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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국민연금 10년의 문턱 … ‘추납’에 다시 사람들이 몰린다

‘1개월 가입 뒤 119개월 추납’ 형평 논란
정부·국회, 실거주·실납부 기준 강화 착수

 

용인신문 | 국민연금에는 시간을 되돌려 살 수 있는 제도가 있다. 과거 실직이나 경력단절 등으로 보험료를 내지 못했던 기간을 나중에 돈을 내 가입기간으로 되살리는 ‘추후납부’, 이른바 ‘추납’이다.

 

최근 이 추납에 다시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한동안 급감했던 신청 건수가 지난해 24만건을 넘어서며 2020년의 역대 최고 수준에 다시 근접했다.

 

특히 국내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짧은 외국인 가운데 추납을 이용해 노령연금 수급권을 확보하는 사례가 크게 늘면서 제도를 둘러싼 형평성 논란도 커지고 있다.

 

추납을 이해하려면 먼저 국민연금의 ‘10년’이라는 문턱을 알아야 한다.

 

국민연금 노령연금을 매달 받으려면 원칙적으로 보험료를 낸 가입기간이 최소 120개월, 즉 10년 이상이어야 한다. 가입기간이 9년 11개월이라면 단 한 달이 부족해도 10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추납은 바로 이 빈 기간을 메우는 제도다.

 

예를 들어 직장을 다니다 실직해 국민연금 보험료 납부예외를 인정받았거나, 보험료를 낸 이력이 있는 사람이 결혼·육아 등으로 소득이 없어 적용 대상에서 빠져 있었던 기간이 있다면 나중에 해당 기간의 보험료를 납부해 가입기간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다만 과거에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았던 모든 기간을 마음대로 돈을 내 사는 것은 아니다. 보험료 납부예외 기간, 일정 요건을 충족한 적용제외 기간, 1988년 이후 군 복무 기간 등 법에서 정한 기간만 가능하며 최대 추납 기간도 119개월로 제한돼 있다.

 

국민연금공단 역시 추납을 최소 가입기간을 채워 연금 수급 기회를 얻거나 기존 가입자가 연금액을 늘릴 수 있도록 만든 제도로 설명하고 있다.

 

추납보험료 역시 과거 당시 보험료를 그대로 내는 방식이 아니다. 현행법상 신청한 달의 기준소득월액을 토대로 납부기한이 속하는 달의 보험료율을 적용해 추납보험료를 산정한다.

 

2026년부터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9.5%로 인상된 만큼 신청 시점과 납부 방식에 따라 실제 부담액도 달라질 수 있다.

 

△ 2023년 8만 건… 2년 만에 24만 건 ‘급증’

추납은 한때 ‘연금 재테크’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1999년 제도 도입 초기에는 추납할 수 있는 기간에 상한이 없었다. 이후 전업주부 등 적용제외자까지 대상이 확대되면서 은퇴를 앞두고 과거 수십 년의 보험료를 한꺼번에 납부해 가입기간과 연금액을 크게 늘리는 사례가 나타났다.

 

논란이 커지자 2020년 12월 법을 고쳐 추납 가능 기간을 최대 119개월로 제한했다.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전체 추납 신청은 2020년 27만 1303건에서 2021년 21만 5460건, 2022년 14만 8439건으로 줄었고 2023년에는 8만 7644건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감소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2024년 13만 8459건으로 반등한 데 이어 2025년에는 24만 4329건으로 뛰었다. 불과 1년 새 76.5% 증가했고 2023년과 비교하면 2년 만에 약 2.8배가 됐다. 올해도 6월까지 10만 6838건이 접수됐다.

 

추납 신청이 다시 늘어난 배경에는 고령화와 은퇴 준비에 대한 관심이 커진 데다, 국민연금에서는 ‘가입기간’ 자체가 연금 수급 여부와 수령액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라는 인식이 확산된 영향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가입기간이 10년에 조금 못 미치는 사람에게 추납은 단순히 연금액을 몇 만원 더 받는 문제가 아니다. 추납으로 120개월을 넘기느냐에 따라 매달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는 수급권 자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 외국인 문제에서 드러난 제도 허점

논란이 가장 크게 불거진 곳은 외국인 가입자다.

 

외국인의 추납 신청은 2016년 87건에서 2025년 1517건으로 크게 늘었다.

 

숫자 자체는 전체 신청의 일부지만, 추납을 통해 최소 가입기간 120개월을 채워 노령연금 수급권을 취득한 외국인은 2016년 27명에서 올해 6월 기준 2250명으로 증가했다. 10년 만에 83배가 넘는 규모다.

 

특히 국내에서 실제 보험료를 낸 기간은 매우 짧지만 과거 국내 체류기간 등을 근거로 119개월을 추납해 120개월을 채우는 사례가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실제 현장에서는 국내에서 1개월 보험료를 낸 뒤 최대 119개월을 추납해 10년 가입기간을 완성하고 노령연금 수급권을 얻은 사례도 확인됐다.

 

현행 추납제도가 최소 1개월의 보험료 납부 이력만 있어도 일정 요건 아래 과거 적용제외 기간 등을 추납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핵심은 외국인이라는 국적 자체보다 ‘실제로 얼마 동안 국민연금 제도에 기여했느냐’와 ‘추납으로 얼마나 긴 가입기간을 인정해 줄 것이냐’ 사이의 균형이다.

 

내국인에게 경력단절과 실직으로 생긴 연금 공백을 메워주기 위해 만든 사회안전망이 실제 보험료 납부기간보다 훨씬 긴 기간을 한꺼번에 채우는 통로가 된다면 제도의 취지와 가입자 간 형평성을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 거주 기간 및 납입 규모 따져야

정부와 국회도 제도 손질에 들어갔다. 연금당국은 외국인의 추납 신청 때 출입국 기록 등을 통해 실제 국내 거주 여부를 보다 엄격하게 확인하고, 해외 체류기간이 국내 추납기간으로 인정되는 것을 막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상대 국가가 자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에게 동일한 추납 권리를 보장하는 경우에 한해 해당 국가 국민에게도 허용하는 ‘상호주의’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국회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외국인이 최소 12개월 이상 실제 보험료를 낸 경우에만 추납을 허용하고, 추납할 수 있는 기간 역시 실제 보험료를 납부한 기간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입법안도 나왔다.

 

추납은 국민연금의 허점만을 보여주는 제도가 아니다. 실직과 육아, 경력단절 때문에 가입기간이 끊어진 사람에게 다시 노령연금 수급 기회를 열어주는 대표적인 사각지대 보완 장치다.

 

문제는 ‘과거의 연금 공백을 메워주는 제도’와 ‘짧은 가입 이력으로 장기간의 수급권을 확보하는 통로’ 사이의 경계다.

 

24만 명이 다시 추납 창구를 찾기 시작한 지금, 국민연금이 풀어야 할 숙제도 분명해졌다. 필요한 사람에게는 끊어진 가입기간을 이어주되, 실제 가입과 기여 없이 연금 수급권만 단기간에 확보하는 것은 막는 것. 추납 논란의 본질은 결국 그 경계를 어디에 그을 것인가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