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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 수 줄이는 건 ‘비만 자체’였다”…고혈당 겹치면 정자 DNA까지 흔들렸다

남성 1048명 분석…비만군 희소정자증 9.89%, 비비만군 5.75%
나이·혈당·인슐린·콜레스테롤 등 보정해도 희소정자증 오즈 2.37배
비만에 고혈당 겹치자 운동성 저하 20.93%·고도 DNA 분절 18.60%
남성난임 평가, 정액검사 넘어 체중·혈당 등 ‘대사건강’ 함께 봐야

 

용인신문 | 난임검사를 받으러 간 남성이 가장 먼저 확인하는 숫자는 대개 정자 수와 운동성이다. 정자가 몇 마리인지, 얼마나 잘 움직이는지, 정상적인 모양의 정자가 얼마나 되는지가 관심의 중심이다.

 

그런데 최근 남성난임 연구에서는 정액검사 결과표 밖으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는 신호가 잇따르고 있다.

 

허리둘레와 체중, 공복혈당, 인슐린 저항성 같은 대사건강이 정자를 만들어내는 고환의 기능과 정자의 질에까지 연결될 가능성이 점점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2026년 7월 23일 국제학술지 ‘앤드롤로지(Andrology)’에 발표된 연구도 이런 흐름에 힘을 보탰다.

 

중국 저장대학교 의과대학 연구진이 남성 1048명을 분석한 결과, 비만 남성에서는 정자 수가 기준보다 적은 ‘희소정자증’이 더 흔했고 여러 대사 요인을 보정한 뒤에도 비만은 독립적으로 희소정자증과 연관돼 있었다.

 

 

살이 찐 것만으로 차이가 났다

 

연구진은 2022년 7월부터 2025년 11월까지 저장대학교 의과대학 부속병원에서 정액검사와 혈액검사를 받은 남성을 분석했다. 최종 분석 대상은 1048명으로 비비만군 765명, 비만군 283명이었다.

 

이 연구에서는 중국의 비만 기준에 따라 체질량지수(BMI) 28kg/㎡ 이상을 비만으로 분류했다. 따라서 한국이나 서구권의 비만 기준과 숫자를 그대로 대응시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정액검사는 세계보건기구(WHO) 제5판 기준을 사용했다. 정자 농도 1500만/mL 미만 또는 한 번의 사정에서 전체 정자 수가 3900만 미만이면 희소정자증으로 분류했다.

 

결과는 비교적 뚜렷했다.

 

비비만 남성에서 희소정자증은 765명 가운데 44명, 5.75%였다. 비만 남성에서는 283명 가운데 28명으로 9.89%였다. 단순 비율만 놓고 보면 비만군에서 희소정자증이 약 1.7배 많이 발견된 셈이다.

 

하지만 이 정도라면 이런 반론이 가능하다. “비만한 사람이 혈당도 높고 콜레스테롤도 높으니 실제 문제는 비만이 아니라 다른 대사질환 때문 아닐까?”

 

연구진은 그래서 한 단계 더 들어갔다.

 

 

다른 변수를 빼도 ‘비만’이 남았다

 

나이와 수축기·이완기 혈압, 공복혈당, 공복 인슐린, 총콜레스테롤, LDL·HDL 콜레스테롤, 간수치, 요산 등 여러 변수를 통계적으로 보정했다.

 

그런데도 비만 남성의 희소정자증 오즈는 비비만 남성보다 2.369배 높았다. 95% 신뢰구간은 1.313~4.272, P값은 0.004였다. 연구진이 비만을 희소정자증의 ‘독립적 위험인자’라고 표현한 이유다.

 

여기서 ‘독립적 위험인자’라는 말을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비만이 희소정자증을 직접 일으킨다는 인과관계가 입증됐다는 뜻은 아니다. 다른 측정 가능한 변수들을 고려하고도 둘 사이의 통계적 연관성이 남았다는 의미다.

 

흥미로운 것은 비만이 정자의 모든 지표를 일괄적으로 망가뜨린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정자 운동성이 떨어지는 약정자증은 비비만군 8.76%, 비만군 10.60%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기형정자증도 38.30%와 37.10%로 차이가 없었고, 정자 DNA 분절지수(DFI) 역시 비만 여부만으로는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번 연구만 놓고 본다면 단순한 비만에서 가장 먼저 두드러진 신호는 정자의 ‘질’보다는 정자의 ‘수’였다.

 

 

고혈당이 겹치자 이야기가 달라졌다

 

반전은 혈당에서 나왔다.

 

연구진은 공복혈당 6.1mmol/L 이상을 고혈당 상태로 분류했다. 이는 약 110mg/dL에 해당한다. 정자 DNA 분절은 정자염색질구조검사(SCSA)로 평가했으며 DFI가 30% 이상이면 고도 DNA 분절군으로 분류했다.

 

전체 1048명을 놓고 봐도 고혈당 남성에서는 약정자증이 16.30%로 정상 혈당군의 8.58%보다 많았다. 고도 DFI 역시 15.22%로 정상 혈당군의 7.22%보다 높았다.

 

그러나 더욱 눈에 띈 것은 비만 남성만 따로 분석했을 때였다.

 

비만하면서 혈당이 정상인 남성 240명에서는 약정자증이 8.75%였다. 반면 비만하면서 공복혈당까지 높은 43명에서는 20.93%로 뛰었다.

 

정자 DNA에서도 차이가 컸다. 정상 혈당을 유지한 비만 남성의 고도 DFI 비율은 5.00%였지만, 고혈당이 동반된 비만 남성에서는 18.60%였다. 약 3.7배의 차이다.

 

 

비만은 ‘수’, 고혈당은 ‘기능’까지

 

이 결과가 임상적으로 흥미로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비만 자체에서는 희소정자증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났지만, 비만에 고혈당이라는 대사 이상이 하나 더 겹치자 정자의 운동성과 DNA 완전성까지 문제가 확대되는 양상이 관찰됐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비만이 남성 생식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가능한 경로로 호르몬 변화와 대사 이상 등을 제시한다.

 

지방조직이 증가하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라디올로 전환되는 ‘아로마타제 작용’이 증가할 수 있다.

 

이 과정이 시상하부-뇌하수체-고환 축의 신호를 억제하면 테스토스테론과 정자 생성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비만에서 동반되는 인슐린 저항성, 만성 저등급 염증, 산화스트레스 역시 정자를 만드는 세포와 정자 미토콘드리아, DNA 안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후보 기전으로 연구되고 있다.

 

기존 미국생식의학회(ASRM) 자료 역시 비만과 남성 생식기능 저하 사이에 내분비 변화, 당뇨병, 음낭 온도 상승 등 다양한 기전이 관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혈당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환경에서는 산화스트레스와 대사 불균형이 더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 이번 연구에서 ‘비만+고혈당’ 조합에서 운동성이 떨어지고 DNA 분절이 높아진 것은 이 같은 가설과 맞닿아 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이런 생물학적 기전을 직접 입증한 실험은 아니다.

 

 

정액검사표만 봐서는 부족하다

 

난임부부 입장에서는 이 연구가 주는 메시지가 실용적이다.

 

남편의 정자 수가 적다고 해서 곧바로 정자 영양제만 찾을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체중이 어느 정도인지, 최근 공복혈당과 당화혈색소는 어떤지, 혈압과 중성지방은 괜찮은지, 비만과 함께 남성호르몬 저하가 나타나지는 않았는지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유럽비뇨의학회(EAU)의 남성난임 지침도 생활습관 개선을 남성난임 관리의 한 축으로 다루며, 체중 감소가 비만과 관련된 이차성 성선기능저하증을 개선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체중을 줄인다고 모든 남성에서 정자 수나 임신율이 반드시 좋아진다는 정도로 근거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연구 결과들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부분도 있다.

 

이 차이가 중요하다.

 

“살 빼면 정자가 무조건 좋아진다”가 아니라, “비만과 대사 이상을 남성난임의 치료 가능한 위험요인 가운데 하나로 함께 평가해야 한다”에 가깝다.

 

 

3개월 뒤를 보는 치료가 필요하다

 

정자는 오늘 먹은 음식이나 어제 시작한 운동의 결과로 바로 바뀌는 세포가 아니다. 정자가 만들어지고 성숙해 사정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체중과 혈당을 관리한다고 해도 다음 주 정액검사에서 바로 효과를 확인하려 하기보다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또한 정액검사 수치는 한 번의 검사만으로 고정된 ‘남성의 성적표’처럼 받아들여서도 안 된다.

 

정자 농도와 운동성은 검사할 때마다 상당히 달라질 수 있어 비정상 결과가 나왔다면 반복 검사가 중요하다. 미국비뇨의학회와 미국생식의학회(AUA·ASRM) 지침도 비정상 정액검사에서는 복수의 검사를 통한 평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번 연구에도 한계는 있다. 한 병원의 자료를 뒤돌아본 후향적 연구이고, 무정자증 남성은 애초 분석에서 제외됐다.

 

비만 기준 역시 BMI 28kg/㎡ 이상이라는 중국 기준을 사용했다. 연구진도 대규모 전향적 연구를 통해 결과를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연구 하나만으로 “비만이 정자 DNA를 손상시킨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조금 더 섬세하다.

 

비만만 있을 때는 정자 수 감소가 먼저 눈에 띄었고, 여기에 고혈당이라는 대사 이상까지 겹치자 정자의 움직임과 DNA 상태에서도 이상 신호가 커졌다.

 

난임검사실에서 지금까지 정자 수와 운동성만 들여다봤다면, 이제는 그 정자를 만들어내는 남성의 몸 전체를 함께 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남성난임에서 체중계와 혈당검사표가 정액검사지만큼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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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중국 저장대학교 의과대학 제4부속병원 생식의학센터 연구진이 2026년 7월 23일 국제학술지 ‘앤드롤로지(Andrology)’에 발표한 ‘비만은 희소정자증의 독립적 위험인자이며, 고혈당이 동반되면 약정자증과 정자 DNA 분절 증가 위험이 악화된다(Obesity Is an Independent Risk Factor for Oligozoospermia, With Co-Existing Hyperglycemia Exacerbating Risks of Asthenozoospermia and Elevated Sperm DNA Fragmentation)’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논문 DOI는 10.1111/andr.70324입니다. 특정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하지 않으며, 실제 의학적 판단은 전문의 상담을 통해 이뤄져야 합니다.

 

※ 이미지: AI 생성 (ChatGPT, OpenAI) /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용 시각 자료입니다.

 

※ 이 기사는 아기성공연구소 제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