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코스피 7000은 오랫동안 ‘설마’에 가까운 숫자였다. 그런데 그 숫자가 이제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까지 왔다. 7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무려 308.18포인트, 4.61% 폭등한 6995.39에 거래를 마쳤다. 7000까지 남은 거리는 고작 4.61포인트. 하루에 300포인트 넘게 뛰어오른 증시가 마지막 몇 걸음을 남겨두면서 시장에서는 “정말 7000 시대가 오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다시 커지고 있다.
반도체 두 형제가 지수를 들어 올렸다
이날 증시를 끌어올린 주인공은 단연 반도체였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5.68% 오른 27만원, SK하이닉스는 무려 8.26% 급등한 178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큰 두 종목이 동시에 뛰자 지수 전체가 순식간에 위로 들려 올라갔다.
불을 붙인 것은 다시 인공지능(AI)이었다. 글로벌 AI 투자 확대가 고용량 메모리 수요를 더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주로 돈이 몰렸다. 직전 미국 증시에서도 마이크론이 6.10%, 샌디스크가 11.90%, 시게이트가 6.34%, 웨스턴디지털이 5.86% 오르는 등 메모리 관련주가 일제히 급등했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3.38% 상승했다. 미국에서 시작된 반도체 열기가 한국 시장으로 그대로 번진 셈이다.
외국인·기관이 5조원 넘게 샀다
주가만 오른 것도 아니다. 이날 상승세를 더욱 강하게 만든 것은 외국인과 기관의 자금이었다. 두 투자 주체는 유가증권시장에서 합쳐 5조원이 넘는 주식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최근 국내 주식을 대거 팔아치우던 외국인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외국인은 최근 3거래일 동안 코스피에서 약 4조6000억원을 사들이며 다시 한국 주식시장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였다.
외국인이 한국 증시로 다시 발길을 돌린 배경에는 반도체 실적 기대와 함께 원화 강세도 자리 잡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최근 1500원대에서 1300원대로 빠르게 내려오면서 외국인 투자자가 떠안아야 하는 환차손 우려가 줄었기 때문이다. 주가는 오르고 원화까지 강해지면 외국인 입장에서는 한국 주식을 보유할 유인이 그만큼 커진다.
‘7천피’가 숫자 이상의 의미가 된 이유
코스피 7000은 단순히 지수 앞자리 하나가 바뀌는 문제가 아니다. 한국 증시가 그동안 반복해서 지적받아 온 저평가,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벗어나 한 단계 높은 가격대를 시장이 받아들이고 있다는 상징적인 숫자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번 상승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한국 증시의 두 거대한 축이 동시에 움직였다는 점에서 힘이 강했다. AI 데이터센터 확대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늘고 메모리 가격 상승 기대까지 다시 커지면서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개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기에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로 다시 유입되면서 코스피 상승을 이끄는 선순환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다.
실제로 지수는 이날 6910.78로 출발해 이미 3% 넘게 뛰었지만 상승세가 꺾이지 않았다. 장중 차익 실현 매물이 나왔음에도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이를 받아내면서 결국 6995.39까지 올라섰다. ‘7000을 찍을 수 있을까’가 아니라 ‘언제 찍느냐’가 시장의 관심사가 된 것이다.
개미들도 다시 계좌를 들여다본다
증권가뿐 아니라 개인 투자자들의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지수가 급등할 때마다 인터넷 주식 커뮤니티에는 “지금이라도 들어가야 하나”, “7000 넘으면 더 가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쏟아진다. 몇 달 전 급락장에서 주식 앱을 지웠던 투자자들이 다시 계좌를 들여다볼 만한 숫자까지 시장이 올라온 셈이다.
하지만 코스피 7000이 곧바로 새로운 바닥이 된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하루 4%가 넘는 급등은 그만큼 단기 차익 실현 압력도 키운다. 미국 금리와 국제유가, 중동 정세 등 증시를 흔들 수 있는 대외 변수도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반도체에 매수세가 지나치게 집중된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쉬어갈 경우 자동차·금융·AI 인프라 등 다른 업종으로 상승세가 확산될 수 있는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다. 시장에서도 급등 이후 외국인 매수세가 계속 이어질지가 향후 지수 방향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그래도 숫자는 강렬하다. 6995.39.
불과 4.61포인트만 더 오르면 코스피 앞자리에는 ‘7’이 찍힌다. 한때 꿈처럼 들렸던 ‘코스피 7000’이 이제 증권사 전망 보고서 속 숫자가 아니라 장중 몇 번의 호가만으로 넘을 수 있는 현실의 숫자가 됐다.
그리고 실제로 다음 거래일인 8일 코스피는 개장과 동시에 7000선을 넘어섰고 장중 한때 7171.52까지 치솟았다. 다만 오후 들어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6954.52로 내려앉았다. 시장이 확인한 것은 분명하다. 코스피 7000은 더 이상 상상 속의 숫자가 아니다. 이제 시장의 질문은 ‘갈 수 있느냐’에서 ‘7000 위에 얼마나 오래 머물 수 있느냐’로 바뀌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