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시험관아기 시술에서 "배아를 많이 넣을수록 임신이 잘된다"는 오랜 상식이 바뀌고 있다. 정부가 난임 지원사업에 적용하는 배아이식 기준을 10여 년 만에 개정하기로 하면서 단순히 배아 개수를 줄이는 정책을 넘어 국내 난임 치료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의 생식의학은 '몇 개를 넣느냐'보다 '가장 건강한 배아를 언제 이식하느냐'가 임신과 출산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라고 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난임시술 건강보험 기준인 배아이식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행 기준은 35세 미만 여성의 경우 2~4일 배양한 배아는 최대 2개, 5~6일 배양한 배반포는 1개까지 이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35세 이상은 각각 최대 3개와 2개까지 허용한다. 정부는 다태임신으로 인한 고위험 출산과 미숙아 증가를 줄이기 위해 이식 가능한 배아 수를 더 줄이는 방향으로 의료계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정부의 이번 움직임은 늦었지만 반드시 필요한 변화라는 평가라고 국내 난임의사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그러나 이번 논의에서 더 중요한 것은 '배아 개수를 줄인다'는 정책이 아니라 '많이 넣는 것이 정말 임신에 유리한가'
용인신문 | "연애요? 하고 싶죠. 그런데 게임 한 판 하고, 유튜브 좀 보다 보면 하루가 끝나요." 경기도 성남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31세 회사원 김모 씨의 퇴근 후 일상이다. 저녁을 먹고 집에 들어오면 컴퓨터부터 켠다. 온라인 게임을 마치고 침대에 누우면 이번에는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유튜브 쇼츠와 SNS를 보다 잠드는 날이 대부분이다. 소개팅을 한 지도 1년이 넘었다. "연애가 싫은 건 아니다. 다만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일이 점점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이 같은 풍경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과거 젊은 남성들의 일상에서 연애와 결혼은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게임과 스마트폰, 온라인 콘텐츠가 여가시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연애와 성생활은 선택지 가운데 하나가 됐고, 결혼은 더욱 뒤로 밀리고 있다. 실제 해외 연구에서는 젊은 세대의 성생활 감소 현상이 지속적으로 관찰되고 있다. 미국 연구진은 2000년대 후반 이후 젊은층의 성관계 감소를 분석한 결과, 연애 관계 감소가 가장 큰 요인이었으며 남성에서는 컴퓨터 게임 이용 증가도 관련 요인 가운데 하나로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다만 연구진은 게임만으로 모든 현상을 설명
용인신문 | 1970~80년대만 해도 하루 두 갑씩 담배를 피우고 퇴근 후 소주잔을 기울이던 아버지들이 자녀 셋, 넷을 키우는 모습은 흔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건강검진에서 금연과 절주 권고를 받을 생활습관이지만, 당시에는 다산 가정이 드물지 않았다. 반면 요즘은 담배를 끊고 술도 줄이며 운동까지 하는 젊은 남성들이 난임병원을 찾는다. 생활습관은 더 좋아졌는데 왜 아이를 갖기는 더 어려워진 것일까. 생식의학계는 그 답을 단순히 담배나 술에서 찾지 않는다. 남성의 생식 환경 자체가 한 세대 만에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국제 연구는 그 변화를 수치로 보여준다. 지난 50년 동안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전 세계 남성 생식 건강에 다시 경고등이 켜졌다.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 하가이 레빈 교수 연구팀은 최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유럽인간생식배아학회(ESHRE) 연례학술대회에서 1972년부터 2019년까지 5개국 남성 11만8593명을 대상으로 한 종단연구 6편을 메타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남성의 평균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약 50년 동안 5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00
용인신문 | 결혼과 출산이 늦어지는 시대, 여성들에게 '난자 냉동'은 더 이상 낯선 의료기술이 아니다. 한때는 항암치료를 앞둔 환자의 생식력을 보존하기 위한 치료법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경력과 학업, 경제적 여건, 결혼 시기까지 고려해 미래의 출산 가능성을 준비하는 선택으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최근 발표된 연구들은 난자 냉동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던 상식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난자를 얼리는 여성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실제로 이를 사용하는 비율은 예상보다 훨씬 낮았고, 임신 성공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냉동 기술이 아니라 '몇 살에 난자를 얼렸는가'였다. 미국에서 발표된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선택적 난자 냉동 건수는 2014년부터 2021년까지 약 4배 증가했다. 그러나 냉동한 난자를 실제 해동해 임신을 시도한 여성은 전체의 5.7%에 불과했다. 연구진은 많은 여성이 난자를 미래를 위한 '생식 보험'처럼 보관하지만, 아직 사용할 시점이 오지 않았거나 자연임신에 성공해 보관 상태를 유지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라고 분석했다. 이 수치는 난자 냉동이 실패한 기술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사용 여부와 별개로 "출산의 선택권을 잃지 않
용인신문 | 직장 여성, 냉동배아이식(IVF) 인공주기 선택이 늘어나는 이유 배란을 기다릴 것인가, 날짜를 정할 것인가 시험관아기(IVF) 치료를 준비하는 난임여성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 가운데 하나가 있다. "냉동배아이식은 자연주기가 좋나요, 인공주기가 좋나요?" 정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 환자의 몸 상태와 생활환경에 가장 잘 맞는 방법이 있을 뿐이다. 난임 치료에서 냉동배아이식(Frozen Embryo Transfer, FET)은 이미 수정을 마쳐 냉동 보관해 둔 배아를 자궁 안으로 옮기는 과정이다. 다시 과배란 주사를 맞고 난자를 채취하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아 신체적 부담이 훨씬 적다. 핵심은 배아의 발달 단계와 자궁의 상태를 정확히 맞춰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5일 배양 배아라면 자궁도 수정 후 5일째에 해당하는 환경이어야 착상 가능성이 가장 높아진다. 결국 냉동배아이식은 '배아의 시간'과 '자궁의 시간'을 일치시키는 치료라고 할 수 있다. 자연주기·인공주기·변형 자연주기…차이는 '배란을 누가 만드느냐' 냉동배아이식은 크게 자연주기, 인공주기, 변형 자연주기 세 가지 방법으로 나뉜다. 자연주기는 여성의 몸이 스스로 배란하는
용인신문 | 생리는 없는데 가슴은 정상…5천 명 중 1명꼴 희귀질환 'MRKH 증후군' MRKH 환자의 가장 큰 질문 "아이를 가질 수 있나요?" "처음이라 원래 아픈 줄 알았습니다." 20대 후반 A씨는 연애를 시작한 뒤에도 성관계를 할 때마다 극심한 통증을 겪었다. 삽입은 번번이 실패했고, 억지로 시도하면 참기 어려울 정도의 고통이 찾아왔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 믿었고, 자신이 예민한 탓이라고 생각했다. 누구에게도 쉽게 말하지 못한 채 몇 년을 보냈다. 결국 용기를 내 산부인과를 찾았고, 정밀검사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질이 매우 짧게 형성돼 있었고 자궁도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녀는 태어날 때부터 MRKH(Mayer-Rokitansky-Küster-Hauser) 증후군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MRKH 증후군은 태아 시절 자궁과 질의 윗부분을 만드는 뮐러관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아 발생하는 희귀한 선천성 기형이다. 약 4,500~5,000명의 여성 가운데 1명 정도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질이 없거나 매우 짧게 형성되고 자궁도 없거나 충분히 발달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난소 기능은 대부분 정상이다. 여성호르몬이 정상
용인신문 |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6년이 지났지만 국회는 아직 새로운 제도를 만들지 못했다. 법은 바뀌지 않았고, 의료현장은 혼란 속에 남았다. 그 사이 온라인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임신중지 약물이 거래되고, 정부는 이를 제도권 안으로 들여오려 한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제도가 먼저냐, 약이 먼저냐"를 둘러싼 우려가 거세지고 있다. 최근 정부가 임신중지 의약품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산부인과 의료진 사이에서는 안전성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의사들은 "약 자체보다 관리체계가 없는 상태에서의 도입이 가장 위험하다"고 입을 모은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약물을 이용한 임신중지가 단순히 알약을 복용하는 수준의 의료행위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을 순차적으로 사용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자궁 수축과 출혈이 발생하며, 일부에서는 응급수술이나 수혈이 필요한 상황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자궁외임신을 사전에 확인하지 못한 경우에는 약물 복용으로 치료되지 않은 채 난관이 파열될 위험이 있으며, 잔류 조직이 남으면 추가적인 소파수술이 필요한 사례도 적지 않다고 의료진은
용인신문 | 시험관아기 시술(IVF)을 준비하는 여성들은 늘 같은 질문을 한다. "좋은 배아만 만들면 임신할 수 있을까요?" 생식의학은 오랫동안 그 질문에 "그렇다"는 쪽에 가까운 답을 내놓았다. 더 좋은 난자를 만들고, 더 좋은 배아를 선별하고, 더 정확한 시기에 자궁에 이식하는 것이 IVF 기술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최근 세계 생식의학계는 전혀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배아가 아니라 배아를 맞이하는 '자궁의 생태계'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들이 착상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연구가 잇따르면서 자궁내막 마이크로바이옴(endometrial microbiome)이 IVF 분야의 가장 뜨거운 연구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자궁은 무균 상태라는 것이 의학계의 상식이었다. 질에는 수많은 세균이 존재하지만 자궁은 외부와 차단된 공간이어서 미생물이 살지 않는다고 여겼다. 따라서 난임 치료에서도 난자의 질과 배아 등급, 자궁내막 두께, 호르몬 농도는 꼼꼼히 살폈지만 자궁 속 미생물은 연구 대상조차 아니었다. 하지만 차세대 유전자 분석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 오래된 상식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자궁내막에서도 적은 양이지만 독자적인 미
용인신문 | 생리통의 병에서 전신질환으로 "왜 시험관아기는 반복해서 실패했을까. 답은 자궁이 아니라 면역에 있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자궁내막증은 비교적 단순한 질환으로 설명됐다. 자궁 안에 있어야 할 자궁내막 조직이 난소나 복막, 나팔관 등에 자리 잡아 염증과 통증을 일으키는 병, 심하면 골반 유착과 난임을 유발하는 부인과 질환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치료 역시 병변을 제거하는 수술이나 여성호르몬을 억제하는 약물치료가 중심이었다. 의학계는 자궁내막증을 전혀 다른 질환으로 다시 정의하기 시작했다. 병이 시작되는 곳은 자궁일 수 있지만, 병을 키우고 악화시키는 주범은 면역체계와 만성염증이라는 것이다. 최근 발표되는 연구들은 자궁내막증을 단순한 부인과 질환이 아니라 면역 이상과 만성염증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전신질환(Systemic disease) 으로 바라보고 있다. 장내 미생물, 면역세포, 혈관신생, 신경 생성, 산화스트레스까지 하나의 질병 과정으로 연결하려는 연구가 빠르게 늘고 있다. 자궁만 치료해서는 병의 본질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이유다. 병을 만드는 것은 자궁이 아니라 면역이었다 자궁내막증은 여성의 약 10%에서 발생
용인신문 | 습도가 높아질수록 몸속 염증도 커진다 장마철이면 창문에는 물방울이 맺히고 욕실 실리콘과 베란다 구석에는 어느새 검은 곰팡이가 번진다. 빨래는 며칠씩 마르지 않고 집 안에는 퀴퀴한 냄새가 배어든다. 대부분 사람들은 이를 계절이 바뀌면 겪는 불편 정도로 생각한다. 최근 생식의학과 환경의학 연구는 장마철 실내환경이 단순한 생활 문제가 아니라 몸속 염증과 면역체계를 변화시키고, 그 변화가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의 자궁 환경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난임 치료에서는 그동안 나이와 호르몬, 난소 기능, 배아의 질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수면과 스트레스, 비만, 미세먼지, 환경호르몬에 이어 실내 공기질까지 임신 성공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장마철처럼 실내 습도가 높아지는 시기에는 곰팡이와 집먼지진드기, 곰팡이가 만들어내는 휘발성 유기화합물(microbial VOCs)이 동시에 증가하면서 몸속 만성염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가 잇따르고 있다. 곰팡이는 단순히 벽지를 검게 만드는 미생물이 아니다. 공기 중으로 수많은 포자와 균사, 그리고 다양한 독성 대사산물을 방출한다. 일부 곰팡이
용인신문 | 자궁보다 먼저 긴장하는 골반저근 출근길 지하철 계단. 또각또각, 리듬감 있는 하이힐 소리가 역사를 가득 채운다. 타이트한 정장에 하이힐을 신은 여성들은 바쁜 걸음으로 계단을 오르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하루 종일 사무실과 회의실을 오간다. 저녁이 되면 신발을 벗는 순간 가장 먼저 나오는 말은 대개 비슷하다.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아요." 대부분은 발이 아프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형외과와 재활의학, 산부인과에서 하이힐을 바라보는 시선은 조금 다르다. 통증이 시작되는 곳은 발이지만,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나는 곳은 의외로 골반이다. 하이힐을 신는 순간 몸의 무게중심은 앞으로 이동한다. 넘어지지 않기 위해 허리는 더 많이 휘고, 골반은 앞쪽으로 기울며, 엉덩이와 허벅지 근육은 하루 종일 긴장 상태를 유지한다. 겉으로는 우아하게 걷는 모습이지만 몸속에서는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근육 전쟁'이 계속되는 셈이다. 이 변화는 하루 이틀로 끝나지 않는다. 반복되면 허리 통증과 골반 통증, 엉덩이 통증이 만성화될 수 있다. 특히 오래 서서 일하는 승무원, 백화점 판매직, 호텔 종사자처럼 하이힐 착용 시간이 긴 직업군에서는 이러한 근골격계 부
용인신문 | 폭염이 이제는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이 됐다. 사람들은 열사병과 탈수, 심혈관질환을 걱정하지만 생식의학자들은 또 하나의 경고를 내놓는다. 바로 '생식력'이다. 기후변화로 여름이 길어지고 폭염이 일상이 되면서 극심한 열 스트레스가 정자와 난자, 임신 가능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가 세계적으로 활발해지고 있다. 아직 모든 기전이 규명된 것은 아니지만, 분명한 사실 하나는 있다. 생식세포는 우리 몸에서 가장 열에 민감한 세포 가운데 하나라는 점이다. 먼저, 남성의 몸을 보자. 고환이 복강 밖 음낭에 위치한 이유도 체온보다 낮은 환경에서 정자를 만들기 위해서다. 정상적인 정자 생성에는 체온보다 약 2~4℃ 낮은 온도가 필요하다. 고환 온도가 1~2℃만 상승해도 정자 수가 감소하고 운동성이 떨어지며 DNA 손상과 기형 정자의 비율이 증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국제 연구에서도 주변 기온이 높을수록 남성 불임 위험이 증가하는 연관성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지속적인 폭염 노출이 고환의 열 스트레스를 증가시키고 산화스트레스를 유발해 정자 생성 기능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아르헨티나 연구에서는 폭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