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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마평동~원삼, 국지도 57호선 12.3㎞ 개량

곱등고개 2.88㎞에 터널 … 동부권 생활축 변화 예고

 

용인신문 | 용인 처인구 원삼면에 세계적인 규모의 반도체 생산기지가 들어서고 있지만 그곳으로 가는 길은 오랫동안 ‘옛길’에 가까웠다.

 

용인 도심에서 원삼으로 향하려면 굽이굽이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곱등고개를 넘어야 한다.

 

경사가 심한 데다 일부 구간은 도로 폭까지 좁아 대형 차량과 승용차가 뒤섞이면 운전자의 긴장도 높아진다.

 

그런데 이 길이 달라진다.

 

마평동에서 원삼면 용인반도체클러스터를 연결하는 국가지원지방도 57호선 개량사업이 정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면서다.

 

단순히 낡은 도로 하나를 손보는 사업으로 보기에는 변화의 폭이 크다. 반도체 산업단지가 들어서는 원삼과 기존 용인 도심을 직접 연결하는 길이 달라지면서 처인구 동쪽의 생활권 자체가 재편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 마평~원삼 12.3㎞ … 2219억 원 투입

사업 구간은 처인구 마평동 용인예술과학대 삼거리에서 원삼면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까지 약 12.3㎞다. 총사업비는 2219억 원이다.

 

정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은 ‘제6차 국도·국지도 건설 5개년 계획’ 반영 절차를 밟게 됐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10월 이후 건설계획을 최종 확정·고시할 예정이다.

 

핵심은 단순한 도로 포장이 아니다. 굽은 도로의 선형을 바로잡고 교통시설을 개선하며 보행로와 마을 진입을 위한 좌회전 차로 등을 설치하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곱등고개다.

 

마평에서 원삼으로 넘어가는 길목인 곱등고개는 경사가 심하고 도로 폭이 좁아 안전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사업에는 이 일대 2.88㎞ 구간에 터널을 신설하는 계획이 들어갔다. 고개를 타고 넘던 도로가 터널을 통과하는 길로 바뀌는 것이다.

 

△ 산단 집인로 아닌 도심 연결도로

이 도로가 중요한 이유는 반도체클러스터 때문이다.

 

원삼면 일대에는 SK하이닉스가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가 조성되고 있다.

 

공장과 협력업체가 들어서고 근무자가 늘어나면 출퇴근 차량은 물론 물류와 생활교통까지 함께 증가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산업단지는 거대해지고 있는데 주변 도로망은 과거 농촌지역의 교통량을 전제로 만들어진 곳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국지도 57호선은 그 간극을 메우는 도로 가운데 하나다. 원삼에서 마평으로 나오면 용인 도심권과 연결되고 국도 45호선 등 다른 간선도로로 이동할 수 있다.

 

반대로 용인 도심에서는 원삼 반도체클러스터로 향하는 주요 접근축이 된다.

 

그래서 57호선의 변화는 ‘산단에 출근하기 편해지는 길’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원삼 주민에게는 용인 도심으로 나오는 길이고, 도심 주민에게는 원삼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산업도로이면서 동시에 생활도로인 셈이다.

 

△ 주민 생활권 ‘변화’

도로가 바뀌면 사람들의 생활 반경도 바뀐다.

 

지금까지 원삼은 같은 처인구 안에서도 용인 도심과 심리적·시간적 거리가 있는 지역이었다.

 

행정구역상 같은 용인이지만 굽은 도로와 고개를 지나야 하는 이동 여건 때문에 생활권이 완전히 겹친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곱등고개 터널을 포함한 57호선 개량이 완료되면 이 같은 경계가 옅어질 가능성이 있다.

 

원삼에서 마평·김량장동 등 도심으로 이동하는 접근성이 좋아지면 병원과 학원, 쇼핑, 외식 등 일상적인 소비 동선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도심에서 원삼으로 향하는 출퇴근과 업무 이동 역시 수월해진다.

 

도로 하나가 생활권의 반경을 넓히는 것이다.

 

특히 반도체클러스터 조성으로 원삼 주변의 인구와 사업체가 늘어난다면 도로 개선 효과는 단순한 통행시간 단축에 그치지 않는다.

 

주거 수요가 어느 지역으로 움직일지, 상권이 어디까지 확장될지, 기존 도심과 신산업지역이 어떤 방식으로 연결될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도로 개량만으로 이런 변화가 자동으로 일어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실제 생활권 변화는 반도체클러스터 가동 시점과 종사자 규모, 주택 공급, 대중교통망, 주변 도로 확충 등이 함께 맞물려 결정된다.

 

△ 처인구 도로망, 반도체 따라 재편

57호선만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같은 정부 심의에서 안성 대덕에서 용인 남사를 연결하는 국지도 23호선 확장사업도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다.

 

남사읍 진목교차로에서 안성시 경계까지 남아 있던 2차로 병목구간 등을 4차로로 확장하는 사업이다.

 

용인 남쪽에서는 이동·남사읍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를 중심으로 교통망 확충이 진행되고, 동쪽에서는 원삼 반도체클러스터와 용인 도심을 잇는 57호선이 바뀌는 그림이다.

 

결국 처인구의 도로 지도가 반도체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다시 짜이고 있는 셈이다.

 

지금까지 용인의 성장축이 수지·기흥 등 서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됐다면 앞으로는 원삼과 이동·남사를 포함한 처인구 남동부의 교통망이 도시 성장의 또 다른 축으로 떠오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