수술을 하거나 공여정자를 선택하는 것 외에는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 고환이 아니라 혈액에서 정자를 만드는 시대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의과대학 사사키 코타로(Kotaro Sasaki) 교수 연구팀은 최근 성인의 혈액세포를 이용해 인간 정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실험실에서 거의 완성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줄기세포 분야 국제학술지 '셀 스템 셀(Cell Stem Cell)'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줄기세포 기술이 발전했다는 수준을 넘어, 정자가 전혀 없는 남성도 자신의 유전자를 가진 아이를 가질 가능성을 처음으로 현실권에 올려놓았다는 점에서 생식의학의 패러다임을 바꿀 연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연구의 출발점은 의외로 평범했다. 연구진은 사람의 혈액 속 면역세포를 채취한 뒤 여기에 몇 가지 역분화 유전자를 주입
용인신문 | 참치 한 캔, 햄 한 통, 꽁치 통조림 하나. 바쁜 아침에는 반찬이 되고, 늦은 밤에는 간단한 한 끼가 되며, 재난이 닥치면 가장 먼저 찾는 비상식량이 된다. 이처럼 통조림은 현대인의 식탁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은 간편식이다. 유통기한은 길고 조리는 간단하며 가격 부담도 적어 1인 가구와 맞벌이 가정은 물론 캠핑족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우리가 먹는 것은 내용물만이 아니다"라고 경고한다. 음식을 보호하기 위해 캔 안쪽에 입혀진 코팅과 장기 보관을 위한 제조 방식이 예상하지 못한 건강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통조림의 가장 큰 논란은 캔 내부 코팅에 사용되는 비스페놀A(BPA)다. BPA는 금속이 음식과 직접 닿아 부식되는 것을 막고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 수십 년 동안 사용돼 온 산업용 화학물질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인체 호르몬과 비슷하게 작용하는 대표적인 내분비계 교란물질로 알려지면서 세계 각국에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영유아 제품에 사용을 금지했고, 식품업계도 'BPA Free' 제품을 확대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이 특히 우려하는 것은 심혈관 건강이다. 미국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학교 의과대
용인신문 | "공여난자를 쓰면 여성의 나이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시험관아기(IVF)를 준비하는 여성들 사이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다. 실제로 공여난자는 젊고 건강한 여성의 난자를 사용하기 때문에 배아의 염색체 이상 위험을 크게 낮추고 임신 성공률을 높이는 대표적인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발표된 연구는 이 같은 통념에 중요한 수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무리 젊은 난자를 사용하더라도 여성 자신의 나이가 임신과 출산 결과에 여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제 난임 치료의 핵심은 '젊은 난자'를 넘어 '젊은 자궁 환경'과 '건강한 몸 상태'까지 함께 관리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유럽생식의학회(ESHRE)에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공여난자를 이용한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은 여성들을 연령별로 분석한 결과 여성의 나이가 많아질수록 임신과 출산 성적이 점차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49세 이상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더욱 뚜렷했다. 임상적 임신률은 35~40세 여성에서 54.0%였지만 49세 이상에서는 42.6%로 감소했고, 출산율 역시 46.2%에서 31.7%로 낮아졌다. 반면 유산율은 24.2%에서 37.6%까지 증
용인신문 | 시험관아기(IVF) 시술에서 성공의 조건은 오랫동안 명확했다. 더 건강한 배아를 만들고, 가장 좋은 배아를 골라 자궁에 이식하는 것이었다. 배아를 현미경으로 관찰하고, 인공지능(AI)으로 등급을 매기고, 염색체까지 분석하는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IVF의 경쟁력은 '배아'에 집중돼 왔다. 그러나 세계 난임 연구의 흐름이 최근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이제 연구자들은 배아보다 먼저 자궁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는 지금까지 거의 주목받지 못했던 '자궁 마이크로바이옴(미생물군)'이 있다. 자궁 마이크로바이옴은 자궁 안에 서식하는 미생물 생태계를 말한다. 과거에는 자궁 내부가 거의 무균 상태라고 여겨졌지만, 차세대 유전자 분석기술(NGS)이 발전하면서 자궁 안에도 다양한 미생물이 존재하며 이들이 자궁내막의 면역반응과 염증, 착상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다시 말해 아무리 우수한 배아라도 착지할 환경이 준비되지 않으면 임신은 시작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가능성을 가장 주목받는 형태로 제시한 연구가 최근 아일랜드 연구진에 의해 발표됐다. 연구진은 IVF 치료를 받는 여성들의 자궁내막 미생물 구성을 분석
용인신문 | 여름 휴가철이면 여성들 사이에서 빠지지 않는 고민이 있다. 생리 기간에 수영장에 들어가도 되는지, 목욕탕은 정말 피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생리 중에는 절대 물에 들어가면 안 된다"는 말을 한 번쯤 들어봤지만, 최신 의학 연구를 종합하면 금기의 이유는 생각보다 달랐다. 생리 자체가 위험한 것이 아니라 위생 관리와 시설 환경이 더 중요한 변수라는 것이다. 최근 국제 학술지에 발표된 수영장 감염 관련 문헌고찰에서는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전 세계에서 보고된 수영장 감염 사례를 분석한 결과 감염의 주요 원인은 생리 여부가 아니라 염소 소독 부족과 수질 관리 실패, 시설 위생 문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크립토스포리디움과 레지오넬라 같은 병원체는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수영장에서 집단감염을 일으킬 수 있었지만, 생리 중이라는 이유만으로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실제 산부인과 전문의들도 생리 중 수영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는다. 탐폰이나 생리컵을 올바르게 사용하고, 수영 후 즉시 새 제품으로 교체하거나 깨끗이 세척하는 등 기본적인 위생수칙을 지키면 대부분 안전하게 수영할 수 있다는 것이 현재의 일반적인 권고다. 물속에서
용인신문 | 시험관아기 시술(IVF)을 준비하는 난임 여성들 사이에는 음식에 관한 속설이 유난히 많다. 커피를 끊어야 한다는 말부터 찬 음식을 먹으면 착상이 안 된다는 이야기까지 다양한 정보가 인터넷을 떠돈다. 최근에는 "과일을 많이 먹으면 임신이 어렵다"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과연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까지 과일 자체를 많이 먹는 것이 임신율을 떨어뜨린다는 의학적 근거는 없다. 오히려 여러 연구는 적절한 과일과 채소 섭취가 건강한 임신 준비에 도움이 될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연구가 있다. 문제는 과일이 아니라 과일에 남아 있는 농약 잔류물이었다. 가장 잘 알려진 연구는 2018년 국제학술지 미국의학협회 내과학 저널(JAMA Internal Medicine)에 발표된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의 논문이다. 연구진은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은 여성 325명을 대상으로 식습관과 임신 결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농약 잔류가 많은 과일과 채소를 가장 많이 섭취한 여성은 가장 적게 섭취한 여성보다 임상임신률이 약 18% 낮았고, 출산율은 약 26% 낮았다. 반면 농약 잔류가 적은 과일과 채소 섭취량은 임신과 출산 성공률 저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