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인간은 참 이상한 동물이다. 배가 고프면 악착같아진다. 밤을 새워 공부하고, 돈을 벌기 위해 뛰어다니며,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다. 눈앞에 아무것도 없어도 어떻게든 길을 찾으려 한다. 그런데 배가 부르면 달라진다. 책보다 침대가 좋고, 도전보다 휴식이 편하다. 성취욕은 조금씩 느슨해지고, 성적 욕망마저 예전 같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단순히 식곤증 때문일까. 아니다. 그 뒤에는 수십만 년 동안 인간을 만들어 온 진화의 설계도가 숨어 있다. 우리의 뇌는 풍요로운 시대가 아니라 굶주림이 일상이었던 시대에 만들어졌다. 오늘 한 끼를 먹으면 내일은 굶을 수도 있었던 환경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지금의 인류가 됐다. 그래서 뇌는 지금도 배고픔과 배부름을 단순한 식사 상태가 아니라 생존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신호로 해석한다. 배가 고프면 뇌는 생존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도파민 분비가 증가하면서 새로운 것을 탐색하려는 욕구가 커지고, 먹이를 찾기 위한 집중력과 행동력이 높아진다. 도파민은 흔히 '행복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즐거움보다 목표를 향해 움직이게 만드는 동기부여 물질에 가깝다. 그래서 배가 고플 때는 뇌가 이렇게 말한다.
용인신문 | 앉아 있는 시간이 병을 만든다…걷지 않는 몸의 최후 아침에 차를 타고 출근한다. 회사에서는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 있다. 점심도 건물 안에서 해결한다. 퇴근 후에는 소파에 누워 스마트폰을 본다. 그렇게 하루가 끝난다. 휴대전화 건강앱을 열어보니 걸음 수는 1000보도 되지 않는다. 실제로는 하루 10분도 걷지 않은 셈이다. 많은 사람들은 운동을 하지 않는 것을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 의학계는 조금 다른 경고를 내놓고 있다. 운동 부족보다 더 위험한 것은 ‘걷지 않는 생활’ 자체라는 것이다. 인간의 몸은 원래 걷도록 설계됐다. 다리 근육은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기관이 아니다. 혈액을 심장으로 밀어 올리는 제2의 심장이며, 혈당을 소비하고 지방을 태우고 염증을 조절하는 거대한 대사기관이다. 그런데 하루 종일 앉아 있고 걷는 시간이 10분도 되지 않으면 이 시스템 전체가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한다. 가장 먼저 흔들리는 것은 혈당이다. 근육은 우리 몸에서 포도당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조직이다. 걷지 않으면 혈액 속 포도당이 남아돌고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한다. 결국 제2형 당뇨병 위험이 높아진다. "나는 단것도 많이 안 먹는데 왜 혈당이 오를까?"
용인신문 | "자궁경부터 해주세요"… 난임 여성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는 검사 난임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질문 가운데 하나가 자궁경검사다. 인터넷 난임카페에서는 "자궁경을 하고 바로 임신했다", "착상 실패 원인을 찾았다", "시험관아기 전에 꼭 해야 한다"는 경험담을 어렵지 않게 접하게 된다. 의사의 말보다 인터넷 카페에서의 수다를 더 믿는 여성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자궁경검사를 먼저 받고 싶어 하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자궁경검사는 모든 난임 여성에게 시행하는 기본검사가 아니다. 먼저 질식초음파와 자궁경검사는 완전히 다른 검사다. 질식초음파는 초음파 탐촉자를 질 안에 넣고 자궁 외부에서 초음파를 투과시켜 자궁 내부를 영상화하는 검사다. 반면 자궁경검사는 3~5㎜ 정도의 가느다란 내시경 카메라를 자궁 안으로 직접 삽입해 자궁강 내부를 눈으로 확인하는 검사다. 쉽게 말하면 초음파는 창문 밖에서 집 안을 들여다보는 것이고, 자궁경은 직접 집 안으로 들어가 내부를 살펴보는 것과 비슷하다. 자궁경검사에서는 생리식염수 등을 자궁 안에 주입해 자궁강을 넓게 펼쳐 놓은 상태에서 관찰한다. 평소 서로 맞닿아 있는 자궁내막이 벌
용인신문 | 호피가 넘쳐난다. 런웨이도 그렇고 백화점도 그렇고 SNS도 마찬가지다. 한때 촌스럽고 과장된 취향의 상징처럼 취급받던 호피무늬는 어느새 가장 세련되고 강렬한 패션의 중심으로 돌아왔다. 계절도 가리지 않는다. 원피스와 재킷, 가방과 신발은 물론이고 일상복까지 호피가 스며들고 있다. 유행은 원래 설명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번 호피 열풍은 한 가지 질문만큼은 피하기 어렵게 만든다. 왜 사람들은 하필 호랑이와 표범의 무늬에 끌리는 것일까.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이다. 호랑이와 표범은 자연계에서 결코 번식력이 뛰어난 동물이 아니다. 넓은 영역이 필요하고 먹이 경쟁도 치열하다. 새끼를 낳는 것도 쉽지 않지만 낳은 새끼를 성체까지 키워내는 일은 더욱 어렵다. 최상위 포식자라는 화려한 이름 뒤에는 생각보다 고독하고 험난한 생존의 역사가 숨어 있다. 옛사람들도 이를 몰랐던 것 같지 않다. 오죽하면 "호랑이날 호랑이시에 태어나면 자식이 귀하다"는 말까지 남겼을까. 일부 명리학에서는 호랑이를 상징하는 인(寅)의 기운이 지나치게 강하면 자손운이 약하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과학의 영역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한 가지는 알 수 있다. 옛사람들 역시 호랑이를 다산의 상징으
용인신문 | 봄은 늘 희망의 계절로 소비된다. 꽃이 피고, 햇빛이 길어지며, 사람들은 다시 무언가를 시작할 준비를 한다. 생식의학적으로 보면 봄이라는 계절은 단순한 낭만의 시간이 아니라, 몸의 균형이 미묘하게 흔들리는 시기이기도 하다. 호르몬이 변하고, 면역이 재조정되며, 외부 환경 노출이 급격히 늘어난다. 그리고 이 변화는 생각보다 정직하게 생식의 결과에 반영된다. 최근 임상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되는 흐름이 있다. 물론 배아가 건강하다는 전제조건에서 시작된 착상을 놓고 보았을 때 자궁 내 환경을 먼저 다듬은 뒤 동결배아이식을 진행했을 때, 임신 성공률이 눈에 띄게 올라간다는 점이다. 단순한 인상 비평이 아니다. 같은 환자, 같은 배아, 그러나 다른 결과. 변수는 하나다. ‘환경’이다. 기존의 난임 치료 패러다임은 더 좋은 배아, 더 높은 등급, 더 정교한 선별 기술. 물론 틀린 방향은 아니다. 배아의 질은 분명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그 중요성이 과도하게 부풀려지는 동안, 나머지 조건들은 부차적인 것으로 밀려난 것은 아닌가 고려해봐야 한다. 실제로 배아는 생각보다 수동적인 존재다. 스스로 착상하지 못한다.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아
용인신문 |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마음을 편하게 가져야 임신이 된다”고. 난임 치료를 받는 부부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말이다. 물론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극심한 스트레스는 배란을 억제할 수 있고, 우울과 불안은 호르몬 체계에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이 조언이 어느 순간 과학을 넘어 도덕적 압박으로 변질된다는 데 있다. 임신이 되지 않으면 “마음이 불안해서”, “생각이 많아서”, “집착해서” 안 되는 것처럼 말이다. 돌이켜보면 20세기는 인류 역사상 가장 잔혹한 세기였다.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으로 수천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도시가 무너지고 가족이 흩어졌으며,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삶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인류의 출생은 멈추지 않았다. 전쟁은 사람을 죽였지만 탄생까지 멈추게 하지는 못했다. 한국전쟁 역시 마찬가지다. 1951년 대한민국에서는 약 67만 명의 아기가 태어났고, 1952년에는 72만 명, 1953년에는 77만 명이 태어났다. 총성이 울리던 시기에도 산모는 아이를 품었고, 피란길에서도 생명은 이어졌다. 폐허 위에 선 나라에서 태어난 그 아이들이 오늘날 대한민국 산업화와 민주화의 주역이 됐다. 바로 그것이다. 인간 생식의 본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