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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한국인, 한 해 29만 명 암 진단 … 8만 8933명 사망

질병청, 건강습관 - 사망원인 연계 자료 공개

용인신문 |

 

 

 

한국에서는 하루 평균 약 791명이 새로 암 진단을 받는다. 시간으로 따지면 한 시간에 33명꼴이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는 동안 또 다른 약 243명은 암으로 생을 마감한다.

 

최신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23년 새로 암 진단을 받은 사람은 28만 8613명이다. 1999년 10만 1854명이었던 신규 암환자는 24년 만에 2.8배로 증가했다.

 

사망 통계에서 암의 존재감은 더 뚜렷하다.

2024년 국내 전체 사망자는 35만 8569명이었으며 사망원인 1위는 암이었다. 남성 암 사망자 5만 4648명, 여성 3만 4285명을 합치면 한 해 암으로 숨진 사람은 8만 8933명에 달한다.

 

전체 사망자의 약 24.8%, 사실상 사망자 4명 가운데 1명은 암으로 세상을 떠난 셈이다.

 

누가 암에 걸리고, 누가 더 일찍 사망하는가. 그리고 우리가 젊었을 때부터 반복해 온 흡연과 음주, 운동 부족, 식습관과 비만, 고혈압·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은 수십 년 뒤의 생존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지금까지 국민의 건강상태를 보여주는 통계와 사망 통계는 각각 존재했지만 개인 단위에서 장기간 연결해 들여다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질병관리청이 10일 공개한 ‘국민건강영양조사-사망원인통계 연계자료’가 주목받는 이유다.

 

질병청은 2007~2021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와 2007~2024년 사망원인 통계를 연결했다.

 

연계에 동의하고 주민등록번호가 유효한 19세 이상 8만 9560명 가운데 8만 7432명의 자료가 연결됐다. 연계율은 97.6%다. 이 가운데 추적 기간 중 사망한 사람은 7955명이었다.

 

사망자들의 원인을 들여다보면 현재 한국인이 무엇으로 생을 마치는지가 그대로 드러난다.

 

7955명 가운데 암으로 숨진 사람은 2355명으로 29.6%를 차지했다. 이어 심장·뇌혈관질환 등이 포함되는 순환계통 질환이 1645명(20.7%), 호흡계통 질환이 1018명(12.8%)이었다.

 

이번 자료의 핵심은 단순히 사망원인을 한 번 더 집계했다는 데 있지 않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는 흡연과 음주, 신체활동 같은 건강행태는 물론 비만,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과 음식·영양섭취 관련 정보가 담겨 있다.

 

이 정보가 사망자료와 연결되면서 특정한 생활습관을 가진 사람이 이후 어떤 질환으로 얼마나 많이 사망했는지를 장기간 추적해 분석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졌다.

 

예를 들어 흡연자의 장기 사망위험이 비흡연자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비만과 당뇨병을 동시에 가진 사람의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운동이나 식생활 차이가 장기 생존과 어떤 연관성을 보이는지를 국내 인구 자료를 이용해 분석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번 공개 자료 자체가 “이 습관 때문에 사망했다”는 결론을 내린 연구 결과는 아니라는 점이다.

 

이제 연구자들이 이런 질문을 검증할 수 있는 대규모 추적자료가 공개됐다는 의미에 가깝다. 질병청 역시 건강위험요인과 사망의 관련성, 만성질환 등 건강상태가 장기적으로 사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연구에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규 암환자는 1999년 10만1854명에서 2023년 28만8613명으로 급증했지만, 인구 구조 차이를 제거한 연령표준화 암 발생률은 최근 큰 폭으로 증가하지 않고 있다.

 

2021년 인구 10만 명당 531.4명에서 2022년 521.3명, 2023년 522.9명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신규 환자 수가 계속 증가하는 데는 한국 사회의 빠른 고령화가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2023년 새로 암 진단을 받은 사람의 절반이 넘는 14만5452명, 50.4%가 65세 이상이었다.

 

현재의 암 발생률이 이어진다고 가정하면 기대수명까지 생존할 경우 남성은 44.6%, 여성은 38.2%가 평생 한 번 이상 암에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 암이 더 이상 드문 질병이 아니라 누구나 맞닥뜨릴 수 있는 질환이 됐다는 얘기다.

 

반대로 희망적인 변화도 있다. 조기 발견과 치료기술이 발전하면서 암에 걸리는 것과 암으로 사망하는 것은 점점 같은 의미가 아니게 되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의 보건정책은 단순히 암환자가 몇 명인지 집계하는 데서 한 단계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흡연을 언제 시작했는지, 얼마나 운동했는지, 체중과 혈압은 어떻게 변했는지, 무엇을 먹고 어떤 만성질환을 가지고 살아왔는지까지 장기간 들여다봐야 한다.

 

한 해 약 29만 명이 새로 암환자가 되고, 약 9만 명이 암으로 생을 마감하는 나라다.

 

이제 한국의 보건통계가 던지는 질문도 달라지고 있다.

 

‘무엇으로 죽었는가’를 기록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어떻게 살아왔기에 그 죽음에 이르렀는가’를 추적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