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인신문 | 토끼와 거북이 우화는 상식대로라면 토끼가 이겨야 마땅하지만, 토끼는 달리다 쉬었고 거북이는 묵묵히 걸었다. 결국 결승선에 먼저 닿은 쪽은 거북이였다. 이 우화는 이상하게도 오늘날 요동치는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맨얼굴과 닮아 있다.
나는 태어난 용인의 시골집에서 60년째 살고 있다. 선대에게 물려받은 터전에서 아주 잠시, 그것도 용인 땅 안에서만 맴돌았을 뿐이니 평생을 산 셈이다. 부동산 뉴스에도 워낙 둔감한 편이라, 남들 다 넣어본다는 아파트 청약 신청조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솔직히 무능의 핑계일 수도 있지만, 내게 집이란 재테크 상품이 아니라 삶의 뿌리가 살아 있는 안식처일 뿐이기 때문이다.
한때 세상은 날쌘 ‘토끼’들의 몫이었다. 3억 원짜리 아파트를 팔아 5억 원짜리로 옮겨 타고, 다시 대출을 보태 8억 원짜리로 갈아타며 한몫을 챙기는 이들이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주변에서는 ‘재테크의 달인’이라 치켜세웠다. 반면 나처럼 한동네 낡은 시골집에서 수십 년을 뭉개고 앉아 있는 사람은 답답해 보였을 것이다. “그 시골집에서 아직도 살아?”라거나 “청약도 안 넣고 뭐 하느냐”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기회를 발로 차버린 바보 취급을 받기 일쑤였다.
토끼들은 분주했다. 오를 만한 곳을 찾아 쉴 새 없이 발품을 팔았고, 집을 사고팔 때마다 취득세와 중개수수료를 치렀다. 상승장에서는 대출을 지렛대 삼아 자산을 빠르게 불렸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결코 끝없는 직선으로만 오르지 않는다. 고금리가 지속되고 거래가 꽁꽁 얼어붙자 상황은 급격히 달라졌다. 집값 상승의 환희 뒤로 매달 통장을 짓누르는 이자 부담이 숨통을 조여왔다. 시세가 꺾이면 화려했던 자산보다 앙상한 빚더미가 먼저 눈앞을 가로막는다.
용인시에는 지난 30~40년간 기묘한 변화가 일어났다. 사방이 논밭과 야산뿐이던 한적한 시골 마을에 어느 날부터인가 고속도로가 뚫리기 시작했고 지하철(처인구는 경전철)이 들어왔다. 첨단 산업단지와 대규모 신도시가 생기면서 누구나 탐내는 요지로 변모해 간 것이다. 내가 도시를 찾아간 것이 아니라, 거대한 도시가 스스로 거북이 마을로 걸어 들어왔다. 비록 집은 세월의 더께가 묻은 구옥이지만, 그 터전을 품어 안은 땅의 가치만큼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물론 내가 살고 있는 곳은 팔당상수원의 발원지이면서 수십 년째 수변구역인지라 지가 상승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도 서울의 지인들을 만나면 전국 최고 지가 상승지에 산다는 이유로 ‘용인 유지’ 취급을 받는다. 내 현실과는 거리가 멀지만 집 없는 설움은 없으니 이 얼마나 복 받은 일인가.
이처럼 모든 부동산의 가치가 다 오르는 것은 아니다. 도시의 성장 축과 입지, 그리고 배후 수요가 맞물려야 한다. 그러나 수십 년의 세월을 돌아보며 얻은 분명한 역설이 있다. 무엇을 샀느냐만큼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랜 시간 흔들리지 않고 견뎌냈느냐’다. 부동산에서 가장 강력한 복리는 요란한 눈치작전이 아니라, 묵묵히 버텨낸 시간 그 자체인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