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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아이폰·갤럭시가 싸우는데…AI폰 ‘두뇌’는 구글이 쥔다

스마트폰 경쟁, 카메라·칩에서 AI 에이전트로 이동
삼성도 애플도 제미나이 활용 확대…플랫폼 주도권 다시 구글로

 

용인신문 | 스마트폰 전쟁의 규칙이 바뀌고 있다. 지난 15년간 애플과 삼성전자가 카메라와 디스플레이, 배터리, 반도체 성능을 놓고 경쟁했다면 이제 승부처는 인공지능(AI)이다. 특히 사용자의 말을 알아듣는 데 그치지 않고 앱을 열고 예약하고 검색하고 업무까지 대신하는 ‘AI 에이전트’가 스마트폰의 핵심 기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변화 속에서 의외의 승자가 부상하고 있다. 애플도 삼성도 아닌 구글이다.

 

삼성전자가 내놓은 갤럭시의 AI 전략은 여러 AI를 함께 사용하는 방식이다. 삼성의 빅스비를 비롯해 구글 제미나이, 퍼플렉시티 등을 기능에 따라 활용한다. 사용자가 스마트폰에 “집까지 가는 택시를 불러줘”라고 말하면 단순히 택시 호출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AI가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관련 앱을 실행해 실제 작업으로 연결하는 식이다.

 

AI폰의 핵심이 ‘대답하는 AI’에서 ‘행동하는 AI’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애플 역시 시리를 중심으로 AI 기능을 대대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애플의 강점은 아이폰 한 대에 그치지 않는다. 아이패드와 맥, 애플워치 등 여러 기기에 축적된 사용자의 일정과 메시지, 사진, 문서 같은 개인 정보를 연결해 사용자를 가장 잘 이해하는 AI 비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삼성과 애플의 전략은 다르다. 삼성은 다양한 AI 모델을 받아들이며 기능을 빠르게 확대하는 개방형 전략에 가깝다. 애플은 자사 기기와 운영체제를 하나로 묶어 개인정보 보호와 일관된 사용자 경험을 강조한다.

 

그러나 두 회사의 전략을 한 단계 아래에서 들여다보면 같은 이름이 등장한다. 구글의 ‘제미나이’다.

 

삼성은 이미 갤럭시 AI의 핵심 축 가운데 하나로 제미나이를 활용하고 있다. 애플 역시 차세대 AI 기술을 구축하면서 구글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소비자의 눈에는 갤럭시와 아이폰이 경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 사용자의 말을 이해하고 복잡한 판단을 수행하는 기반 기술에서는 구글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AI폰 경쟁은 과거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전쟁과 닮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마트폰 초창기 애플은 아이폰과 iOS를 앞세워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다. 반면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삼성 등 여러 제조사에 공급하며 전 세계 스마트폰 생태계의 또 다른 축을 차지했다. 구글은 세계에서 휴대전화를 가장 많이 만드는 회사가 아니면서도 모바일 시대의 핵심 플랫폼 사업자가 됐다.

 

AI 시대에는 안드로이드가 차지했던 자리를 파운데이션 모델이 대신할 가능성이 있다.

 

파운데이션 모델은 AI가 사람의 말을 이해하고 문맥을 판단하며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게 하는 일종의 ‘두뇌’다. 스마트폰 화면에는 삼성이나 애플의 로고가 붙어 있어도 그 안에서 움직이는 AI의 핵심 판단을 구글 모델이 맡는 구조가 확대된다면 시장의 주도권 역시 달라질 수 있다.

 

앞으로 AI폰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갤럭시가 아이폰보다 얼마나 빠른가”가 아닐 수 있다. 사용자가 “내일 출장 준비해줘”, “오늘 해야 할 일을 정리해줘”, “이 계약서에서 위험한 조항을 찾아줘”라고 말했을 때 어떤 AI가 가장 먼저 명령을 받고 실제 행동으로 옮기느냐가 더 중요해진다.

 

그 첫 번째 호출권을 잡은 AI는 검색과 쇼핑, 예약, 결제, 업무까지 사용자의 일상 전반으로 영역을 넓힐 수 있다.

 

애플과 삼성은 여전히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양대 주인공이다. 그러나 AI폰 시대의 진짜 승부는 단말기 판매량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15년 전 구글이 안드로이드로 스마트폰의 기반을 장악했듯, 이번에는 제미나이를 앞세워 AI폰의 ‘두뇌’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겉면의 이름은 아이폰과 갤럭시여도 그 안에서 생각하고 판단하는 힘은 구글이 쥐는 시대가 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