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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 금리의 함정 … 월 한도·우대조건 따져봐야

은행 고금리 적금 ‘착시’ … 신규만 챙기는 특판의 그늘

용인신문 |

 

 

 

‘연 12%.’ 금리 숫자만 보면 좀처럼 보기 힘든 고금리 상품이다. 하지만 매달 30만원씩 6개월 동안 돈을 넣고 모든 우대조건을 충족한 뒤 실제 손에 쥐는 세후 이자는 약 5만 3000원이다.

 

최근 은행권이 최고 연 7~12%를 내건 특판 적금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최고금리’와 소비자가 실제 받는 이자 사이에는 적지 않은 간극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금리의 상당 부분이 신규 고객 유치나 카드 가입, 급여이체 등 각종 우대조건에 붙어 있고 월 납입 한도와 가입기간도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랫동안 거래해온 기존 고객보다 일정 기간 해당 은행을 이용하지 않았던 고객이나 신규 고객에게 더 높은 금리가 돌아가는 상품이 늘면서 은행의 ‘충성고객 역차별’ 논란도 뒤따르고 있다.

 

△ 12%보다 중요한 ‘얼마를 받느냐’

최근 은행들이 내놓은 특판 상품의 최고금리는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KB국민은행 ‘KB카드 쓰담쓰담 적금’은 최고 연 12%, 신한은행 ‘신한 적금 9단’은 최고 연 9%, 우리은행 ‘우리의 소원 적금’은 최고 연 8.29%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상품의 기본금리는 대부분 연 2~3% 수준이다. 최고금리는 기본금리에 여러 우대금리를 모두 더했을 때만 받을 수 있다.

 

문제는 그 조건이다. 신한은행 상품은 최근 6개월 동안 신한은행의 정기예금·적금·청약을 보유하지 않은 고객이 주요 우대 대상이다.

 

KB국민은행 상품은 첫 급여이체와 KB국민카드 신규 이용 등의 조건이 붙는다. 우리은행 상품 역시 일정 기간 예·적금을 보유하지 않은 고객에게 우대 혜택을 준다.

 

상품에 따라 출석 이벤트나 카드 이용, 평균잔액 등 추가 조건까지 충족해야 한다.

광고에서 보이는 ‘연 9%’나 ‘연 12%’가 모든 가입자에게 적용되는 금리는 아니라는 의미다.

 

△ 오래 거래할수록 멀어지는 특판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최고 연 9% 특판 적금 소식을 듣고 주거래은행 앱에 접속했다가 가입을 포기했다. 높은 우대금리를 받으려면 최근 6개월 동안 해당 은행의 예·적금이나 청약을 보유하지 않았어야 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10년 넘게 이 은행을 이용하면서 급여이체와 공과금 자동납부까지 하고 있다.

 

김씨는 “은행을 계속 이용해온 사람보다 거래가 없던 고객에게 더 좋은 금리를 준다는 것이 이해하기 어렵다”며 “주거래 고객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은행 입장에서는 이유가 있다. 특판 상품은 기존 고객의 자금을 단순히 다른 상품으로 이동시키기보다 다른 은행에 있던 돈을 끌어오는 데 효과가 있어 신규 고객이나 장기 미거래 고객에게 우대금리를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은행채를 발행해 자금을 마련하는 것보다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예·적금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도 은행들이 특판 경쟁에 뛰어드는 배경으로 꼽힌다.

 

△‘연 12%’인데 이자는 5만원. 왜?

최고금리를 모두 받더라도 소비자가 기대하는 것만큼 이자가 크지 않을 수 있다.

 

적금은 가입 첫날 목돈 전체에 연 12%의 금리가 붙는 상품이 아니다. 매달 돈을 나눠 넣기 때문에 마지막 달에 납입한 돈에는 한 달 정도의 이자만 붙는다.

 

여기에 특판 상품들은 월 납입액과 가입기간까지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KB카드 쓰담쓰담 적금에 월 30만 원씩 6개월 동안 납입해 최고 연 12% 조건을 모두 충족해도 세후 이자는 약 5만 3000원이다.

 

신한 적금 9단에 월 30만 원씩 12개월간 납입해 최고 연 9%를 적용받으면 세후 이자는 약 14만 8000원이다. 우리의 소원 적금 역시 월 50만 원씩 6개월 동안 넣어 최고금리를 받더라도 세후 이자는 약 6만1000원 수준이다.

 

두 자릿수 금리라는 숫자에 비해 실제 손에 들어오는 돈은 크지 않은 셈이다.

 

△ 금리 아닌 ‘조건’이 관건

특판 적금 자체가 소비자에게 불리한 상품이라는 뜻은 아니다. 평소 이용하지 않던 은행에서 별다른 추가 비용 없이 우대조건을 충족할 수 있다면 일반 적금보다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상품을 고를 때 광고에 등장하는 최고금리만 비교하는 것은 위험하다.

 

자신이 실제 적용받을 수 있는 금리가 얼마인지, 월 최대 납입액은 얼마인지, 만기는 몇 개월인지, 카드 사용이나 신규 가입을 위해 추가 비용을 써야 하는지까지 따져봐야 한다.

 

결국 소비자에게 중요한 숫자는 ‘연 12%’가 아니다. 만기 날 내 통장에 실제로 들어오는 이자가 얼마인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