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04 (금)

  • 맑음동두천 27.8℃
  • 맑음강릉 24.8℃
  • 맑음서울 28.9℃
  • 맑음대전 28.0℃
  • 맑음대구 26.1℃
  • 맑음울산 25.6℃
  • 맑음광주 28.8℃
  • 구름많음부산 26.9℃
  • 맑음고창 29.7℃
  • 흐림제주 26.8℃
  • 맑음강화 28.0℃
  • 맑음보은 26.0℃
  • 맑음금산 27.4℃
  • 구름많음강진군 28.5℃
  • 맑음경주시 26.2℃
  • 구름많음거제 26.3℃
기상청 제공

경제

부동산은 안전한 줄 알았는데… 빌딩 남아있어도 원금 0원

금감원, 해외 부동산 펀드 손실 위험 주의보

용인신문 |

 


 

 

‘부동산에 투자하는 상품이니 원금까지 잃지는 않겠지.’

이런 생각으로 해외 부동산 펀드에 가입했다가 투자금을 모두 잃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해외 부동산 펀드 상당수가 투자금에 대출까지 끌어들여 건물을 사는 구조여서 부동산 가격이 조금만 떨어져도 투자자의 손실은 훨씬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펀드는 여러 투자자의 돈을 모아 오피스 빌딩이나 호텔, 물류센터 등 대형 부동산에 투자하는 금융상품이다.

 

자산운용사가 투자금을 모아 부동산을 사들인 뒤 임대료에서 나오는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고, 이후 건물을 매각해 차익이 생기면 이를 나눠 갖는 방식이다.

 

개인이 수백억 ~ 수천억 원짜리 건물을 직접 살 수 없어도 소액으로 부동산 투자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비교적 안정적인 투자처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부동산 펀드가 투자자의 돈만으로 건물을 사는 것은 아니다. 상당수 해외 부동산 펀드는 투자금에 현지 금융기관의 대출을 더해 건물을 매입하는 ‘레버리지’ 구조를 활용한다.

 

이 때문에 건물 가격이 떨어져 매각할 경우 투자자에게 돈을 돌려주기 전에 금융기관의 대출부터 갚아야 한다.

 

부동산 가격 하락 폭은 크지 않더라도 대출 비중이 높다면 투자자가 넣은 원금은 훨씬 큰 폭으로 줄어들 수 있고, 상황에 따라서는 전액을 잃을 수도 있다.

 

금융감독원은 10일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 관련 분쟁 민원이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며 실제 분쟁 사례를 공개하고 투자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직장인 A씨다. A씨는 증권사 직원으로부터 “투자 대상이 부동산이어서 원금 손실 걱정 없이 안전하다”는 취지의 설명을 듣고 부동산 펀드에 가입했다. 하지만 투자 결과 원금 전액을 잃었다.

 

A씨는 가입 당시 증권사 직원과 나눈 통화 녹취를 금감원에 제출했다. 조사 결과 직원이 원금 손실 가능성을 충분히 알리지 않고 상품의 안전성을 단정적으로 설명한 사실이 확인됐고, 증권사의 손해배상 책임도 일부 인정됐다.

 

그렇다면 건물이 사라진 것도 아닌데 어떻게 원금 전액을 잃을 수 있을까.

핵심은 ‘대출’이다. 해외 부동산 펀드는 투자자들이 낸 돈만으로 건물을 사기보다 현지 금융기관에서 거액을 빌려 부동산을 매입하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레버리지 투자다.

 

문제는 건물을 팔 때 금융기관의 대출금을 먼저 갚아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투자금 40억 원에 대출 60억 원을 더해 100억 원짜리 건물을 샀다고 가정해 보자. 건물 가격이 떨어져 65억 원에 팔리면 금융기관이 대출금 60억 원을 먼저 가져간다. 투자자에게 남는 돈은 5억 원뿐이다.

 

건물 가격은 35% 떨어졌지만 투자자는 원금의 대부분을 잃는 것이다.

 

매각 가격이 대출금보다 낮아지면 투자자에게 돌아오는 돈은 아예 없을 수도 있다.

 

금감원이 “부동산 가격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투자 원금 전액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 이유다.

 

‘매년 6% 배당’을 믿었다가 낭패를 본 사례도 있다. 한 투자자는 판매 직원으로부터 매년 6%의 확정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취지의 설명을 듣고 펀드에 가입했다.

 

하지만 가입 이후 예상했던 배당금 지급이 중단됐다. 원인은 ‘캐시 트랩(Cash Trap)’ 조항이었다.

 

건물 공실이 늘거나 담보인정비율(LTV)이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건물에서 임대료가 들어오더라도 투자자에게 배당하지 않고 대출금 상환 등에 먼저 사용하도록 하는 조건이다.

 

결국 임대료가 들어와도 투자자는 한 푼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뜻이다.

 

중간에 돈을 빼기도 쉽지 않다. 해외 부동산 펀드는 장기간 건물을 보유한 뒤 매각해야 수익이 확정되는 만큼 상당수가 ‘환매 금지형’으로 설정된다.

 

실제로 한 투자자는 급하게 돈이 필요해 증권사에 중도 환매를 요청했다가 거절당하자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투자설명서에 중도 환매가 불가능하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어 민원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만기가 됐다고 반드시 투자금을 돌려받는 것도 아니다.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아 건물을 제때 팔지 못하면 펀드 만기가 연장될 수 있다.

 

이 기간 임차인이 빠져나가 공실이 늘거나 임대료 수입이 줄면 손실이 더 커질 수도 있다.

 

금감원은 투자자가 판매 직원의 설명만 듣고 가입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해외 부동산 펀드에 투자하기 전에는 건물 자체보다 먼저 얼마나 많은 대출을 끼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담보인정비율인 LTV가 얼마나 되는지, 대출 이자 부담은 어느 정도인지, 어떤 경우에 배당이 중단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건물을 사용하고 있는 임차인도 중요하다. 핵심 임차인의 계약이 언제 끝나는지, 계약 갱신 가능성이 있는지, 임차인이 빠져나갔을 때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기 쉬운지도 투자 수익을 좌우한다.

 

투자설명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설명을 듣고 이해했다’고 자필로 적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실제로 판매 직원의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투자자가 관련 서류에 직접 이해했다고 기재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받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금감원이 이번 분쟁 사례를 통해 던진 메시지는 간단하다. ‘부동산 펀드’라고 해서 안전한 상품은 아니라는 것이다.

 

해외 부동산 펀드는 건물 가격 하락뿐 아니라 대출금리, 공실, 임대차 계약, 배당 제한, 매각 지연까지 여러 위험이 한꺼번에 얽혀 있다.

 

특히 대출 비중이 높은 상품이라면 건물 가격이 조금만 내려도 투자자의 돈부터 빠르게 사라질 수 있다.

 

눈앞에 멀쩡한 빌딩이 남아 있다고 해서 내 투자금까지 남아 있는 것은 아니다.