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인신문 |
최근 ‘텍스트힙(Text-Hip)’ 열풍의 중심에는 언어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시인들이 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도서출판 별꽃이 시인들의 일상을 감각적으로 담아낸 에세이 시리즈 ‘시인의 서랍’을 새롭게 선보인다. ‘시인의 서랍’은 시인들의 시시콜콜한 일상 그 자체를 기록하는 기획이다. 남다를 것 없는 평범한 일상이 시인의 독특한 시선과 문장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 모습이 흥미롭다.
▲하상만 시인의 산문집 『결국 남의 집 고양이가 될 테지만』
시리즈의 포문을 연 첫 책은 하상만 시인의 산문집 『결국 남의 집 고양이가 될 테지만』이다. 고양이를 ‘임시 보호(임보)’하며 써 내려간 이 수필집은 고양이 머핀, 이유 없이 먹지 않는 병에 걸린 고양이, 놀랍고 아름다운 렛트, 그리고 고양이 게스트하우스 등 동물과 얽힌 수수한 일상의 이야기들을 다채롭게 풀어낸다.
반려동물 인구의 증가로 ‘반려묘’라는 단어는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될 만큼 익숙해졌지만, ‘임보’라는 단어는 여전히 낯설다. 하상만 시인은 고양이를 입양해 평생을 함께하는 대신, 오직 ‘임보’만을 이어가는 독특한 일상을 선택했다. 매일 화장실을 치우고, 사냥놀이를 해주고, 병원에 수습하러 다니는 일상은 일반 집사와 다를 바 없다. 다만 언젠가 이 고양이가 다른 집의 가족이 되어 떠난다는 점만 다를 뿐이다. 시인은 한 마리 고양이의 평생 가족이 되기보다, 더 많은 고양이들이 새 가족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임시 쉼터’의 역할을 자처한다.
시인은 ‘임보묘’와의 만남을 통해 인간과 생명, 그리고 관계에 대한 본질을 짚어낸다. 거창한 가르침을 강요하기보다 자신이 새롭게 깨달은 감정들을 덤덤히 문장으로 옮겼다. 쿨한 이별의 미학, 평등과 차별에 대한 고찰, 불완전한 사랑법, 고양이와의 밀당 속에서 얻은 삶의 지혜 등은 마치 오랜 친구가 털어놓는 담담한 고백처럼 친근하게 다가온다. 책을 덮을 즈음 독자들은 다가올 이별을 두려워하지 않고, 남의 집 고양이가 될 존재에게도 아낌없이 사랑을 베풀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을 갖게 된다.
▲나태주, 정현우 시인의 찬사, 그리고 이승희 용인캣맘캣대디협의회 매니저의 찬사
문단 안팎에서 찬사가 이어진다.
나태주 시인은 “고양이 이야기네. ‘렛트’라는 이름을 가진 고양이. 그런데 그 고양이가 몸이 좀 불편하고 마음도 좀 불편한가 봐. 함께 사는 사람의 애를 먹이는가 봐. 그런데 그 고양이는 보기보다 착하고 예쁜가 봐. 꽁냥꽁냥 들려주는 고양이 이야기가 사람 이야기로 확대되고 독자의 이야기로 환치되네. 어느덧 연작 동화를 읽는 것 같은 느낌이네”라며 “실상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시인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재미있고 귀엽기까지 하다”고 추천했다.
정현우 시인은 “이 책은 인간이 끝내 지키고 싶었던 마음에 관한 기록이다. 우리는 한 생명을 사랑하면서 사라짐을 배우고, 이별을 받아들이면서 비로소 곁이라는 말의 깊이를 알게 된다. 책을 읽는 동안 고양이는 더 이상 동물이 아니다. 우리 삶을 잠시 다녀간 모든 존재의 이름이 되고, 끝내 우리를 사람답게 만든 기억의 형상이 된다”며 “울음을 과장하지 않고 하루의 미세한 떨림을 받아 적은 문장들이 한 번도 만나지 못한 고양이를 그리워하게 만든다”고 평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전한 이승희 용인캣맘캣대디협의회 매니저는 “임보를 거창한 일, 대단한 사람들의 선택으로 꾸미지 않고 일상을 나누는 관계면 충분하다고 속삭이는 책”이라며 “단어를 낭비하거나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 시인의 언어 덕분에 독서 자체의 즐거움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고양이 때문에 읽기 시작했다가 시인이 포착한 섬세한 시선과 언어에 마음을 빼앗긴다”고 전했다.
▲저자 하상만 시인
저자 하상만 시인은 2005년 《문학사상》 신인문학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시집 『추워서 너희를 불렀다』, 교양서 『과학실에서 읽은 시』 등을 펴냈으며 김구용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힘겨울 때마다 시를 기도처럼 중얼거린다는 그는 이번 책을 통해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특유의 섬세한 시선을 독자들에게 선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