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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추천 영화&드라마

<화제의 영화> 총성·도박판·70대 인턴, 극장가 제대로 붙었다

23일 ‘암살자(들)’·‘타짜: 벨제붑의 노래’·‘가능한 사랑’ 한꺼번에 개봉…‘인턴’은 먼저 흥행몰이
1974년 총성부터 20년 만의 ‘타짜’ 마지막 판까지…장르도 관람등급도 제각각
올 추석 영화 고르는 첫 질문은 ‘뭘 볼까’보다 ‘누구랑 볼까’

 

용인신문 | “추석에 영화나 한 편 볼까?”

 

여기까지는 쉽게 합의가 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부모님은 역사물을 보고 싶다고 하고, 다 큰 아들은 ‘타짜’를 보자고 한다. 가볍게 웃고 싶은 사람도 있고, 모처럼 극장에 가는 만큼 묵직한 영화를 보고 싶다는 사람도 있다.


올 추석에는 이 선택이 더 어려워졌다. 모두가 함께 웃고 나오는 명절 코미디 한 편이 극장가를 휩쓰는 익숙한 풍경 대신 전혀 다른 색깔의 한국영화들이 한꺼번에 맞붙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승부는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3일 시작된다. 허진호 감독의 ‘암살자(들)’, 20년 ‘타짜’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이창동 감독의 8년 만의 신작 ‘가능한 사랑’이 같은 날 개봉한다. 여기에 지난 16일 먼저 극장에 들어온 최민식·한소희 주연 ‘인턴’까지 버티고 있다.


한마디로 총성부터 포커판, 70대 신입사원, 두 부부의 사랑과 욕망까지 한 상에 올라왔다.

 

 

1974년 8월 15일, 그날의 총성을 다시 꺼냈다

 


역사와 미스터리를 좋아한다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영화는 ‘암살자(들)’이다.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장. 대통령을 겨눈 총탄이 빗나가고 영부인이 쓰러진다. 사건은 재일교포 2세의 단독 범행으로 정리되지만 영화는 바로 그 지점에서 질문을 던진다. 정말 혼자 벌인 일이었을까.


유해진은 당시 현장 경비를 맡았던 경찰 철구, 박해일은 사건을 추적하는 사회부장 재환, 이민호는 막내 기자 영일을 맡았다. 세 사람은 서로 다른 자리에서 사건 뒤에 감춰진 진실을 좇는다. 허진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는 실제 역사적 사건에서 출발하지만 사건의 배후를 추적하는 극영화인 만큼 역사적 사실과 영화적 상상력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12세 이상 관람가다. 23일 개봉도 확인됐다.


명절 극장에서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현대사의 한복판을 끌어왔다는 점에서 다른 경쟁작과 색깔부터 다르다.

 

 

고스톱은 내려놓고 포커를 잡았다…‘타짜’의 마지막 판

 

 

좀 더 센 영화를 원한다면 20년 묵은 이름이 돌아온다. ‘타짜: 벨제붑의 노래’다.

 

2006년 조승우·김혜수·백윤식·유해진이 등장했던 ‘타짜’가 처음 극장에 걸린 지 꼭 20년. ‘타짜: 신의 손’, ‘타짜: 원 아이드 잭’을 거쳐 네 번째 영화가 나왔다. 제작진은 이번 작품을 영화 ‘타짜’ 시리즈의 마지막 편으로 내세웠다.

 

이번에는 화투보다 포커가 앞에 선다.

 

온라인 카지노 사업으로 성공한 장태영(변요한)이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은 동명이인의 친구 박태영(노재원)을 글로벌 도박판에서 다시 만나면서 벌어지는 복수극이다. 일본과 베트남의 큰손들까지 판에 들어온다. 조우진과 윤경호, 미요시 아야카 등이 합류한다.

 

무엇보다 ‘타짜’라는 이름 자체가 관객에게는 강력하다. “나 이대 나온 여자야”, “묻고 더블로 가” 등 1편이 남긴 대사는 20년이 지나도록 살아 있다. 제작진이 마지막이라고 선언한 네 번째 ‘타짜’가 1편의 기억을 어디까지 되살릴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다만 가족끼리 무작정 예매하면 곤란하다. 상영시간 129분에 청소년 관람불가다.

 

 

최민식이 ‘신입사원’이 됐다

 

 

반대로 총도 싫고 도박도 부담스럽다면 이미 극장에서 뛰고 있는 ‘인턴’이 있다. 무엇보다 설정부터 재미있다. 최민식이 신입 인턴이다.


2015년 로버트 드 니로와 앤 해서웨이가 출연한 할리우드 영화 ‘인턴’을 한국적으로 다시 만든 작품으로, 37년 직장생활을 마친 기호(최민식)가 젊은 CEO 선우(한소희)의 회사에 실버 인턴으로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회사 경력으로 따지면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 베테랑이지만 새 직장에서는 막내다. 반대로 선우는 회사에서는 대표지만 인생에서는 여전히 수많은 문제와 맞닥뜨리는 젊은 사람이다.

 

‘70대 인턴과 젊은 CEO’라는 세대의 뒤집기가 이 영화의 힘이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극장을 찾는 명절이라는 점에서도 다른 세 작품보다 비교적 편하게 선택할 수 있는 카드다.

 

 

164분짜리 이창동의 질문…‘가능한 사랑’

 

 

추석 연휴에 작정하고 영화 한 편을 보고 싶은 관객에게는 ‘가능한 사랑’이 기다린다.


‘버닝’ 이후 이창동 감독이 8년 만에 내놓은 장편 신작이다. 전도연·설경구·조인성·조여정이 출연한다.


이 영화의 중심에는 두 부부가 있다. 해고 노동자와 그의 아내, 그리고 이들을 촬영하려는 다큐멘터리 감독과 남편이 만나면서 서로 다른 삶이 뒤엉키기 시작한다. 사랑과 욕망, 계급과 관계의 균열을 들여다보는 작품이다.


가벼운 명절 오락영화를 기대했다면 선택 전에 한 번 더 생각할 필요가 있다. 상영시간부터 164분, 2시간44분이다. 청소년 관람불가이기도 하다.


하지만 ‘밀양’, ‘시’, ‘버닝’을 만든 감독의 8년 만의 장편이라는 이름만으로 기다려온 관객층은 분명하다. 화려한 사건보다 영화를 본 뒤 오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관객을 겨냥한 작품이다.

 

 

올해 추석 영화는 ‘누구와 가느냐’가 먼저다

 

그래서 올해 추석 극장가는 조금 이상하고, 그만큼 재미있다.


1974년의 총성을 추적하는 ‘암살자(들)’, 20년 만에 마지막 패를 꺼내 든 ‘타짜: 벨제붑의 노래’, 70대 신입 인턴을 내세운 ‘인턴’, 두 부부의 사랑과 욕망을 164분 동안 파고드는 ‘가능한 사랑’. 같은 한국영화지만 네 작품의 얼굴이 이렇게 다를 수 없다.


관람등급도 갈린다. 12세 이상 관람가 작품이 있는 반면 ‘타짜: 벨제붑의 노래’처럼 청소년 관람불가 작품도 있다. ‘추석이니까 다 같이 영화나 보자’며 제목만 보고 예매했다가는 극장 입구에서 가족이 갈라질 수도 있다. ‘타짜: 벨제붑의 노래’의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은 확인됐다.


더구나 한국영화끼리만 싸우는 것도 아니다. 여름 극장가를 휩쓴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오디세이’가 버티고 있다.


더구나 한국영화끼리만 경쟁하는 것도 아니다. 여름 극장가를 달군 대작들이 여전히 관객을 붙잡고 있는 가운데 추석을 겨냥한 한국영화들이 한꺼번에 극장으로 들어온다. 어느 한 작품이 명절 극장가를 독식하기보다 장르와 관객층이 뚜렷하게 갈리는 승부가 펼쳐지는 셈이다.


추석 연휴는 길고, 영화는 많다. 1974년의 총성을 따라갈 수도 있고, 20년 만에 돌아온 ‘타짜’의 마지막 판에 앉을 수도 있다. 70대 신입 인턴의 출근을 지켜보거나, 164분 동안 이창동 감독이 던지는 사랑과 삶의 질문을 따라가도 된다.


예년 같으면 “이번 추석 대작이 뭐야?”라고 물었다면 올해는 질문부터 달라졌다. “이번 추석엔 어떤 영화를 볼까.” 한 편으로 쏠리기보다 취향대로 골라 보는 추석. 올해 극장가는 그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