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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의 생각의 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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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의 생각의 온도

‘회색 인간’ 어머니

박숙현 기자

용인신문 | 어릴 적 미술시간에 물감을 이것저것 섞다 보면 마지막에는 회색에 가까운 색이 남곤 했다. 빨강도, 파랑도, 노랑도 제 색을 잃은 듯 보이지만 사실 그 안에는 모든 색이 들어 있었다. 그래서 나는 가끔 어머니를 생각하면 회색이 떠오른다. 어머니에게는 잘난 자식도 있고 못난 자식도 있다. 생각이 다른 자식도, 세상의 손가락질을 받는 자식도 있다. 그래도 어머니는 쉽게 자식을 버리지 않는다. 잘못을 꾸짖으면서도 밥은 먹이고, 세상이 등을 돌려도 돌아올 자리를 남겨둔다. 배우 하영을 둘러싼 논란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가족에게 전해 들은 증조부의 삶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가 일제강점기 행적이 알려지면서 거센 비판을 받았다. 역사는 분명히 기록돼야 한다. 친일의 잘못을 흐리거나 덮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잘못은 잘못이라고 말해야 한다. 그러나 조상의 잘못과 후손의 삶까지 같은 색으로 칠해야 하는가는 다른 문제다. 누구도 부모와 조상을 선택해 태어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가 오늘의 한 사람에게 물어야 할 것은 “당신의 증조부가 누구였는가”만이 아니라 “그 사실을 알게 된 뒤 당신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여야 하지 않을까. 나는 좋은 드라마의 힘도 거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