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로또 한 장을 사고 주머니나 서랍 속에 넣어둔 채 잊어버렸다. 몇 달 뒤 발견했지만 이미 당첨금 지급기한은 끝났다. 지금까지는 이렇게 사라지는 당첨금을 되찾을 방법이 없었다.
지난해 주인을 찾지 못한 로또 당첨금만 581억 원에 달했다. 앞으로는 종이 로또를 산 사람도 복권을 스마트폰에 미리 등록해두면 당첨 사실을 알려주고, 끝내 찾아가지 않은 당첨금은 지급기한 마지막 날 자동으로 받을 수 있게 된다.
종이복권의 가장 큰 약점이었던 ‘구매자를 알 수 없다’는 문제가 디지털 등록 방식으로 보완되는 셈이다.
기획예산처 복권위원회는 오는 18일부터 판매점에서 구입한 종이 로또복권을 간편결제 앱 페이코의 ‘복권지갑’에 등록해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로또를 산 뒤 페이코 앱에서 복권을 카메라로 스캔해 등록하면 된다. 종이복권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기존처럼 판매점에서 복권을 사고 실물 복권을 보관하되, 스마트폰에 구매 기록을 하나 더 남겨두는 방식이다.
가장 큰 변화는 당첨 이후다.
등록된 복권은 추첨 당일 오후 9시께 당첨 여부를 알려준다. 당첨금을 받지 않고 있다면 추첨 30일 뒤 다시 한번 안내한다. 지금까지 종이 로또는 당첨자가 직접 번호를 확인하지 않는 한 당첨 사실을 알려줄 방법이 없었다.
그래도 지급기한까지 당첨금을 찾아가지 않을 경우에는 자동지급 장치가 작동한다.
200만 원 이하 당첨금은 페이코 포인트로 지급하고, 200만 원을 넘는 금액은 등록된 계좌로 현금 이체한다. 200만 원 초과 당첨자는 세금 처리를 위해 성명과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는 실명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자동지급 시점은 당첨금 지급기한 당일 낮 12시다. 중복 지급을 막기 위해 자동지급 절차가 시작된 이후에는 해당 복권으로 판매점 등 오프라인에서 당첨금을 청구할 수 없게 된다.
이번 제도가 도입되는 배경에는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미수령 당첨금이 있다.
현재 로또 당첨금은 지급개시일부터 1년 안에 찾아가야 한다. 이 기간을 넘기면 당첨금을 받을 권리가 사라진다. 인터넷 로또와 달리 판매점에서 현금 등으로 구입한 종이복권은 누가 샀는지 알 수 없어 운영기관이 당첨자에게 연락할 수도 없었다.
그 결과 2021년 430억 원이었던 로또 미수령 당첨금은 지난해 581억 원으로 늘었다. 4년 사이 35.1% 증가한 규모다.
지난해 지급기한을 넘겨 국고로 귀속된 당첨 복권은 무려 659만 건에 달했다. 거액의 1·2등 당첨자가 대거 돈을 찾아가지 않은 것은 아니다. 상당수는 4등 당첨금 5만 원과 5등 당첨금 5000원처럼 “나중에 찾아야지” 하고 미뤄두기 쉬운 소액 당첨금이었다.
581억 원이라는 거대한 미수령 당첨금도 결국 수백만 장의 잊힌 복권이 쌓여 만들어진 셈이다.
인터넷으로 구입한 로또는 상황이 다르다. 구매자가 확인되기 때문에 200만 원 이하 당첨금은 이미 예치금으로 자동 지급되고 있으며, 200만 원이 넘는 당첨금도 로그인 팝업이나 문자 등을 통해 당첨 사실을 안내할 수 있다.
이번 서비스가 본격 시행되면 종이 로또 역시 구매 단계에서는 익명성을 유지하면서, 본인이 원할 경우 스마트폰에 등록해 인터넷 복권과 비슷한 ‘당첨금 관리 기능’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복권 구매 환경도 디지털 중심으로 바뀐다. 전국 9500여 개 로또 판매점의 실시간 영업 정보를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문을 닫은 판매점을 찾아갔다가 발길을 돌리는 불편을 줄이기 위해서다.
기업이 이벤트나 판촉 경품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연금복권 교환권’도 시범 도입된다. 다만 사행성 확대를 막기 위해 교환권 금액은 5000원 이하로 제한하고 청소년에게는 제공하지 못하도록 할 예정이다.
종이 한 장에 운을 맡기던 로또도 결국 ‘등록하고 알림 받는’ 시대에 들어가는 것이다.
무엇보다 달라지는 것은 당첨 확률이 아니다. 당첨되고도 몰라서, 혹은 깜빡해서 돈을 잃는 사람을 줄이는 장치가 생긴다는 점이다. 지난해에만 주인을 찾지 못한 581억 원. 오는 18일부터는 그 돈이 허무하게 사라지는 것을 막을 마지막 안전망이 하나 더 생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