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9억 6000만 원짜리 상가가 2400만 원, 1억 5300만 원짜리 오피스텔이 459만 원”
부동산 가격표라고 하기에는 얼핏 믿기 어려운 숫자다. 하지만 10~11월 용인 지역에서 입찰이 예정된 공매 물건 가운데 실제 등장한 가격이다.
용인 공매시장을 들여다보면 감정평가액의 10분의 1 이하까지 최저입찰가격이 내려간 물건들이 잇따라 눈에 띈다.
수백만 원대 오피스텔부터 100억 원이 넘는 대형 부동산, 임야와 농지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29일 한국자산관리공사 온비드 공매정보와 공매정보업체 등의 공개자료를 토대로 용인 지역의 10~11월 입찰 예정 물건 가운데 감정평가액 대비 최저입찰가격이 크게 내려간 주요 물건을 살펴봤다.
다만 예정된 공매 일정과 가격은 향후 변경되거나 공매 자체가 취소될 수 있다.
△ 감정가 9억 6000만 원 상가, 2400만 원
가격 하락폭만 놓고 보면 가장 눈에 띄는 물건 가운데 하나는 기흥구 농서동 프리미엄원희캐슬기흥서천 1층 근린생활시설이다.
물건관리번호는 2023-13884-001. 건물면적은 53.3㎡이며 감정평가액은 9억 6000만 원이다.
문제는 이 물건이 좀처럼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는 점이다. 공매가 거듭되면서 가격이 계속 내려갔고 공개된 공매정보에서는 16차례 유찰 기록도 확인된다.
10월 예정 회차에서는 최저입찰가격이 2400만 원까지 낮아진다. 감정가의 약 2.5%에 불과하다.
단순 계산하면 감정가에서 무려 9억 3600만 원이 빠진 셈이다.
그러나 ‘9억 원짜리 상가를 2400만 원에 산다’고 받아들이는 것은 위험하다.
상가는 실제 점유관계와 관리비, 공실 가능성, 임대수요, 상권, 낙찰자가 부담할 수 있는 권리 등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무엇보다 16차례 유찰됐다는 사실 자체가 입찰자라면 먼저 살펴봐야 할 대목이다.
△ 1억 5300만 원 수지 오피스텔, 459만 원까지
더 놀라운 물건도 있다.
수지구 상현동 광교2차푸르지오시티 C동 4층의 전용면적 25.69㎡ 오피스텔이다. 물건관리번호는 2024-05180-001이다.
감정평가액은 1억 5300만 원이다. 온비드에는 지난 6월29일~7월1일 회차 당시에도 이미 유찰 횟수가 15회로 표시됐고 당시 예정가격은 3672만 원이었다.
이후에도 매각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공매정보상 10월26일 시작 예정 회차의 최저가격은 459만 원, 감정가의 불과 3% 수준까지 내려가 있다. 유찰 횟수도 18회로 표시된다.
상현역 인근 수도권 오피스텔 한 채의 최저입찰가격이 중고차 한 대 값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그렇다고 459만 원이 이 오피스텔의 ‘실제 시세’라는 뜻은 아니다. 감정가는 2024년 8월27일 평가된 금액이고 공매가격은 반복된 매각 절차에서 형성된 예정가격이다.
점유와 임차관계, 인수해야 할 권리 등이 있는지는 공매재산명세서와 등기부 등을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 194억 원 포곡 대형 부동산, 19억 원대로
절대 금액으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처인구 포곡읍 삼계리의 대형 근린생활시설이다.
토지 7934㎡, 건물 4091.03㎡ 규모로 감정가는 무려 194억 1139만 원이다. 물건관리번호는 2026-09987-009다.
공매정보에는 11월16~18일 예정 회차에서 최저입찰가격이 19억 4114만 원으로 표시돼 있다. 감정가와 비교하면 약 10% 수준이다.
감정가와 예정가격의 차이만 약 174억 7000만 원이다.
다만 이런 대형 부동산은 일반 주택과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19억 원이라는 절대가격 자체가 높고 토지와 여러 동의 건물이 함께 포함돼 있어 활용도와 인허가, 건물 상태, 수익성 등을 따져야 한다.
감정가 대비 가격이 크게 낮다는 사실만으로 투자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대표적인 물건이다.
△ 8억 4879만 원 운학동 토지, 8488만 원
처인구 운학동 552-1의 밭도 눈길을 끈다.
면적은 1069㎡로 약 323평이다. 감정평가액은 8억 4878만 6000원인데 11월16~18일 예정 회차의 최저입찰가격은 8487만 9000원이다.
정확히 감정가의 약 10% 수준이다. 물건관리번호는 2026-01542-004다.
최저가격만 면적으로 나누면 ㎡당 약 7만 9000원이다. 공개자료에 제시된 올해 5~6월 운학동 같은 지목의 거래가격과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다만 토지는 같은 동네, 같은 지목이라고 해도 도로 접면과 모양, 경사, 용도지역, 개발 가능성에 따라 가격 차이가 매우 크다.
특히 지목이 ‘전’인 만큼 실제 취득 과정에서 농지취득자격증명 등 필요한 절차가 있는지 반드시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 2억 2433만원 보정동 임야, 2243만 원
기흥구 보정동 산121-1 임야도 감정가의 10분의 1 수준까지 내려간다.
감정가는 2억 2433만 원, 11월16~18일 예정된 회차의 최저입찰가격은 2243만 원이다. 물건관리번호는 2026-03825-001이다.
‘보정동 땅을 2000만 원대에 산다’고 하면 솔깃할 수 있지만 지목은 임야다.
임야는 도로와 연결돼 있는지, 경사도가 어느 정도인지, 개발행위가 가능한지, 각종 도시계획이나 산지 관련 규제를 받는지 등에 따라 활용 가치가 크게 달라진다.
싸게 취득하더라도 실제 이용이 어렵다면 장기간 보유 부담만 생길 수 있다.
비슷한 사례는 처인구 마평동에서도 나온다. 마평동 산57-2 임야는 감정가 1억 890만 원에 대해 11월23~25일 예정가격이 1089만 원으로 역시 10% 수준이다.
△ 90% ~ 97% 감소 이유는?
그렇다면 수억 원짜리 부동산 가격이 어떻게 수백만~수천만 원까지 내려갈 수 있을까.
핵심은 반복되는 공매 절차다. 예정가격에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거나 매각이 성립하지 않으면 다음 공매 과정에서 가격이 단계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유찰됐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어도 ‘왜 아무도 사지 않았는지’까지 공매자료가 설명해 주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수지 상현동 오피스텔은 공개된 온비드 자료에서 15차례 유찰된 사실이 확인되고 이후 공매정보에는 18회 유찰로 나타난다. 기흥구 농서동 상가는 16차례 유찰 기록이 확인된다.
그러나 이를 곧바로 ‘권리관계에 문제가 있어서’, ‘상권이 나빠서’, ‘세입자 때문에’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실제 원인은 공매재산명세서와 등기, 점유현황, 현장조사 등을 통해 물건별로 확인해야 한다.
반대로 공매가격이 내려간다고 반드시 끝없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처인구 남사읍 e편한세상 용인한숲시티5단지 전용 90.51㎡ 아파트는 감정가가 4억 4200만 원이었다.
지난 9월14~16일 공매에서 최저입찰가격 3억 9780만 원으로 나왔고 실제로는 4억 1200만 원에 낙찰됐다.
공개된 같은 단지 최근 실거래 자료와 비교해도 일반적인 주거용 아파트는 수요자가 가격을 비교하기 상대적으로 쉽다. 결국 공매에서도 물건의 종류와 환금성, 시장에서 형성된 실제 가격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 ‘97% 할인’이라고 부르면 안 되는 이유
공매 물건을 볼 때 가장 경계해야 할 표현이 ‘할인’이다.
감정가 1억 5300만 원짜리 오피스텔의 최저입찰가가 459만 원이라고 해서 백화점 상품처럼 ‘97% 할인된 부동산’이라고 볼 수는 없다.
감정평가 시점과 현재 시세가 다를 수 있고 감정가 자체가 실제 매매가격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여기에 점유·명도, 임차인, 체납 관리비, 인수 가능 권리, 토지이용 제한과 향후 처분 가능성 등 가격표에 나타나지 않는 변수가 있다.
특히 공매는 법원 경매와 절차가 다르다. 낙찰 이후 점유자를 내보내는 과정에서도 법원 경매의 인도명령과 같은 절차를 그대로 이용할 수 없는 만큼 사전에 점유관계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공매정보 사이트 역시 입찰 전 온비드 원문 공고와 공매재산명세서 등을 직접 확인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그래서 9억 6000만 원짜리 상가가 2400만 원까지 내려왔다면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얼마나 싸졌나’가 아니다.
‘왜 이 가격까지 내려왔는데도 팔리지 않았나.’
용인 공매시장의 믿기 어려운 가격표를 읽는 출발점은 이같은 질문에서부터 비롯되어야 한다.
※ 기사에 소개한 가격과 일정은 2026년 9월29일 현재 공개된 온비드 및 공매정보를 기준으로 확인한 예정 내용입니다.
공매는 취소·변경·매각 등으로 일정과 최저입찰가격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실제 입찰 전 한국자산관리공사 온비드의 해당 물건 공고와 공매재산명세서를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