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1 (금)

  • 흐림동두천 24.2℃
  • 구름많음강릉 24.0℃
  • 구름많음서울 24.9℃
  • 구름많음대전 24.8℃
  • 구름많음대구 27.8℃
  • 맑음울산 24.5℃
  • 구름많음광주 27.7℃
  • 맑음부산 26.4℃
  • 구름많음고창 25.6℃
  • 맑음제주 27.3℃
  • 흐림강화 23.2℃
  • 구름많음보은 23.9℃
  • 흐림금산 25.5℃
  • 구름많음강진군 28.5℃
  • 구름많음경주시 25.1℃
  • 맑음거제 26.1℃
기상청 제공

정자는 만들어지는데 나오지 않는다?

후천적 폐쇄성무정자증이 되는 이유가 있다
고환의 정자 생산 기능은 살아 있지만 정관·부고환·사정관 막히면 정액에서 정자 사라져
감염·염증부터 정관수술·서혜부 수술·외상까지…후천적 폐쇄 원인 찾아야 치료 방향 보인다

 

용인신문 | 무정자증이라고 하면 흔히 고환에서 정자가 만들어지지 않는 상태부터 떠올린다. 그러나 정자를 정상적으로 만들고 있는데도 정액검사에서는 정자가 한 마리도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정자가 이동하는 길 어딘가가 막혀 있기 때문이다. 이를 ‘폐쇄성 무정자증(Obstructive Azoospermia)’이라고 한다.

 

남성의 정자는 고환의 세정관에서 만들어진 뒤 부고환으로 이동해 성숙하고 정관을 거쳐 사정관으로 이동한다. 사정할 때 전립선과 정낭의 분비액 등이 합쳐져 정액으로 배출된다. 이 과정에서 부고환이나 정관, 사정관 가운데 어느 한 곳이라도 양쪽이 막히면 고환에서 정자를 계속 생산하더라도 정액에서는 정자가 발견되지 않을 수 있다.

 

엄연히 따지면 정관결찰수술(vasectomy)을 한 남성도 폐쇄성무정자증인 셈이다. 영구적인 피임을 목적으로 정자가 이동하는 통로인 ‘정관’을 잘라 막는 수술을 하게 되면 고환에서 정자가 만들어지지만 부고환 → 정관 → 요도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정관이 차단되기 때문에 사정액에 정자가 섞이지 않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생산’이 아니라 ‘통로’다

 

폐쇄성 무정자증은 고환 자체의 정자 생성 기능이 크게 떨어진 비폐쇄성 무정자증과 출발점이 다르다. 따라서 무정자증이라는 정액검사 결과만으로 두 질환을 동일하게 봐서는 안 된다.

 

폐쇄성 무정자증에서는 고환의 크기와 호르몬 수치가 비교적 정상 범위에 있는 경우가 많고, 폐쇄 위치와 원인에 따라 수술적으로 통로를 복원하거나 부고환 또는 고환에서 정자를 직접 채취해 시험관아기시술(IVF), 특히 난자세포질내정자주입술(ICSI)에 사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원래 정자가 나오던 남성이 어느 순간 폐쇄성 무정자증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먼저 살펴볼 것은 ‘염증의 흔적’

 

후천적 폐쇄성 무정자증의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가 생식기관의 감염과 염증이다. 부고환염이나 전립선·생식기 주변의 염증이 심하게 발생하면 염증이 가라앉은 뒤에도 흉터와 섬유화가 남을 수 있다.

 

특히 부고환은 매우 가느다란 관들이 복잡하게 이어진 구조다. 염증으로 이 통로가 손상되고 유착되면 정자의 이동이 어려워진다. 한쪽만 막힌 경우에는 반대쪽 통로를 통해 정자가 나올 수 있지만 양쪽이 모두 막히면 무정자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임질이나 클라미디아 같은 성매개감염도 생식기관 염증을 일으킬 수 있어 과거 감염력이 있다면 확인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감염이 치료됐다고 해서 항상 이전 상태로 완전히 돌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감염 자체는 사라졌어도 이미 만들어진 흉터가 정자의 길을 막을 수 있다.

 

 

오래전 받은 수술이 원인일 수도 있다

 

수술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대표적인 것이 정관수술이다. 피임을 위해 양쪽 정관을 절단하거나 차단했기 때문에 고환에서는 정자를 정상적으로 만들어도 정액으로 나오지 않는다.

 

정관수술이 아니더라도 과거 서혜부 탈장수술이나 음낭·고환 주변 수술을 받은 뒤 정관이 손상되거나 흉터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특히 정관은 굵은 관이 아니어서 주변 조직을 수술하는 과정에서 손상을 받을 수 있다.

 

어린 시절 받은 수술이라 환자 자신이 정확한 수술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후천적 폐쇄성 무정자증을 진단할 때는 최근 병력뿐 아니라 어린 시절의 서혜부·음낭 수술력까지 확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외상도 정자의 길을 끊을 수 있다

 

고환과 음낭, 서혜부에 심한 외상을 입었던 경우도 살펴봐야 한다. 교통사고나 운동 중 부상처럼 직접적인 손상이 생기면 정관이나 부고환에 염증과 흉터가 남아 폐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드물게 사정관이 막히는 경우도 있다. 염증이나 결석, 낭종, 수술 후 변화 등이 사정관 폐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경우 정액량이 적거나 정액의 산도와 과당 검사 등에서 특징적인 소견이 나타날 수 있어 폐쇄 위치를 찾는 단서가 된다.

 

‘정자가 없다’에서 진단이 끝나서는 안 된다

 

폐쇄성 무정자증에서 중요한 것은 무정자증이라는 결과 자체보다 정자가 실제로 만들어지고 있는지, 그렇다면 어느 지점에서 길이 막혔는지를 찾는 것​이다.

 

정액검사를 반복해 무정자증을 확인한 뒤 병력과 신체검사, 고환 크기, FSH 등 호르몬 검사 등을 종합한다. 필요하면 초음파검사나 유전검사 등을 추가해 선천적 정관 결손이나 사정관 폐쇄 여부도 살핀다.

 

후천성 폐쇄가 확인되면 치료 선택도 달라진다. 폐쇄 부위와 기간, 여성 파트너의 나이와 난소예비력 등을 고려해 정관·부고환 미세수술을 통한 복원술을 선택할 수도 있고, 부고환이나 고환에서 정자를 채취해 IVF-ICSI로 임신을 시도할 수도 있다.

 

결국 폐쇄성 무정자증은 단순히 ‘정자가 없는 병’이라고 표현하기 어렵다. 정자는 만들어지고 있지만 그 정자가 지나갈 길을 잃은 상태에 가깝다. 특히 과거 정액에서 정자가 확인됐거나 임신 경험이 있던 남성에게 새롭게 무정자증이 나타났다면, 고환의 생산 능력만 볼 것이 아니라 감염과 염증, 수술, 외상 등으로 정자의 이동 통로가 후천적으로 막혔을 가능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

 

※ 이 글은 미국비뇨기과학회(AUA)·미국생식의학회(ASRM)의 남성 난임 진료지침과 유럽비뇨기과학회(EAU) 남성 난임 가이드라인, 관련 의학 문헌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특정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하지 않으며, 실제 의학적 판단은 전문의 상담을 통해 이뤄져야 합니다.

 

※ 이미지: AI 생성 (ChatGPT, OpenAI) /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용 시각 자료입니다.

 

※ 이 기사는 아기성공연구소 제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