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3주에 1000만원 안팎.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선뜻 선택하기 어려운 치료비였다.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선택지로 떠오른 ‘파드셉+키트루다’ 병용요법 이야기다.
오는 10월 1일부터 상황이 달라진다.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요로상피암 1차 치료에 파드셉주와 키트루다주 병용요법의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한다고 30일 밝혔다. 그동안 높은 약값 때문에 치료를 망설여야 했던 환자들에게는 단순한 보험 확대 이상의 의미가 있다.
방광암만이 아니다…‘요로상피암’이란
요로상피암은 소변이 만들어져 몸 밖으로 배출되는 길의 안쪽을 덮고 있는 ‘요로상피’에서 발생하는 암이다. 방광뿐 아니라 신우와 요관 등에서도 발생한다. 전체 암 발생의 약 2.5%를 차지하며 국소 진행성이나 전이성 단계에서는 수술만으로 치료하기 어려워 전신 항암치료가 중요하다.
문제는 진행성 요로상피암의 치료 성적이었다. 오랫동안 백금계 항암제를 중심으로 한 항암화학요법이 1차 치료의 중심을 차지해 왔다.
이 판도를 바꾼 것이 파드셉과 키트루다의 조합이다.
파드셉의 성분명은 ‘엔포투맙 베도틴’이다. 항체와 강력한 항암제를 결합한 ‘항체약물접합체(ADC)’로, 암세포 표면에 많이 나타나는 특정 표적을 찾아가 항암 성분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항체가 암세포를 찾아가는 ‘주소’ 역할을 하고 그 뒤에 붙어 있는 항암제가 암세포를 공격하는 구조다.
키트루다는 성분명 ‘펨브롤리주맙’으로 대표적인 면역항암제다. 암세포가 우리 몸의 면역세포 공격을 피하기 위해 사용하는 신호를 차단해 면역세포가 다시 암을 공격하도록 돕는다.
하나는 암세포를 직접 겨냥하고, 다른 하나는 환자의 면역체계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돕는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암을 압박하는 셈이다.
생존기간 16.1개월에서 31.5개월로
이 조합이 주목받은 결정적인 이유는 치료 성적이다.
치료 경험이 없는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암 환자 886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국제 3상 임상시험 ‘EV-302’에서 파드셉과 키트루다 병용군의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은 31.5개월이었다. 기존 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군은 16.1개월이었다. 사망 위험은 병용요법군에서 53% 낮았다.
암이 진행하지 않고 생존한 기간인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도 병용요법군은 12.5개월, 기존 항암치료군은 6.3개월이었다. 암이 진행하거나 사망할 위험이 55% 낮아진 것이다.
종양이 줄어든 환자의 비율인 객관적 반응률 역시 병용요법군이 67.7%로 기존 항암화학요법군 44.4%보다 높았다. 영상검사 등에서 암이 보이지 않는 수준까지 줄어든 완전반응도 각각 29.1%와 12.5%로 차이가 났다.
이 연구는 2024년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발표됐다.
다만 생존기간이 ‘약 2배’라는 표현을 모든 환자의 수명이 두 배가 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임상시험 참여 환자 집단에서 관찰된 전체 생존기간의 중앙값을 비교한 결과다. 환자 개인의 암 진행 정도와 전이 부위, 전신 상태, 치료 반응 등에 따라 실제 치료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문제는 약값이었다
치료 효과가 확인됐지만 국내 환자들에게는 높은 비용이 큰 장벽이었다.
실제 건강보험 급여를 요구하며 제기된 국민청원에는 이 병용요법의 치료비가 ‘3주에 1000만원에 달한다’는 환자 가족의 호소가 담기기도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당시 파드셉의 1차 병용요법에 대해 급여 적정성 평가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답변했다.
기존에는 키트루다를 요로상피암 1차 치료에 사용할 경우 건강보험 적용에 제약이 있었고, 1차 치료 실패 이후 2차 치료부터 보험 적용이 가능했다.
10월부터는 급여 기준을 충족하는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암 환자가 첫 치료 단계부터 파드셉과 키트루다를 병용하면서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정부 발표에는 환자 1명당 급여 적용 전후의 구체적인 연간 본인부담액은 제시되지 않았다. 따라서 실제 환자가 내는 금액은 투여 용량과 치료 횟수, 급여 인정 기준, 산정특례 적용 여부 등에 따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서로 다른 회사의 신약 두 개…건보 적용 길 열었다
이번 결정에는 또 하나의 의미가 있다.
파드셉은 한국아스텔라스제약이, 키트루다는 한국MSD가 공급한다. 즉 한 회사의 약 두 개를 묶은 치료법이 아니라 서로 다른 제약사가 각각 권리를 가진 고가 신약을 함께 사용하는 치료법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서로 다른 제약사가 특허를 보유한 신약 간 병용요법에 건강보험을 적용한 것은 사실상 첫 사례다. 약마다 제약사와 보건당국이 개별 협상을 해야 하고 회사별 이해관계도 달라 급여 협상이 쉽지 않은 구조였지만 이번에 합의가 이뤄졌다. 정부는 이번 사례를 바탕으로 앞으로 신약 간 병용요법의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하기 위한 제도 개선도 추진할 방침이다.
결국 이번 건강보험 확대의 핵심은 새로운 항암제가 하나 더 등장했다는 데 있지 않다. 이미 효과가 확인됐지만 너무 비싸 접근하기 어려웠던 치료법을 첫 치료 단계부터 건강보험 안으로 끌어들였다는 데 있다.
요로상피암 환자에게는 ‘어떤 약이 효과적인가’만큼이나 ‘그 약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3주마다 수백만~1000만원에 이르던 치료비가 치료 선택을 좌우했다면, 10월부터는 적어도 비용 때문에 새로운 1차 치료를 처음부터 포기해야 하는 환자는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보건복지부가 2026년 9월 30일 발표한 ‘희귀·소외암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확대’ 자료 참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