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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태어나면 2000만 원 … 정부, 청년의 30년을 책임진다

내년 청년예산 43조 3000억 원 … 올해보다 53.5% 급증

용인신문 |

 

 

정부의 청년정책이 일자리와 주거를 개별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출생부터 대학 진학, 취업, 자산 형성, 결혼에 이르는 청년의 생애 전 과정을 지원하는 체계로 크게 바뀐다.

 

아이가 태어나면 최대 2000만 원을 지급하고, 12세까지 아동수당을 확대한다. 지방국립대에 진학하면 일부 학과를 제외하고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며, 지방 중소기업에 취업하면 장려금과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정부가 청년 한 사람의 성장 과정에 장기간 재정을 투입하는 이른바 ‘생애주기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 청년 관련 예산은 43조 3000억 원으로 올해보다 50% 이상 늘어난다. 저출생과 청년 취업난, 수도권 집중, 자산 격차를 한꺼번에 해결하겠다는 구상이지만 현금성 지원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지속 가능한 정책인지에 대한 논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 출생 순간부터 정부 지원 … 최대 2000만 원

정부가 28일 내놓은 ‘청년 성장단계별 종합투자 추진전략’의 가장 큰 특징은 지원 시작 시점이 취업준비생이나 대학생이 아니라 사실상 ‘출생 순간’으로 앞당겨졌다는 점이다.

 

내년부터 아이가 태어나면 새로 도입되는 ‘아이맞이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지원 규모는 1000만 ~ 2000만 원으로, 연간 네 차례에 나눠 지급하는 방식이다. 수도권보다 지방, 첫째보다 둘째·셋째 등 다자녀 가정에 더 많은 지원을 제공하는 구조다.

 

아동수당도 대폭 강화된다. 아이가 태어난 뒤 12세가 될 때까지 매달 최대 30만 원을 지급하며 거주지역에 따라 지원액에 차등을 두는 방안이 포함됐다.

 

0~1세 영아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가정에서 직접 돌보는 경우에는 월 30만 원을 추가 지원한다.

 

정부가 단순히 양육비를 지급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아이가 성인이 됐을 때 사용할 자산까지 함께 만들어주는 제도도 도입한다.

 

부모가 자녀가 18세가 될 때까지 ‘우리아이자립펀드’에 매년 100만 원을 납입하면 정부가 일정 금액을 함께 적립한다. 가정의 자산 규모에 따라 청년의 출발선이 크게 달라지는 문제를 국가 재정으로 일부 보완하겠다는 취지다.

 

△ 지방국립대 등록금 전액 지원

대학에 진학한 뒤에는 교육비 부담을 낮추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정부는 지방국립대 30곳 신입생 약 6만 명을 대상으로 등록금을 전액 지원할 계획이다. 다만 의대와 치대, 약대, 수의대 등 일부 전문학과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청년의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면서 지방대학을 살리는 정책과 청년 지원정책을 결합한 셈이다. 대학을 다니는 동안 인턴학기 등 현장 경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별도의 수당도 지급한다.

 

취업을 준비하면서 ‘K-뉴딜아카데미’ 등 직무교육이나 AI 관련 훈련을 받을 경우에도 정부가 훈련수당을 지원한다. 기업들이 신입사원보다 즉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을 선호하면서 청년들이 겪는 이른바 ‘첫 경력의 벽’을 정부 지원으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 지방 중소기업 취업시 2년간 최대 1800만원

취업 이후 지원 역시 크게 확대된다. 지방 소재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은 2년간 최대 1800만 원의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을 받을 수 있다. 근로소득세도 90%까지 감면되며 혜택 기간은 최장 10년이다.

 

취업 후에는 자산 형성을 지원하는 ‘청년미래적금’도 활용할 수 있다. 청년이 일정 금액을 저축하면 정부가 추가로 돈을 보태 목돈을 만드는 방식이다.

 

특히 현재 연소득 6000만 원 이하 청년으로 제한돼 있는 가입 기준을 내년부터 없애는 방안이 추진된다.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일정 연령의 청년이라면 정부의 자산형성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문턱을 대폭 낮추겠다는 것이다.

 

전·월세 등 주거비 지원도 생애주기 지원 체계에 포함된다.

결혼 단계에서도 현금을 지급한다. 청년이 결혼하면 100만 원의 지원금을 받도록 해 취업과 주거, 자산 형성에서 결혼과 출산으로 정책 지원이 이어지는 구조를 만든다.

 

△ 지방서 출산시 34세까지 최대 1억 9582만 원

정부 추산을 보면 이번 정책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

내년 지방우대지역에서 첫째로 태어난 아이가 각종 지원 요건을 충족할 경우 34세까지 받을 수 있는 정부 지원 규모는 최대 1억 9582만 원에 달한다.

 

출생 당시 아이맞이지원금 1500만 원을 시작으로 아동기본수당 5400만 원, 우리아이자립펀드 약 7157만 원 등을 합하면 18세 이전까지 최대 약 1억 4057만 원의 지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정부는 추산했다. 자립펀드는 연 6%의 수익률을 가정한 금액이다.

 

이후 대학에 진학해 인턴 프로그램에 참여할 경우 약 1855만 원의 수당을 받고, 취업 준비 과정에서 구직·AI 훈련 등에 참여하면 약 590만 원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지방 중소기업 취업 장려금과 청년미래적금, 전·월세 지원 등을 합하면 성인이 된 뒤에도 약 2980만 원의 지원이 이어진다. 결혼할 경우에는 100만 원이 추가된다.

 

결국 정부 정책의 방향은 ‘어려워진 청년에게 한 차례 지원금을 주는 것’에서 ‘태어난 아이가 독립할 때까지 국가가 단계별로 투자하는 것’으로 바뀌는 셈이다.

 

△ 1년 새 청년예산 15조원 증가

문제는 재정이다. 내년도 청년 관련 예산은 43조 3000억 원 규모로 편성될 예정이다. 올해 28조 2000억 원과 비교하면 15조 1000억 원, 53.5%가 늘어난 규모다.

 

정부는 반도체 경기 호황 등에 따른 추가 세수를 활용해 조성할 미래대응기금에도 별도의 청년 계정을 두고 일자리와 주거, 결혼, 출산 지원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이처럼 청년 지원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기로 한 것은 현재 청년들이 겪는 문제가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로 변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취업시장에서는 기업들의 경력직 선호가 갈수록 강해지고 있고 AI 도입 확산은 신입사원이 맡아왔던 초급 업무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집값과 전·월세 부담은 커졌고 취업 시기가 늦어지면서 자산을 축적할 시간도 줄었다. 이는 다시 결혼과 출산 지연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취업정책과 주거정책, 출산정책을 따로 떼어놓는 기존 방식으로는 이 같은 악순환을 끊기 어렵다고 판단한 배경이다.

 

△ “지원 필요하지만 현금 살포로 끝나선 안 돼”

그러나 정책 대부분이 직접적인 현금 지급이나 정부 매칭 지원 방식이라는 점은 향후 논쟁거리가 될 전망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청년문화예술패스와 청년미래적금이다. 공연과 전시 관람 등을 지원하는 청년문화예술패스는 기존에는 19세와 29세 청년에게 생애 한 차례 지원했지만 내년부터는 19~34세 청년에게 매년 지급하는 방식으로 확대된다.

 

청년미래적금 역시 소득 제한을 없애 고소득 청년까지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청년 세대의 어려움을 줄이기 위한 국가 투자가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대가 크지만 지원 대상과 규모가 지나치게 넓어질 경우 정책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생애주기별 지원이라는 정책 방향에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단기적인 현금 지원이나 일경험 지원보다 청년이 장기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양질의 민간 일자리와 연결하는 정책이 더욱 중요하다는 취지로 지적했다.

 

결국 이번 대책의 성패는 정부가 얼마나 많은 돈을 청년에게 지급하느냐만으로 결정되기 어렵다. 출생부터 30대까지 이어지는 대규모 지원이 실제 취업과 지역 정착, 결혼·출산 증가로 연결되느냐가 관건이다.

 

청년 한 명에게 최대 2억 원 가까운 지원이 가능한 시대가 열리지만 그 청년이 정부 지원이 끝난 뒤에도 스스로 삶을 꾸려갈 수 있는 일자리와 소득 기반을 갖게 만드는 것. 43조 원 규모 ‘청년 투자’의 진짜 성적표는 결국 그 지점에서 갈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