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마흔다섯 살이었다. 20년간 자연임신이 되지 않았던 한 여성이 있었다. 남편과는 결국 이혼을 했다. 엄마도 이모도 조기폐경이 되었던 터라 자신도 폐경을 걱정하고 있었다. 임신은 사실상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사랑이 찾아왔다. 삶이 바뀌었고, 표정이 달라졌으며, 잠을 잘 자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자연임신이었다. 그녀는 어떻게 자연임신이 될 수 있었을까. 헤어진 남편과 열 여섯번이가 IVF(시험관아기 시술)을 해도 안 되었던 임신이. 난임전문의들은 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사랑은 감정이지만, 동시에 몸 전체를 움직이는 생리학적 사건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서는 번식보다 생존을 우선하도록 진화했다.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코르티솔이 증가하고, 시상하부-뇌하수체-생식선(HPG) 축의 활동이 둔화된다. 여성은 배란이 불규칙해질 수 있고, 남성은 테스토스테론 분비와 정자 생성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사랑에 빠지면 몸은 전혀 다른 신호를 받는다. 도파민과 옥시토신이 분비되고 자율신경계는 안정을 되찾는다. 수면은 깊어지고 스트레스 반응은 줄어든다. 특히 옥시토신은 단순한
용인신문 | 난임 부르는 자가면역질환의 비밀 우리 몸의 면역세포는 평생 적을 찾아 싸운다. 세균이 침입하면 공격하고,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제거한다. 암세포가 생기면 이를 감시하고 없애는 것도 면역의 역할이다. 그런데 임신은 이 원칙이 유일하게 뒤집히는 순간이다. 엄마의 몸속으로 들어온 배아는 절반은 엄마의 유전자지만, 나머지 절반은 아버지의 유전자를 가진 '외부 세포'다. 원칙대로라면 면역세포는 이를 적으로 인식해 제거해야 한다. 건강한 임신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면역은 공격을 멈추고 배아를 품는다. 태반이 자라도록 돕고, 혈관을 만들며, 새로운 생명이 자궁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길을 터준다. 의학에서는 이를 '면역관용(immune tolerance)'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생식의학자들은 "수정은 정자와 난자가 하지만, 임신은 면역이 허락해야 완성된다"고 말한다. 바로 이 면역관용이 무너질 때 난임이 시작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원인이 자가면역질환이다. 자가면역질환은 우리 몸을 지켜야 할 면역체계가 세균이나 바이러스 대신 자신의 세포를 적으로 잘못 인식해 공격하는 질환이다. 대표적으로 하시모토 갑상선염, 전신홍반루푸스, 류마티스관절염,
용인신문 | "살만 빼면 임신이 된다던데 정말인가요?" 난임여성, 특히 살찐 난임여성들이 주로 묻는 질문이다. 물론 모든 비만 여성이 임신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반대로 마른 여성도 난임을 겪을 수 있다. 하지만 의학적으로는 고도비만이 임신 성공률을 떨어뜨리는 중요한 위험인자라는 점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최근 생식의학에서는 비만을 단순한 체형의 문제가 아니라 생식 기능을 떨어뜨리는 대사질환으로 바라본다. 지방조직은 단순히 에너지를 저장하는 공간이 아니라 각종 호르몬과 염증물질을 분비하는 거대한 내분비기관이기 때문이다. 체지방이 과도하게 증가하면 호르몬 균형이 무너지고 난자의 질과 자궁 환경까지 영향을 받는다. 결국 임신이 되는 과정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가장 먼저 나타나는 변화는 배란 장애다. 지방이 많아질수록 여성호르몬의 균형이 깨지고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한다. 여기에 남성호르몬 분비까지 늘어나면 배란이 불규칙해지거나 아예 멈추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다낭성난소증후군(PCOS)을 가진 여성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생리가 불규칙하거나 몇 달씩 생리가 없는 여성이라면 배란 이상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최근 연구
용인신문 | "자궁내막은 8㎜가 넘었습니다." 시험관아기(IVF) 시술을 앞둔 여성들이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말 가운데 하나다. 실제 난임 진료실에서는 오랫동안 '자궁내막 두께 8㎜'가 착상을 위한 심리적 기준처럼 받아들여져 왔다. 최근 세계 생식의학계에서는 이 익숙한 기준이 흔들리고 있다. 자궁내막이 몇 ㎜인지보다 그 안의 혈류가 얼마나 원활한지, 만성염증은 없는지, 배아를 받아들일 준비가 제대로 돼 있는지 등 이른바 '자궁내막의 질'이 착상을 좌우한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난임 치료의 관심이 '두께'에서 '기능'으로, '숫자'에서 '환경'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생식의학자들은 자궁내막을 흔히 '배아가 처음 머무는 집'에 비유한다. 집이 넓다고 반드시 살기 좋은 것은 아니다. 벽에 금이 가고, 수도가 막히고, 실내 공기가 나쁘다면 누구도 오래 머물고 싶지 않을 것이다. 자궁도 마찬가지다. 초음파로 측정하는 자궁내막 두께는 집의 크기를 보여줄 뿐이다. 착상을 결정하는 것은 집 안의 환경이다. 혈관이 충분히 발달해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지, 면역세포가 배아를 적으로 인식하지 않는지, 염증으로 조직이 손상되지 않았는지, 호르몬 신호
용인신문 |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첫 미팅장소', 나팔관의 비밀 배란도 잘 되고 생리도 규칙적이다. 난소 기능도 정상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런데도 임신은 좀처럼 되지 않는다. 난임 진료실에서 이런 여성들이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있다. "나팔관 검사를 한번 해보시죠." 많은 사람들은 나팔관을 단순히 난자가 지나가는 통로 정도로 생각한다. 하지만 생식의학에서는 전혀 다르게 본다. 전문가들은 "나팔관은 단순한 관(pipe)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이 시작되는 첫 번째 무대"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정자와 난자가 처음 만나 서로를 선택하는 '미팅 장소'다. 실제로 자연임신은 대부분 나팔관의 가장 넓은 부위인 팽대부(ampulla)에서 시작된다. 수억 마리의 정자 가운데 살아남은 일부가 이곳까지 도착하고, 배란된 난자가 이곳으로 이동하면서 두 세포는 처음 만난다. 수정은 바로 이 '미팅 장소'에서 이뤄진다. 이후 수정란은 며칠 동안 나팔관을 따라 천천히 이동하면서 세포분열을 거듭한 뒤 자궁에 도착해 착상한다. 움직이는 것은 난자가 아니라 '나팔관' 많은 사람이 난자가 스스로 자궁을 향해 이동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다르다. 나팔관 안쪽에는 섬모(cilia)라
용인신문 | 비가 며칠째 이어진다면? 창밖은 온통 잿빛이고, 아침인데도 몸은 밤처럼 무거워질 것이다. 괜히 짜증이 나고, 이유 없이 눈물이 맺힌다. "비가 와서 그래." 우리는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의학은 이 변화를 단순한 감상으로 보지 않는다. 장마는 기분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뇌와 호르몬, 수면, 스트레스, 그리고 생식 기능까지 연쇄적으로 흔들 수 있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특히 임신을 준비하는 부부에게 장마는 단순한 계절이 아니다. 난임 치료를 받는 여성들은 장마철이 되면 "이번 달은 유난히 자신감이 떨어진다", "별일 아닌데 자꾸 눈물이 난다", "치료를 계속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남성 역시 무기력감과 수면 부족이 반복되면서 몸의 리듬이 흐트러진다. 우연처럼 보이지만, 그 배경에는 햇빛과 호르몬을 연결하는 우리 몸의 정교한 생체시계가 숨어 있다. 우리 몸은 생각보다 햇빛에 충실하다. 아침 햇살이 눈으로 들어오면 뇌는 '낮이 시작됐다'는 신호를 받고 세로토닌 분비를 늘린다. 세로토닌은 흔히 행복호르몬이라 불리지만 실제로는 감정 안정뿐 아니라 의욕과 집중력, 생체리듬을 유지하는 핵심 신경전달물질이다. 그러나 장마철처럼 흐린 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