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110만 인구를 넘어선 용인은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성장하는 도시 가운데 하나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서고 수도권 남부의 핵심 도시로 자리 잡으면서 용인은 미래 첨단산업의 중심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용인이 지닌 전략적 가치는 반도체 산업이 들어선 오늘날에 비로소 시작된 것이 아니다. 시간을 1500여 년 전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용인은 이미 백제와 고구려, 신라가 차례로 차지하며 치열하게 경쟁했던 전략적 요충지였다. 시대와 형태는 달라졌지만 사람과 물자가 모이는 핵심 길목이라는 도시의 가치는 지금까지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삼국시대 초기 용인은 백제의 영역이었다. 백제가 한성을 수도로 삼던 시기, 용인은 한강 남쪽을 방어하는 배후 지역이자 충청과 남부 지방으로 이어지는 내륙 교통의 중심이었다. 한성에서 남쪽으로 향하는 길목에 자리한 지리적 특성상 평상시에는 물자와 사람이 활발히 오갔고, 전쟁이 일어나면 군대가 반드시 지나야 하는 요충지였다. 용인의 운명이 바뀐 것은 475년이었다. 고구려 장수왕이 백제의 수도 한성을 함락하면서 한강 유역 대부분이 고구려의 지배 아래 들어갔고, 용인 역시 새로운 주
용인신문 | “아직도 아내를 사랑하십니까.” 신문기자를 하며 금혼식을 맞은 노부부나 오랜 세월 함께 살아온 부부를 만나면 종종 던지던 질문이다. 돌아오는 대답은 의외로 비슷했다. “사랑은 무슨…. 그냥 같이 사는 거지.” 처음에는 그 말이 왠지 쓸쓸하게 들렸다. 사랑이 사라졌다는 고백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같은 질문을 수십 년 반복하며 오히려 다른 사실을 깨닫게 됐다. 정말 오래가는 사랑은 자신을 사랑이라고 설명하지 않았다. 대신 “저 사람이 없으면 안 되지.”, “싸울 만큼 싸웠는데도 결국 집에는 같이 들어왔어.”, “평생 같이 살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라는 말을 했다. 사랑을 말하지 않았지만, 그들의 삶 자체가 사랑을 증명하고 있었다. 우리는 사랑을 너무 오랫동안 명사로 배워 왔다. 사랑은 운명처럼 찾아오는 것이고, 한 번 만나면 변하지 않는 것이며, 가슴을 뛰게 하는 감정이라고 믿었다. 영화도 소설도 대부분 그렇게 가르쳤다. 그래서 설렘이 줄어들면 사랑이 식었다고 생각하고, 예전 같지 않으면 관계가 끝나가고 있다고 불안해한다. 하지만 인생은 영화보다 훨씬 길고, 결혼은 연애보다 훨씬 현실적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고, 부모를 돌보고, 생계
용인신문 | 올여름 유럽은 또다시 폭염에 신음하고 있다. 스페인과 프랑스, 이탈리아는 40도를 넘나드는 더위가 이어지고, 영국마저 "에어컨은 이제 사치품이 아니라 생존 장비"라는 말이 나온다. 그런데 정작 유럽 사람들을 가장 놀라게 하는 것은 폭염이 아니다. 에어컨이다. 한국 사람들에게 에어컨은 너무도 익숙한 가전제품이다.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며칠 안에 설치가 끝난다. 벽걸이든 스탠드형이든 원하는 제품을 고르고, 설치 기사와 날짜만 맞추면 된다. 돈만 있으면 누구나 시원한 여름을 맞을 수 있다. 에어컨을 사는 일은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이다. 하지만 유럽은 전혀 다른 세상이다. 수백 년 된 건물은 외벽을 훼손할 수 없어 실외기 설치가 제한되는 경우가 많고, 문화재 보호 규정 때문에 별도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곳도 적지 않다. 건물의 전기 용량을 늘려야 하고, 배관을 새로 깔아야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건물 전체의 설비를 손봐야 한다. 그래서 오래된 건물이나 역사적 건축물에서는 에어컨 한 대를 설치하는 데 우리 돈으로 수천만 원이 드는 사례도 나온다. 한국에서는 에어컨 가격을 고민하지만, 유럽에서는 설치 자체를 고민하는 것이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용인신문 |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궁금한 것이 생기면 습관처럼 포털 검색창을 열었다. 원하는 정보를 찾기 위해 수많은 링크를 클릭하고, 광고를 지나치고, 여러 페이지를 비교하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지금은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포털보다 먼저 생성형 AI를 연다. 검색어 대신 질문을 입력하고, 몇 초 뒤 정리된 답을 받아본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생성형 AI의 가장 큰 변화는 단순히 일을 빨리 처리해 준다는 데 있지 않다. 우리의 시간을 되돌려준다는 점에 있다. 보고서 초안은 몇 분 만에 완성되고, 긴 논문은 핵심만 추려 읽을 수 있으며, 복잡한 엑셀 함수나 프로그래밍 코드도 즉시 해결책을 얻는다. 글을 쓰는 사람은 표현을 다듬고, 기획자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학생은 어려운 개념을 쉽게 이해한다. 과거에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했던 일들이 이제는 누구나 혼자 해낼 수 있는 일이 되고 있다. AI는 사람을 게으르게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의 능력을 몇 배로 확장시키는 도구가 되고 있다. 무엇보다 AI는 사람을 더 많이 생각하게 만든다. 한 번의 질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관점은 없을까”,
용인신문 | 대한민국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홀로 생을 마감하는 ‘고독사’가 사회 전반에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고독사 사망자는 2021년 3378명에서 2025년 6000여 명으로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50·60대 장노년층이 전체 사망자의 60%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고독사가 일부 취약계층만의 문제가 아니라, 은퇴를 전후한 시니어 세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보편적이고 구조적인 사회 위험으로 자리 잡았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고독사가 야기하는 가장 현실적이고 치명적인 문제는 사망 후 발생하는 막대한 경제적 비용이다. 발견이 늦어지면 시신 부패로 주거 환경이 훼손된다. 일반 청소로는 해결이 안되어 전문적인 특수청소, 악취 제거, 감염 예방 방역, 유품 정리, 특수 폐기물 처리 및 주거지 전면 복구 작업이 필수적이다. 장례 절차까지 포함하면 건당 최소 1000만 원 이상의 사후 처리비가 발생한다. 현재 이 비용 상당수는 무연고 사망자 지원 등을 통해 지자체 예산, 즉 국민의 혈세로 충당된다. 고독사가 늘어날수록 세금 부담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는 악순환 구조다. 반면, 우리보다 20여
용인신문 | 학교 갈 시간이 다 됐는데 반찬이 마땅치 않으면 어머니는 늘 같은 메뉴를 내놓으셨다. 따뜻한 밥 위에 노릇하게 부친 달걀프라이 하나를 올리고, 간장 한 숟갈과 참기름 몇 방울을 떨어뜨려 쓱쓱 비벼주셨다. “이거라도 먹고 가.” 그 한마디와 함께 내밀던 계란간장비빔밥은 우리 세대의 가장 흔한 아침 식사였다. 그때는 그저 형편이 어려워 먹는 음식쯤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영양학을 접하고 글을 쓰면서 문득 깨닫게 된다. 어머니들은 이미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균형 잡힌 아침 식사를 만들어주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밥으로 탄수화물을 채우고, 달걀로 양질의 단백질을 보충하며, 참기름으로 지방을 더했다. 여기에 김치 한 접시만 곁들여도 식이섬유와 비타민까지 보완되는 훌륭한 한 끼가 완성됐다. 이름도 없고 유행도 없던 '균형식'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균형보다 유행을 먹기 시작했다. 저탄수화물, 키토, 고단백, 간헐적 단식…. 새로운 식단이 등장할 때마다 탄수화물은 죄인이 됐다가, 지방은 악당이 됐다가, 다시 단백질이 영웅이 되는 일이 반복된다. 음식은 그대로인데 평가만 바뀐다. 최근에는 삶은 달걀이 그 중심에 섰다. 다이어트 열풍 속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